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정거래법 집행 혁신 방안등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해 추진 중인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 등 시장 자율적 납품가 확산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와는 다소 온도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기부는 오는 9월부터 중소기업계의 숙원으로 꼽혔던 납품대금 연동제’(납품단가 연동제)6개월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동제 법제화의 첫 단추를 끼우면서 제도 도입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공정위는 자율확산에 초점을 맞춰 추이에 따라 법제화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정위는 중기부와 부처 합동으로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배포하고, 특별약정서·연동계약서를 채택하는 기업에 우수기업 공정거래 협약평가를 반영하는 등 납품대금 연동제를 기업 자율로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게 하는 제도다. 14년간 풀리지 않은 대표적인 중소기업계의 숙원 과제로 손꼽힌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소기업계는 국회와 정부에 신속한 법제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수시로 기술탈취 직권조사

그동안 공정위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밝혀왔지만, 실질적으로 법제화 방향에는 소극적이었던 것 사실이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법제화되기 위해서는 중기부 소관의 상생협력법과 공정위의 하도급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 각각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상황이다.

한편 이번 공정위 업무보고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공정한 거래 기반 조성에 대한 상세한 방안이 담겼다.

자율확산 방점, 법제화 소극적

온플법도 이전 정부보다 후퇴


자유시장경쟁 촉진안 유독 강조

中企 현안 미루면 불공정 심화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신고 포상금, 과징금을 올리는 한편 감시 조직·인력을 확충해 수시로 직권조사를 할 방침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액 확대 등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한다.

가맹본부, 대형 유통업체, 대리점 본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특히 최근 급속히 성장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납품업체 경영 간섭 행위도 감시한다.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민간 중심 자율기구를 통해 자율규제 방안을 구체화하되 과도한 수수료, 불투명한 검색 노출 기준, 짝퉁 유통, 리뷰 조작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배달앱·오픈마켓 등 업종별로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기업에 대한 규제가 이전 정부와 비교해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추진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등 공룡기업들의 시장 갑질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이는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조가 바뀌고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나타나듯이 민간 중심 자율기구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중소기업계는 이전 정부에서 중소기업계의 뿌리 깊은 시장불공정 애로를 면밀히 취합하고 엄선해 추진했던 제도들이 윤석열 정부에선 하루 아침에 폐지도 추진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방치되고 있다새로운 공정위원장이 취임하면 중소기업계가 당면한 주요 현안들을 계속 미룬다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공시주기 조정도 시각차

이밖에도 이번 공정위 업무보고에는 현행 기업공시제도의 짧은 공시 주기와 낮은 기준금액 등도 개선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집단의 그룹·대규모 내부거래·비상장사 공시 등 각종 공시 과정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줄이고, 공시주기도 시급성을 판단해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집단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어권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 만약 공시제도가 손질될 경우 중소기업계는 동종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할 시 늦장 공시로 인해 사업에 있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대기업의 각종 기업공시는 업종 전반에 막대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관련 업종에 있는 중소기업은 이를 자신들의 사업 추진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공시 주기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는 자유시장경쟁 촉진의 일환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는 개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진입 규제, 사업 활동 제약 등 경쟁 촉진형 규제 개혁을 통해 공공기관 단체 급식 입찰 기준을 완화하고 카셰어링 사업자 영업구역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자유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의제가 이전 정부의 업무보고과 비교하면 새롭게 강조됐다는 점을 근거로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개혁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공정거래 기반 강화가 뒤처져서는 안된다대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하기 보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불공정을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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