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과연 당초 목적대로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됐는지 의문이 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조선업체 근로자의 55.0%는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삶의 질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 주된 이유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임금과 팍팍한 투잡(Two-job) 생활 등이라고 한다. 근로자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자 시행된 제도가 도리어 근로시간은 늘리고 소득은 줄이는 역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부작용은 산업 현장별 차이를 무시한 채 주52시간제를 강행한 데 따른 예견된 결과다. 그동안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을 늘려 연장수당으로 대기업 근로자들에 비해 부족한 소득을 메꿔왔다. 52시간제의 전면 시행은 이들에게 소득을 보전할 기회를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

일각에서는 사업주가 기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해주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 악재에다 낮은 영업이익률로 근근이 버티는 영세사업주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절반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

무엇보다 지금 중소기업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인력부족 인원은 59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1만명 이상 늘었다. 물론 이는 코로나로 외국인력 공급이 끊긴 탓도 있으나, 현장을 외면한 근로시간 단축이 인력 공백을 키운 영향도 크다.

중소기업 인력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작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정부 수립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그 결과 생산가능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고령층 비중은 16.8%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주52시간제를 유연하게 손질해야 한다. 우선, 주당 12시간으로 엄격하게 제한되는 연장근로한도를 최소 한 달 단위로 넓혀줘야 한다. 실제로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은 가장 필요한 제도 개선사항으로 월간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을 꼽았다. 중소조선업체 근로자의 77.0%도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 지금의 경직적인 연장근로체계를 개선해 각자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을 운용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30인 미만 기업에 한해 주 60시간까지 근로하게 해주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항구화도 시급하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기업의 절반 이상이 동 제도를 활용 중이다. 당장 올해 말에 일몰기간이 도래해 폐지된다면, 수많은 영세 사업장은 대책 없이 주52시간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월간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방안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전문가 논의를 시작했다. 제도 개혁이 지체될수록 커지는 현장 피해를 고려해, 속도감 있게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회에서도 근로시간제도 유연화가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향후 입법과정에서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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