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우울증이 있는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 처방을 내린다. 환자는 디지털 치료제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간다. 약국은 디지털 치료제 처방전에 따라 디지털 치료제를 문자로 환자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보낸다. 집에 돌아간 환자는 처방전에 따라 디지털 치료제를 이용한 우울증 치료를 한다.

우울증 디지털 치료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인공지능 챗봇과의 심리상담부터 몸으로 따라하는 운동요법과 ASMR 같은 명상 음악까지 여러 치료법이 복합돼 있다. 분명한 건 디지털 치료제도 미국 식품의약국 FDA와 한국 식약처 같은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의 인증을 거친 엄연한 의약품이라는 사실이다. 임상 실험을 통해 우울증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의미다. 의사가 처방하고 약국이 판매하는 다른 약들과 다를 바가 없다.

 

최근 2년 연평균 400%씩 성장

회원수 100만명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비대면 정신건강 플랫폼 마인드카페의 목표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다.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는 이런 비전으로 최근 20222월 시리즈B 투자를 이끌어냈다. 마인드카페는 불과 2개월 동안의 펀드레이징으로 200억원을 확보했다. 국내 디지털 헬스 케어 역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투자사인 GC녹십자홀딩스와 인사이트에쿼티파트너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인 해시드와 삼성넥스트와 케이투인베스트먼트와 이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마인드카페는 지표상으로도 투자에 적격이다. 최근 2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400%씩 성장했다. 2021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00% 이상 늘어났다. 사용자수와 월간활성이용자와 평균체류시간에서도 탁월하다. 게다가 디지털 치료제라는 비전까지 있다.

마인드카페는 2015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이용자들은 익명으로 심리적 고민을 올리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인드카페는 커뮤니티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정석 코스를 밟았다. 심리상담 수요자와 심리상담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체가 됐다. 이용자는 마인드카페에 사연을 올릴 수 있다. 고민사연과 응원사연과 자유사연까지 3종류다. 당연히 익명이다. 댓글로 다른 이용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핵심은 이용자가 마인드카페에 등록된 전문심리상담사를 골라서 전화나 채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마인드카페는 2019년부터 유료 심리 상담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런칭했고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프러덕터 마켓 핏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마인드카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치료제라는 바이오 테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정신상담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해서 환자에 대한 초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숫자에 비해 전문상담사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마인드카페만 해도 회원수는 100만명이지만 등록된 전문 상담사는 250명 안팎이다.

인공지능은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해 줄 수 있다. 인공지능 챗봇과의 기본적인 대화를 통해서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적 문제들의 중증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인드카페는 이미 인공지능 챗봇 로니를 이용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정신 상담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코로나 블루 때문이었다. 특히 통계적으론 2030 우울증 환자들이 급증했다. 20대의 절반 이상과 30대의 3분의 1 이상이 코로나 블루를 호소했을 정도다. 이건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의 성장을 촉진했다. 자연히 마인드카페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회원수도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디지털 헬스 케어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55억 달러에 달한다. 202023억 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투자 건수도 201590건에서 2021324건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투자금이 몰리면서 2021년 한 해 동안 유니콘으로 성장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10곳 이상이 됐다. 올해 초 마인드카페의 시리즈B에 투자금이 몰린 건 전 세계적인 트렌드란 뜻이다.

 

이용기업 생산성 36% 증가

사실 코로나와 상관없이 한국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회다.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자살률 1위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21년 정신건강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4명 가운데 1명이 최소 1번 이상 우울증과 불안증 장애를 겪었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2.1%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 10명 중 1명 정도만 실제 치료를 받는다.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의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비대면 익명 온라인 치료를 기반으로 하는 마인드카페는 당연히 치료 장벽이 낮다. 마인드카페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든 이유다.

마인드카페의 성장엔 다른 이유도 있다. 직원들에게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즉 EA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멘탈 케어 프로그램도 있다. 이용률은 5%도 채 안 된다. 누구도 직장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기업들은 근로자의 정신 건강 관리야말로 업무 효율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컨설팅 기업 머서에 따르면, 멘컬 케어를 받은 직원이 반대의 경우보다 회사에 머물 가능성이 4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인드카페는 여기에 파고 들었다. B2B 시장이었다.

마인드카페를 통한 직원 심리 상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기업은 네오위즈였다. 결국 녹십자, 샌드박스, 신한금융투자, 한화생명, 신한생명, 매쉬코리아, 제니엘 같은 기업들과 서울시 같은 지자체가 뒤를 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제로 마인드 카페를 경험한 근로자의 생산성은 36% 증가했고 불안 증세로 인한 업무 시간 손실은 5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회원 100비대면 정신건강 플랫폼

익명·온라인 운영진입장벽 낮춰


운동·명상 등 디지털처방전 제공

AI챗봇로니활용해 상담서비스


코로나 블루 거치며 성장 탄탄대로

녹십자·서울시 등도 고객으로 확보

해외 디지털 헬스 케어 스타트업들도 기업을 대상으로한 심리 상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 법인 어니스트영은 2021년부터 디지털 헬스 케어 스타트업 라이라헬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라이라헬스는 기업가치만 58억 달러에 달하는 유니콘이다. 라이라헬스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전문상당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베이도 라이라헬스의 고객이다.

또 다른 유니콘인 스프링헬스는 150여개 글로벌 기업의 직원 200만명한테 명상과 온라인 인지행동치료나 상담 같은 멘탈 헬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이런 상담 서비스는 MZ세대 직원들한테 인기가 높다. MZ세대는 퇴사율이 높은 편이다. 비영리기구 마인드셰어파트너스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68%Z세대의 81%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한테 디지털 헬스 케어 서비스는 점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 가고 있다. 가장 흔한 퇴사 사유 가운데 하나인 번아웃 증후군을 막는데에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승부수

그렇지만 결국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의 격전지는 디지털 치료제다. 디지털 치료제는 ITBT의 교차로다. 디지털 치료제는 3세대 약물로 분류된다. 1세대 치료제는 저분자 화학물이다. 2세대 치료제는 생물제제다. 3세대 치료제는 소프트웨어다. 한국의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정확하게 디지털 치료기기라고 분류한다.

일반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치료기기 역시 명확한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정성과 치료성이 확보돼야만 허가된다. 일반 치료제는 1상과 2상과 3상의 임상시험을 거친다. 디지털 치료제는 탐색적 임상과 확증적 임상이라는 2단계를 거친다. 탐색적 임상은 치료제 자체의 효능을 입증하는 단계다.

확증적 임상은 대중적으로 치료제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서 허가를 결정하는 단계다. 미국 FDA가 만든 가이드라인을 식약처도 벤치마크했다. 2단계의 임상시험엔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현재 보험 적용 여부 등을 놓고 논의 중인 상태다. 제품과 제도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은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알츠하이머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로완은 이미 슈퍼브레인이라는 치료제를 개발한 상태다.

3년 동안 임상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마인드카페는 우울증 디지털 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200억원의 시리즈B투자금이 총알이다. 시판에 성공한다면 우울증 치료에 획을 긋는 혁신이 될 수 있다. 국내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의 변곡점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나 아크인베스트먼트 같은 글로벌 미디어와 투자사들은 미래 테크놀로지 시장을 지배할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멘탈 헬스 케어를 꼽는다. 이른바 리커버리 테크다. 정신적 회복을 도와주는 디지털 기술이야말로 미래 테크놀로지의 키워드다.

마인드카페는 분명 그 중심에 서 있다. 이젠 사장님이 직원들의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시대다. 우울증과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문제 역시 감기처럼 일상적으로 치료를 하는 게 당연한 시대다. 마인드를 바꿀 때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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