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날, 섬과 제대로 썸 탈 수 있는 6곳

①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절경, 인천 대청도

대청도 서풍받이 전경
대청도 서풍받이 전경

백령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와 함께 서해5도 중 하나인 대청도는 다른 섬에 비해 산이 높고 드넓은 해변을 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 전 형성된 지층과 연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살아 있는 지질 박물관으로도 유명하다.

서풍받이는 10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섬으로 부는 매서운 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준 대청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한바퀴 둘러보는데 약 1시간 30분쯤 걸리는 거대한 절벽 바위로, 해안 절벽이 만들어 낸 풍경을 보면서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좀 더 장쾌한 트레킹을 원한다면 삼각산에서 서풍받이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매바위 전망대에서 출발해 삼각산 정상을 찍고 광난두로 내려와 서풍받이를 돌아 나오는 7km의 코스다. 삼각산의 ‘삼’, 서풍받이의 ‘서’를 따서 ‘삼서 트레킹’이라고 부른다. 정상까지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으며, 특히 매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래울 해변과 독바위 해변, 서풍받이의 풍경이 장관이다.

대청도의 북쪽으로는 한국의 사하라 사막으로 비유되는 옥죽동 모래사막이 있다. 밀물 때 밀려 들어왔다가 썰물 때 햇볕에 바짝 마른 모래가 이룬 해안사구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래언덕 한 가운데 쌍봉낙타 조형물도 재밌다.

옥죽동에서 서쪽으로 500m쯤 가면 농여해변이 나오는데 대청도의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이곳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것은 나이테바위다. 모래가 쌓여 생긴 사암과 점토가 만든 이암이 반복적으로 층을 이룬 모습이 신비롭다. 농여해변의 풀등도 빼놓을 수 없다. 썰물 때 국내 최대 규모의 풀등이 드러나는데 맨발로 물결무늬가 새겨진 풀등을 걸으면 자연의 신비가 오롯이 느껴진다.

②안개가 걷히면 나타나는 몽환의 숲, ‘보령 외연도’

외연도 항구마을 전경
외연도 항구마을 전경

충남 보령시에 속한 70여 개 섬 중 육지에서 가장 먼 외연도는 ‘멀리 해무에 가린 신비한 섬’이란 뜻을 지녔다. 실제로 안개에 잠겨 있는 날이 많다고 하는데, 그러다 문득 해가 나고 해무가 걷히면 봉긋하게 솟은 봉화산과 울창한 상록수림, 알록달록한 외연도몽돌해수욕장이 마술처럼 나타난다.

외연도로 향하는 뱃길은 대천항에서 시작한다. 파도를 헤치고 섬에 이르면 자그마한 항구 가까이 구름 모자를 쓴 봉화산이 반겨준다. 400여 명의 주민이 모여사는 마을 골목을 누비다 보면 물고기가 그려진 노란 벽이 예쁜 외연도교회가 나오고, 전교생이 6명뿐이라는 외연도초등학교를 만나게 된다. 초등학교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이 나타난다.

약 3ha 면적에 동백나무, 후박나무, 보리밥나무 같은 상록활엽수와 팽나무, 찰피나무, 푸조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어우러진 숲이다. 예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숲으로 보호받아 지금도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상록수림이 자리한 야트막한 당산을 넘으면 외연도몽돌해수욕장이다.

여기부터 외연도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거나 봉화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둘레길에서 만나는 해안 풍경도 아름답고, 봉화산 정상에서 보이는 바다 마을 풍경도 예술이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봉화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외연도 둘레길은 약 8km. 쉬엄쉬엄 다녀도 3시간이면 충분하기에 대천항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서해에서 드물게 청정수역을 끼고 있는 대천항은 보령 특산물인 꽃게와 배오징어, 소라, 우럭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섬 전체를 전통 정원으로 꾸민 죽도 상화원도 가볼 만하다.  

③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섬, ‘통영 사량도

통영을 대표하는 섬, 사량도 풍경
통영을 대표하는 섬, 사량도 풍경

얼핏보면 ‘사랑도’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보이는 사량도는 한산도, 욕지도, 매물도와 함께 통영을 대표하는 섬으로 꼽힌다. 섬 사이 해협이 뱀처럼 길고 구불구불하다고 해 이름에 긴뱀 사(蛇) 자를 쓴다. 좁고 기름한 바다는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이어지고, 통영팔경에 드는 옥녀봉에 오르면 발 아래 펼쳐진 절경이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사량도가 유명해진 건 지리산이라고 불리는 지리망산(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 때문이다. 2002년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 올릴 만큼 매력적인 능선을 자랑한다. 사량도 지리산 자락의 하이라이트이자 통영팔경 중 하나인 옥녀봉은 해발 281m로 그리 높은 봉우리는 아니다.

하지만 웅대한 기암으로 이뤄져 생각보다 아찔하다. 옥녀봉에서 가마봉 능선까지 조금 더 오르면 오른만큼 더욱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칼바위산’이라는 명성답게 90도 가까운 경사를 로프 하나에 기대어 올라야 한다.

어떤 구간은 상체를 잔뜩 구부려 기어오르다시피 통과해야 한다. 이윽고 ‘쌍출렁다리’로 불리는 보도현수교 2개가 나타나는데, 지리산 암릉의 곡선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위치라 풍광에 넋을 잃게 된다. 바람이 세게 불거나 사람이 많은 날의 출렁다리는 오금이 저릿할 정도의 스릴까지 선사한다.

지리산 등반으로 흘린 땀은 사량도 유일한 해수욕장인 대항해수욕장에서 시원하게 씻어버리자. 옥녀봉에서도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푸른 물빛과 고운 모래를 자랑한다. 섬에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갔다면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사량대교 드라이브도 낭만적이다. 

④귀여운 고슴도치가 지키는 힐링의 섬, 부안 위도

위도의 상징인 고슴도치 조형물
위도의 상징인 고슴도치 조형물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가장 큰 섬인 위도는 귀여운 고슴도치가 사는 힐링의 섬이다. 이름의 유래가 된 고슴도치 조형물이 곳곳에서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바다와 산, 숲, 갯벌 등 자연과 생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위도 여행은 일주하는 게 좋다. 해안일주도로는 20km가 넘는다. 차가 없다면 위도공영버스를 이용해 해안도로를 일주할 수 있다. 여객선이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출발하는 위도공영버스는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위도의 유일한 평야 이야기, 배우 배용준이 다녀간 이야기 등 버스를 타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바다가 보이는 절벽, 파도 소리 들리는 오붓한 마을 등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버스가 섬을 한바퀴 도는 데에는 50분쯤 걸린다. 위도는 제주도와 함께 치유의숲이 있는 유일한 섬이다.

대리와 치도리 사이에 위치한 위도치유의숲은 올 4월에 문을 열었다. 2층 규모의 치유센터, 숲속의집 4동, 무장애 데크와 치유의숲길 5개 코스로 구성된다. 데크를 따라 오르면 내치도와 외치도, 멀리 격포항이 한눈에 담긴다. 치유센터 1층 명상실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세상 시름을 더는 명상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8월이면 꼭 만나봐야 할 꽃도 있다. 배롱나무꽃과 위도상사화다. 내원암 앞마당의 배롱나무는 한여름이면 수령 300년 된 나무에서 화사한 분홍빛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 위도상사화는 흰꽃을 피우는 토종 상사화로 8월 말부터 9월 초에 위도해수욕장, 상사화동산 등 곳곳에서 만개한다. 

⑤온전한 휴식으로 물든 낙원의 섬, 영광 낙월도

백수해안도로 대신등대와 바다의 윤슬
백수해안도로 대신등대와 바다의 윤슬

전남 영광군 서쪽에 위치한 낙월도는 한적한 섬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낙원도’다. 비교적 관광객의 손이 타지 않은 섬으로, 피서지의 번잡함을 피해 호젓이 휴식을 취하기에 그만이다.

마트나 매점, 식당 하나 없거니와 민박도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흔히 보아온 관광섬과는 다르지만 민박집에서 내어주는 집밥이 정겹고 아슬랑 걸으며 섬 여행의 참맛을 누리기에 제격인 그런 곳이다.

면사무소와 보건소 등 공공시설이 모여 있는 큰 마을 상낙월도와 민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 하낙월도로 이뤄진 낙월도는 각 섬 별로 2시간씩, 4시간 정도면 크게 한바퀴 돌 수 있다.

둘레길에 제주올레길과 같은 특별한 표식은 없지만 대체로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길 중간중간 의자나 정자가 있어 원하는 만큼 걷다가 쉬면 된다. 그렇게 쉬엄쉬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숲과 바다를 고루 품은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낙월도에서 하루 묵어갈 수 있다면 진월교의 일몰과 월몰을 꼭 보아야 한다.

섬을 가로지르는 해가 동쪽 영광군 내륙까지 길게 물들이며 저무는 모습이 말 그대로 황홀경이다. 시간이 맞으면 해가 진 방향으로 바통을 이어 받아 달이 지는 그윽한 장면까지 마주할 수 있다.

낙월도 행 여객선을 타는 향화도선착장도 볼거리가 많다. 높이 111m의 칠산타워에 오르면 칠산대교부터 무안군과 신안군의 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숨은 그림 찾듯 지도 속 섬들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는 재미가 있다.

영광9경 가운데 1경으로 꼽히는 백수안해안도로에서는 바다를 끼고 시원하게 달리는 낭만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⑥섬 속의 섬 그리고 제주 속 진짜 제주, 제주 우도

제주 우도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해안 절벽과 독특한 해변 등 자연 경관이 빼어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럽다. 여기에 인간이 일군 진초록 밭과 검은 돌담, 알록달록 색색의 지붕이 어우러져 제주 본섬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성산항에서 여객선으로 10~15분이면 도착하는 우도는 배에서 내리는 천진항을 등지고 시계 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홍조단괴해빈이다.

홍조단괴는 홍조류가 생리 과정에서 탄산칼슘을 축적해 돌처럼 굳은 것을 이르는데, 이 홍조단괴가 해안으로 밀려 나와 생겨나게 된 해빈이 홍조단괴해빈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흰 모래가 신비로운 풍경을 빚어내는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형태의 해변이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해안로를 따라가다 보면 눈부시게 하얀 등대가 나온다. ‘망루등대’라고도 불리는 득생곶등대다. 등대 옆에 재현한 하트 모양 원담(돌 그물)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득생곶등대를 지나서는 하고수동해수욕장이 있다.

해녀와 인어공주 조형물이 유명한 이곳은 경사가 완만하고 파도가 부드러워 아이들과 해수욕하기에 좋다. 카약을 비롯한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우도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구좌읍 종달리에 자리한 지미오름으로 가보자.

해안을 등지고 가파른 비탈을 30분쯤 올라 정상에 서면 가장 제주다운 풍경이 360°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눈으로 한번 담은 우도를 마음에 새기게 되는 순간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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