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실효성 문제 삼은 KDI 보고서에 中企 반발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했다. 특히 지난 5월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건의를 반영해 국민통합위원회에 대·중소기업 상생 특위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당시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대·중소기업 관계자들이 ‘공정과 상생을 통한 新동반성장을 다짐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주보원 삼흥열처리 대표, 구광모 LG그룹 회장,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윤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엽합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했다. 특히 지난 5월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건의를 반영해 국민통합위원회에 대·중소기업 상생 특위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당시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대·중소기업 관계자들이 ‘공정과 상생을 통한 新동반성장을 다짐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주보원 삼흥열처리 대표, 구광모 LG그룹 회장,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윤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엽합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3일 “중소기업 성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등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고서를 내놓자 중소기업계는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인 대기업 족쇄 풀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돼 올해 만10년을 맞았다.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제가 도입될 당시 김(조미김), 김치, 두부, 면류, 순대, 어묵 등 음식료품와 세탁비누, 부동액, 레미콘 등 다양한 제조업종·품목이 지정됐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품목은 125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간 관련 업종과 품목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 등이 권고된다. 3년의 범위에서 한 차례 지정 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최대 6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대·중소기업의 심각한 ‘시장의 불균형’ 속에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 규제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 제도 반대를 표명하던 쪽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끊임없는 공격을 퍼부어 왔다.

이번 KDI 분석 보고서는 윤석열 정부의 친(親) 대기업 경제정책 기류에 발맞춰 노골적인 폐지론을 담았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속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그동안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해당 제도가 규제받지 않는 외국 기업에 이득을 주고, 소비자 후생은 줄이며, 청년 창업엔 걸림돌이라는 등 각종 논리를 펴왔지만 명확하게 입증된 자료는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공정시장을 위해 마련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확장과 진입을 제한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최소 규제인 적합업종이 도입된 것”이라며 “제도 시행이 된 지 불과 10년 정도 됐는데,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이 미미하다는 KDI 분석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성급한 분석”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문구소매업 적합업종 만료

특히 3년 가까이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과 대내외적인 경기불황이 계속되자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여러 업종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 방증이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지난달 28일 생계형적합업종 추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문구소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자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것이다. 생계형적합업종은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에 대기업·중견기업의 진출을 막는 제도다. 자율규제인 적합업종과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은 법으로 규제된다는 차이가 있다.

장낙전 한국문구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동안 문구소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작은 보호나마 받아왔는데, 이마저도 7월 31일자로 만료되며 문구소매업의 최소한의 보호막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생활용품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저가에 문구를 팔며 영세 문구소매업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며 대형 유통사들이 문구업에 진출하며 이런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DI “정책 실효성 떨어진다”

중기업계, 성급한 분석 우려

대기업, 적합업종 속속 진출

문구·방역업 등 존폐 갈림길

대기업 총수-中企단체장 간

상생특별위 통큰 소통 필요

대·중기 간 갈등 담판 짓고

新동반성장모델 제시해야

한국방역협회도 대기업의 방역소독 시장 진입을 막아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하면서 집단 행동에 나섰다.

한국방역협회는 지난 5월 8일 동반위에 방역소독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동반위는 6월부터 산업 현황을 조사하고 양측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동반위는 11월부터는 실태조사를 마치고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조정협의체를 열 계획이다. 방역협회의 소속된 중소기업은 종사자가 9인 이하인 소상공인 업체가 81%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자본·조직력을 가지고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경우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역업종의 한 개인사업자는 “방역소독 시장은 개미, 바퀴벌레 등을 잡는 해충방제 서비스가 주업으로 노동집약적이어서 영세 소상공인이 중심의 시장이었는데 대기업이 인공지능(AI) 방역 시스템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며 “대기업이 이제는 하다하다 바퀴벌레랑 소상공인을 모두 죽이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국내 방역소독 시장은 2019년 기준으로 약 1조원으로 추산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은 불과 2년여만에 3배 가까이 껑충 성장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철 방역협회 부회장은 방역시장의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누구나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생계형 업종인 만큼 중소 소독업자가 사업을 실시하고 대기업은 방역소독 약품, 장비 개발로 역할을 분담해 얼마든지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상생위, 대화기구로 정착해야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 차이가 극명한 적합업종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안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에서 법과 제도로 강제하기 이전에 ‘더 큰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정책 전문가는 “동반성장위원회는 기존 역할대로 적합업종 운영과 개별 기업간 상생협약 등의 과업을 실천해 나가고, 상생특별위원회에선 산업과 업종이라는 더 큰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대화기구로 정착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예를 들어 대기업 총수와 중소기업 관련 경제단체장이 정기적으로 직접 만나 시장의 불균형 이슈를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같이 상생특별위원회에서 도출된 대기업 집단과 중소기업 경제단체 간의 ‘더 큰 합의점’은 추후 법률상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로 운영될 경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틀의 상생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상생특별위원회가 ‘규제와 상생’의 조율을 통해 국회와 정부기관이 풀어내지 못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9년 공유차량 스타트업과 택시기사들의 대립 문제였던 ‘타다 사태’다. 당시 논란이 커지면서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이 과로로 실신까지 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고 결국 택시 기사들의 반발에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2020년 ‘타다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사회적 타협이라며 관련 법을 제정했지만,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던 국토부 입장에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하루아침에 잃었고, 정치권도 사회적인 긍정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타다 금지법은 이제 정부와 국회 모두에게 ‘타다 트라우마’로 남았을 뿐이다.

이처럼 법률 적용 이전에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정책적인 대안을 상생특별위원회에서 풀자는 게 중소기업계의 바람이다. 특히 대·중소기업 갈등 이슈를 상생특별위원회 안에서 이해 당사자이자 최고결정 책임자가 만나서 투명하게 공론화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기구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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