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필(경남테크노파크 조선해양센터장)
엄정필(경남테크노파크 조선해양센터장)

올해 7월까지 국내 조선업은 글로벌 신조선 발주 물량의 46%1113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하며 세계 1위 수주량을 기록했고, 지난해 8년만에 달성한 최대 수주 실적(1744CGT)의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조선업이 세계 1위 수주를 재탈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민·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저탄소 선박이라는 신시장에 빠르게 대응해 수주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조선업의 부상, 2016년 조선업 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세계경제 침체라는 다양하고 험난한 글로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선산업은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질적, 양적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 1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조선업 연계 핵심 산업인 조선 기자재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조선소에서 수주하는 주요 선종별 국산 기자재 탑재율을 살펴보면 컨테이너선의 경우 건수 기준 65%, 금액 기준 71%,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의 경우 건수 기준 63%, 금액 기준 65%, LNG 운반선의 경우 건수 기준 61%, 금액 기준 38% 수준으로 분석되며, 고부가가치 기자재는 상대적으로 탑재율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 수주 세계1위 회복에도

국산기자재 산업 성적표는 미흡

조선·해운 동반성장전략 필요

조선 기자재 산업은 선종 및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선박 건조원가의 55~65%를 차지하기 때문에 조선소 수주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 기자재의 탑재율 성적표는 화려한 조선소 수주실적에 비해 초라하게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조선 기자재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국내 조선산업은 다양한 선박 건조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조선업을 리딩하고 있으며, 정부 및 대형 조선3사가 국내 조선업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박 기자재 국산화를 장기간 지원했다. 그 결과 기자재 국산화율은 일반상선 약 90%, LNG운반선 약 80%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선박의 국산 기자재 탑재율 성적이 저조한 이유는, 선주 및 발주처는 고가의 선박 특성상 높은 수준의 신뢰도와 축적된 트렉레코드(Track record)를 요구하기 때문에 미검증된 국산 기자재 탑재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국산 기자재 탑재율 제고를 위해서는 국적선 교체 발주시 국산 기자재가 채택되거나, 해상 실증 테스트 베드를 통한 신뢰성 확보 등의 트렉레코드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 경험에서 배울 수 있었듯이, 국산 기자재 탑재율 제고를 위해서는 기자재 국산화 개발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트렉레코드 확보를 위한 시험·인증 및 해상실증 분야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정부에서는 기자재 탑재율 제고를 위한 트렉레코드 확보를 위해 해상실증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지자체와 연계해 관련 사업 수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통한 트렉레코드 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조선·해운 상생의 관점에서 국적 선사에서 발주하는 친환경 선박에 국산 기자재가 탑재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향후 조선·해운업계에 필요한 무탄소 연료 추진시스템의 국산 기자재 탑재율 제고를 위해 조선소·기자재 업체·해운사가 연계해 조선·해운 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산업 육성 전략이 마련된다면, 국내 조선업은 지속 가능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해운업도 글로벌 Top 5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조선·해운업이 밀집한 국내 동남권 지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지역 균형발전에도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