최근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 높은 가성비의 메뉴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 외식 물가에 이어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점심 식사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점심값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하반기 들어 더욱 심화된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6.3% 급등한 108.74(2020년=10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뒤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로 올라섰다. 5월에는 5.4%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6.0%에 달하며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8년 10월(7.2%)과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이다.

이달 소비자물가지수 중 개인서비스는 6.0%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외식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4%나 올랐다.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는 지난달 폭염과 장마의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25.9% 급등한 영향이 크다. 배추 가격은 1년 새 72.7% 뛰었고 상추(63.1%), 시금치(70.6%)를 비롯한 잎채소와 오이(73.0%), 파(48.5%) 등도 모두 올랐다. 수입 쇠고기(24.7%), 돼지고기(9.9%) 등 축산물 가격도 6.5%나 상승했다.

외식 물가의 상승은 국제유가·곡물가 급등에 따른 재료비 인상 요인이 누적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수요가 늘어난 영향까지 겹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고객들은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높은 가성비의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델리(콜드푸드) 상품 등을 대안으로 택하는 추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샌드위치, 샐러드, 김밥 등 5000원대 내외의 간편식사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5% 뛰었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저렴하고 간단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사류의 인기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실제 점심시간대 간편식사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올해 11~13시에 이마트 키친델리 상품을 구입한 고객수는 지난해 대비 20% 늘었으며 이에 매출도 30% 증가했다.

한솥도시락 역시 지난 6월 직장인들이 밀집한 오피스 상권의 점심 시간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지난 6월 매출이 약 15% 증가했다.

편의점·대형마트 델리 등 인기

이마트·한솥도시락 매출 급증

고물가와 높은 인건비 부담 속 매출 감소까지 겪게 된 소상공인들 역시 고심이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골목상권’ 업종으로 불리는 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을 하는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0%가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재료 매입비, 임차료 상승 및 세금 등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매출은 지속 줄어드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음식값을 쉽사리 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소상공인들의 입장이다. 그마저 있던 손님마저 발길을 끊을까 겁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고육지책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을 택하며 대안을 찾는 모습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가격은 기존을 유지하지만 제품의 크기나 수량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실질적으로 가격 인상을 꾀하는 방식이다.

서울 시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재료와 인건비 등의 부담이 크지만 이를 음식 가격에 반영할 경우 오히려 고객이 줄어들까 겁난다”며 “가격을 조정하면 타격이 큰 만큼 차라리 양을 줄이거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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