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해석은 지나친 비약 …中企 “폐지보다 개선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한 모습이다. 2011년 도입 이후 현재는 3개 업종만 지정·운영 되고 있는 데다 사업 실효성 논란까지 불거진 이유에서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이 아닌 보호 제도의 일환인 정책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지난 2007년 폐지된 이후,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장으로 중기 및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이 악화된 데 따라 필요성이 다시 제기돼 출발한 제도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3년간 관련 업종과 품목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 등이 권고된다. 지정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될 수 있기 때문에 보호 기간은 최장 6년까지다.

제도 도입 초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은 (조미김) 김치 두부 면류 순대 어묵 등 다수의 음식료품과 세탁비누 부동액 레미콘 등 각종 제조업종과 품목 등이 지정됐다. 제도 시행 후 만 10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총 111개 업종이 지정됐는데, 이중 108개 업종의 보호기간이 만료되며 현재는 고소작업대임대업 자동차단기대여업 대리운전업 등 3개 업종만 지정·운영되고 있다.

KDI “中企경쟁력 제고 한계지적

中企 제도 취지는 성과 아닌 보호

대리운전업 갈등 해소가 첫 단추

최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해당 제도가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장 혹은 진입을 제한하는 강력한 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경제에 미친 효과가 미미했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 신규 신청을 중지하고 현 지정 업종에 대한 해제 시기를 예시해 점진적 폐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KDI 연구위원은 2008~2018광업·제조업조사연간 자료에서 적합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사업체를 분별해 제도 도입 이후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의 활동은 위축됐지만 중소기업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 보호를 통해 중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적 중 사업체의 퇴출확률을 낮춰 사업을 유지하는 측면에서의 보호 역할만 담당했을 뿐 성과 혹은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를 보였다제도 운영의 실효성이 낮다고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이 같은 시각에 적극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제도 시행 자체가 일반적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원제도처럼 경제적 효과 창출을 보기 위함이 아닌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성격에서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계가 어려움에 처한 데다 금리인상과 경기불황 등까지 겹친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적합업종 제도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강제적인 규제도 아닌 상생을 기반으로 한 제도를 성과를 들먹이며 폐지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목적으로 2010년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KDI의 지적에 대해 “KDI 연구와 해석에는 지나친 확대와 왜곡이 존재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적합업종 권고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합업종 선정이 중소기업에 미친 영향만을 고려해야 하지만, KDI 연구에서는 표준산업분류를 이용해 산업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한 만큼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에서다. 아울러 적합업종제도가 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통계적 근거의 제시도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동반위 측은 해당 제도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성숙기 및 쇠퇴기 업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최후의 사회적 보호망이라며 적합업종 권고는 자율적 동반성장이 어려운 마지막 단계에 제한적으로 활용되는데 최소한의 보호마저도 산업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포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존폐를 논하기보다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추이를 축소하기 위한 도입 취지에 따라 제도 시행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심화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SK계열사인 티맵 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 논란을 풀 일차적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리운전업은 지난 5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당시 유선콜 업체만을 보호대상으로 삼았을 뿐 실질적인 중개(배차) 프로그램 업체와 관련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는 다음 달 중순 열리는 회의에서 재논의될 방침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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