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정 자란다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모토로라에서 UX·UI 디자인 업무를 10년 동안 했다. 제일기획으로 옮겨서 디지털 전략담당으로 2년 동안 근무했다. 유능하다면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소용없었다. 자라나는 아이를 대신 키워줄 사람이 없었다. 엄마 손에 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십수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뒤로 하고 유준이와 유찬이 엄마가 됐다.

그때부터 장서정 대표의 이름은 그냥 유준이 엄마였고 유찬이 엄마였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엄마로 살았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아닌 전문가로서 여성으로서 존재감과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동네 엄마들과 친구가 됐다. 소소하게 엄마들의 이름을 서로 불러주기 캠페인을 했다. 유준이 엄마 유찬이 엄마 유준이 엄마 대신 장서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다.

 

전업주부 페인 포인트발견

그때 알았다. 장서정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구 엄마로만 불리는 게 아쉬워서 아이 친구 엄마들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이전 직장들을 오픈했는데 다들 꿈, 경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참 뭉클했어요. 단체 대화방에서 재능과 경력을 오픈하면서 이름을 불러주면서 시작한 모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마로 살면서 장서정 대표는 엄마들의 페인 포인트를 발견했다. 엄마들은 보육을 해줄 시터와 교육을 해줄 교사를 모두 필요로 했다. 단순히 아이를 대신 키워줄 일손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니었다. 아이를 제대로 키워줄 전문가를 필요로 했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춰서 그때그때 필요한 맞춤 교육을 해주고 싶어서 전업 엄마가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장서정 대표는 20166, 1인 창업으로 자란다를 만들었다. 자녀의 돌봄과 교육을 도와줄 전문 시터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이었다.

자란다의 대상은 4세부터 13세까지의 아이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다. 보육에서 교육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바꿔 말하면 단계별로 아이 수준에 맞는 돌봄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때그때에 맞는 선생님도 다르고 교재도 다르다. 그걸 획일화할 수도 없다. 아이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자란다는 아이의 연령과 목적에 맞게 선생님을 추천하고 교육을 제공한다. 자체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서다. 일단 자란다는 선생님이 가정으로 방문해서 아이를 관찰한다. 교육의 첫걸음은 언제나 아이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기존 방문 교육과 보육은 수요자인 아이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인 기관 중심이었다. 정해진 커리큘럼에 아이를 맞추는 방식이었다.

자란다 선생님은 방문한 아이를 대상으로 일종의 관찰일지를 작성한다. 이걸 자란다의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한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의 관심이나 성향을 분석해서 어떤 선생님이 적합한지 어떤 돌봄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제시한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장서정 자란다 대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프로세싱을 결합한 방식이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한 셈이다. 물론 당장 아이를 턱 하니 맡기는 것보단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신 아이한테 적합한 선생님을 찾아서 알맞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당연히 장기적인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자란다에 등록된 선생님의 숫자는 18만명이 넘는다. 창업 이후 6년 동안 쌓인 아이들 데이터는 수십만건 이상이다.

 

자녀 성장위한 최적 해법 제공

육아는 노동집약적인 영역이다. 한국은 저출생 위기 국가다. 0세부터 12세 인구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향후 10년 동안 매년 평균 3.97% 이상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보면 자란다가 속한 영유아와 초등학생 시장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줄어드는 아이들을 키워줄 육아노동력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일단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게 됐다. 2020년대엔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맞벌이 부부로 추정된다. 1990년대에는 10가구 가운데 2가구 미만이었다. 결국 이제는 어린이집이나 학원이나 학교 같은 보육기관에서 육아노동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조부모한테 아이 육아를 대신 부탁해야만 한다.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키워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이 제공하는 교육보육은 우리 아이한테 맞춰져 있지 않다. 그저 시간을 때워주거나 획일적인 교육에 일찍 아이를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방문한 자녀 대상 관찰일지작성

빅데이터로 최적 교재·교사 매칭

맞춤형 완구·콘텐츠 유기적 결합


등록된 자란다 선생님’ 20만 육박

기업 1천여곳 자란다 서비스 도입

VC로부터 최근 310억 투자 유치


경단녀 장서정 대표 나홀로 창업

누구의 엄마아닌 나만의 삶 응원

토털 교육 플랫폼 도약 무한도전

자란다는 단순히 돌봄교육 선생님과 아이를 매칭해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아니다. 육아노동수요와 육아노동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매칭 플랫폼은 사실 자란다 이외에도 많다. 육아의 문제를 푸는 것은 분명 큰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란다는 같은 문제를 처음부터 좀 더 고도화된 방식으로 풀었다. 일찍부터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서 자란다만의 해자를 만들 수 있었다.

자란다는 최근 310억원 규모의 시리즈B투자를 유치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주도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아이비벤처스와 한국산업은행과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했다. 누적 투자액은 448억원이 넘는다. 물론 지표도 좋다.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3배 매출을 달성했다. 누적 매출액은 100억원을 넘었다.

자란다 서비스를 임직원 복지에 도입하는 기업도 1000곳 이상이다. 2022년까지 전국 단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가입 교사수는 20만명에 육박한다. 영어수학이나 예체능 교사는 2500명 수준이다.

이런 지표를 넘어 자란다의 강점은 질이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춘 데이터 분석으로 최적의 교재와 교사를 매칭해주기 때문이다. 자란다는 70여개 이상의 새로운 수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자란다 앱 안에선 자란상점이라는 커머스를 통해 700여개 이상의 장난감을 선보였다.

소비자는 맞춤 교사와 맞춤 프로그램과 맞춤 교재와 맞춤 완구와 맞춤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서 자란다 안에서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자란다에 투자하는 VC들은 한결 같이 자란다 고유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투자 이유로 든다. 단순히 육아노동력을 제공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 성장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자란다는 최근 기술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아마존과 라인 출신의 김택주 최고기술책임자를 영입했다. 김택주 CTO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를 거쳐서 아마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데 전문가다. 자란다가 추구하는 아이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와 딱 맞아떨어진다.

특히 돌봄교육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 엄마들이 맘카페에서의 정보습득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자란다는 일부 커뮤니티에서만 공유되는 정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돌봄육아정보를 보편화시키는 게 목표다. 자란다는 단순히 교사와 엄마의 매칭 서비스가 아니라 아이 성장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엄마·아이 동반행복 축구

장서정 대표는 자란다의 차별점은 선생님한테 아이가 맞추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아이한테 맞춰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확장하고 관찰하고 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아이가 더 잘 자라게 해주는 것이라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부모조차도 아이한테 귀를 기울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걸 데이터로 해결하는 것이 자란다의 목표다. 이건 장서정 대표가 유준이 엄마 유찬이 엄마로 살면서 직접 경험한 문제였다. 시장 수요에 가장 가까이 사는 창업자는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디테일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아이를 위한 것이면서 엄마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장서정 대표는 창업을 해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얘들아 엄마가 너네 엄마로만 살기엔 너무 아까워. 엄마로는 이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걸 할게.”

자기 일을 잘 하면서도 아이도 잘 키우는 것이야말로 지금 세상 모든 엄마들이 꿈꾸는 삶이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자란다를 통해 성장하는 건 아이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자란다를 성장시키면서 장서정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와 어른은 함께 자란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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