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작가
편의점주·작가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국 9620원으로 결정됐다. 어떤 분들은 여전히 시급 1만 원도 되지 않는 최저임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우리나라 실질 최저임금은 1만 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40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급여를 주휴수당으로 줘야 하는 법규에 따라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노사정이 결정한 금액에 1.2를 곱해야 현실이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예로 들면 9620×1.2=11544원이 실질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이 8333원을 넘어서던 2019년에 이미 시급 1만 원시대를 달성한 셈이다.

그뿐인가. 직원 4인을 고용하는 편의점주인 필자가 4대 보험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매월 280만 원 정도다. 여기에는 필자 본인이 포함돼 있고, 근로자 부담금이 있지만, 이를 제하고도 환산해보면 근로자 1인당 20~30만 원씩을 추가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4대 보험 사업자 부담률은 급여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이것까지 환산하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12000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중진국일까? 우리는 줄곧 중진국 혹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2017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국가는 대한민국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이라 자칭하는 것이 겸연쩍다. 왜 그럴까. 국가의 종합적 경제 여건은 선진국일지 몰라도 국민 개개인의 삶은 과연 그러한가 하는 의문 때문일 것이다.

최저임금을 논할 때 종종 등장하는 소재는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몇 위인가?” 하는 질문이다. 연구자와 이익집단에 따라 여러 근거를 들어 순위를 밝힌다. 어떤 이는 OECD 최상위권이라 정의하고, 다른 이는 같은 수치를 놓고도 최하위라 주장한다. 왜 그럴까? 주장을 위해 논거를 꿰맞추기 때문이다.

간단히 보자. 요즘 환율이 요동치긴 하지만 1만 원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7.5달러 정도 된다. 주휴수당이나 4대보험 조건을 감안하면 9달러를 넘는다. 환율에 따라 10달러를 넘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계산법으로든 미국, 일본보다 대체로 높은 수준 최저임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국, 일본보다 선진국일까? ‘

한편 노동계는 10인 이상 사업체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OECD 최하위라고 주장한다.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최상위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같은 중위임금이라는 용어를 갖고도 최하위권이라고 주장하는 견해 또한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OECD 국가 가운데 몇 위라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라마다 경제 구조와 성장 방식, 복지 조건이 다른데 말이다. 결국 그 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10인 이상 사업체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최저임금이 OECD 최하위라는 노동계 주장은 옳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영업자 태반이 10인 미만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고,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이 그렇다. 이러한 역사와 구조를 무시하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계산법을 동원해 무작정 최저임금만 올리라고 하면 자영업자는 대부분 망해도 좋다는 말인가? 그것이 누구를 향한 부메랑으로 돌아갈까? 자영업 대책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모두 죽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구두쇠 같은 편의점주가 최저임금 주기 싫어 얄팍한 글이나 끼적이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질라. 굳이 밝히자면 필자는 늘 최저임금 이상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4대 보험 가입도 누락한 적이 없다. ‘정치적 올바름을 자랑하고 싶다면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점주들을 비판하고 한계 점포는 빨리 폐점하라는 글이나 쓰는 것이 개인적 이익에도 부합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뭘까. ‘다 같이 잘 살자는 마음은 같지만 해법만 조금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기둥이 꺾였는데 줄기만 살아남을 나무는 없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