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나선 미국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가속화하면서 올해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등에 따른 신규 일자리를 35만개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등에 대규모 직접투자에 나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일자리를 공급하는 핵심 국가로 분석됐다.

지난 20(현지시간) 미 비영리 로비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가 발표한 공급망 위험에 따른 리쇼어링 가속화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리쇼어링 및 외국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규 일자리는 348493개다. 지난해 265337개보다 83156(31.3%) 늘어난 수치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공장이전 비용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해외기업의 국내 이전을 강력히 추진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반도체산업육성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제정하고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의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 리쇼어링 등으로 생겨난 일자리는 201911250, 2020181037개로 최근 4년 연속 강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리쇼어링 및 FDI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규모는 20106011개에서 올해 5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이렇게 만들어진 누적 일자리 규모는 160만개를 넘어선다.

리쇼어링 인센티브 가속

SK·현대도 고용창출 한몫

한국, 유턴 유도정책 시급

이에 대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코로나19 위기는 미국의 수입 의존도 위험을 드러냈고, 그에 따른 공급망 격차와 자급자족 필요성이 리쇼어링을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과 중국의 갈등이나 중국의 디커플링 위협을 언급하며 불안정한 지정학적 우려가 공급만 재편을 주도해 리쇼어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망 위기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이 미국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올해 리쇼어링과 FDI로 미국 내 신규 일자리를 발표한 상위 10개국을 발표했다. 한국이 35403(기업 수 34)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베트남(22500·2), 일본(14349·46), 캐나다(13671·40), 독일(9855·60) 등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8985(46)로 전체 6위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미국 기업들은 기록적인 속도로 인력과 공급망을 국내로 데려오고 있다220억달러를 신규 투자키로 한 SK그룹의 사례를 설명했다.

SK그룹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에 2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향후 20년에 걸쳐 1921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배터리와 로보틱스 등에 105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가 기업 유치에 손을 놓고 있다가는 양질의 일자리를 미국에 뺏길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14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을 제정했지만 2021년까지 복귀한 기업은 108곳에 불과하다. 당시 정부는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되겠다며 리쇼어링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했다. 유턴 기업들이 한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실질적인 복귀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 탓이다.

현재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리쇼어링 확대를 선정하고 첨단 산업 위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보여주기식 지원으로는 기업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업 정착을 도울 수 있는 보조금 확대, 세금 감면, 노동·입지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일자리 하나가 소중한 지금, 규제혁신과 노동개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서둘러 조성해야 리쇼어링도,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도 힘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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