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명인’이 선보인 청명주 핫이슈
와인 풍미 그윽한 아리아리 입소문
막걸리의 진화…쑥향 가득한 ‘쑥크레’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물, 누룩이 필요하다. 특히 술이 잘 발효하기 위해서는 누룩에 따라 술의 맛과 품질이 좌우된다.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물, 누룩이 필요하다. 특히 술이 잘 발효하기 위해서는 누룩에 따라 술의 맛과 품질이 좌우된다.

온 가족 두런두런 모여 앉아 맛있는 차례 음식을 즐기는 추석 식탁. 여기에 한잔 술이 빠지면 섭섭하다.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정겨움이 피어나고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쌉싸름한 기운에 요리의 감칠맛이 더욱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어느 술이든 취향껏 마시면 될테지만 기왕이면 민족 대명절이니 만큼 우리나라 전통주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 여기 명절 음식과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전통주 3종류를 소개한다.

누룩 명인이 빚어낸 전통주 한영석 청명주

한영석 청명주 ; 대동여주도
한영석 청명주 ; 대동여주도

본디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물, 누룩이 필요하다. 특히 술이 잘 발효하기 위해서는 누룩의 역할이 크다. 누룩에 따라 술의 맛과 품질이 좌우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전통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는 양조장은 그리 많지 않다.

대체로 일본식 발효제인 입국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로 누룩 명인타이틀을 얻은 한영석 명인이 올봄 새롭게 선보인 청명주가 화제다.

보틀샵에선 없어서 못 팔 정도고 전통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한영석 청명주를 맛봤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주 시장에서 올해 가장 핫한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명주(淸明酒)는 옛 조상들이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에 담가 마신 술이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나는 청명주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며 제조법까지 기록해두었다.

한영석 명인은 이익이 남긴 제조법에 현대적 방식을 가미해 새로운 청명주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청명주는 충북 충주 중원당의 청명주와 구분하기 위해 한영석 청명주라고도 불린다.

한영석 명인의 청명주는 찹쌀에 직접 띄운 누룩을 써서 60일 동안 저온발효 하고, 발효한 술을 걸러 다시 30일 동안 숙성시켜 완성한다. 90일의 발효과정을 거치며 산미와 단맛, 과실향 등의 풍미가 더해지는데 재미있는 점은 누룩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쌀누룩, 향미주국(찹쌀+녹두), 녹두국(녹두+찹쌀), 향온국(+보리+녹두) 4가지 누룩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데 이 누룩 배치에 따라 맛과 향에 섬세한 차이가 발생한다. 쌀누룩을 사용한 1차 배치 술에서 잘 익은 자두의 새콤달콤한 맛이 돋보였다면, 찹쌀과 녹두를 8:2로 만든 향미주국 누룩의 2 배치는 입에 착 달라붙는 질감과 농밀함이 매력적이다.

녹두 비율을 높인 녹두국으로 빚은 3 배치 술은 1, 2 배치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산미와 은은한 단맛을 기본으로 하되 여기에 자두·천도복숭아·청매실 등의 과실향이 느껴진다는 특징이 있다. 누룩 배치에 따라 조금씩 향미의 차이가 있지만 현재까지 출시된 1~3배치 술 모두 산미와 단맛의 밸런스가 훌륭하고 안주를 부르는 맛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맛과 향이 과하지 않은데다가 도수 또한 13.8도로 높지 않아 차례주로 올리고 음복하기에 좋다. 잡채나 생선찜, 고기 요리와도 두루 잘 어울리며 감칠맛이 상당해 LA갈비, 간장 게장 등과 같은 간장 양념 요리와도 궁합이 좋다.

쌀로 빚어낸 화이트 와인 아리아리

아리아리 ; 제이앤제이브루어리
아리아리 ; 제이앤제이브루어리

미각을 깨워주는 산뜻한 산미와 보드랍고 경쾌한 바디감, 입안 가득 퍼지는 포도·사과·멜론 등의 과실향. 얼핏 봐서는 화이트 와인이라고 착각할 만한 이 설명의 주인공은 일명 라이스와인이라고도 불리는 전통주 아리아리의 이야기다.

과일은 커녕 오로지 쌀과 누룩으로만 빚었는데 화이트 와인의 풍미라니, 이름처럼 아리까리한 술이다.

아리아리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J&J 브루어리의 작품이다. J&J 브루어리는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주휘와 그의 아내이자 아티스트인 줄리아가 2017년 탄생시킨 전통주 양조장으로 우리 땅에서 나는 곡물과 누룩, 효모를 이용해 약주인 맑은 술, 탁주인 흰 술, 소주에 해당하는 증류 술을 생산한다.

첨가물을 비롯해 환경에 영향을 주는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한다. 아리아리 역시 이러한 모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경기미 쌀과 국, 효모 및 정제수로 빚었으며 발효나 산화 방지, 맛을 내기 위한 화학첨가물은 사용하지 않았다.

포장에 있어서도 접착제를 사용하는 대신 얇은 실로 라벨을 병에 고정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라벨 속 그림이 배경미(줄리아) 대표 어머니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포장만큼이나 맛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쌀에서 비롯되는 은은한 단맛과 적당히 싱그러운 산미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과하지 않은 향미 덕분에 목에 걸리는 것 없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질감 또한 산뜻하고 경쾌하다. 혀에 달라붙는 듯한 끈적임, 그러니까 농밀하고 진득한 느낌 없이 부드럽다. 여기에 누룩이 주는 다채로운 과실향이 여운을 더한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매력에 어느덧 한 병을 비우기 일쑤.

알콜향이 적고 바디감이 가볍기 때문에 특별한 안주 없이도 홀짝홀짝 마시기 좋지만, 안주가 있어야 그 맛이 더 극대화 되는 게 술 아니겠는가. 대체로 화이트 와인과 페어링이 좋은 안주들은 아리아리와도 모두 잘 어울린다. 회나 생선구이, 치즈 등이다. 간이 세지 않은 나물 무침이나 맑은 조개탕 등도 좋다.

여린 쑥의 과감한 변신 쑥크레

쑥크레 ; 주방장 양조장
쑥크레 ; 주방장 양조장

막걸리만큼 친숙하고 쉬운 술이 또 있을까. 동네 구멍가게는 물론이거니와 대형마트,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막걸리 안파는 곳이 없고 청량한 탄산과 산미의 막걸리부터 쿰쿰한 발효향이 느껴지는 걸죽한 탁주 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에 취향껏 골라 마시기도 좋다.

요즘엔 20~30대 주조사가 운영하는 젊은 양조장에서 MZ 세대를 정조준 한 한 막걸리를 연일 출시하며 그야말로 막걸리 전성시대다.

쑥크레역시 젊은 양조장에서 만든 젊은 감각의 막걸리다. 달콤함을 뜻하는 프랑스어 수크레(sucre)’에 쑥을 합쳐 쑥크레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이 술은 이름 그대로 달짝지근한 쑥 막걸리다. 대전에 위치한 주방장 양조장이 만들었다.

쌀과 밀 누룩에 여린 쑥인 애엽쑥을 직접 말리고 덖고 볶아 넣은 후, 100일 동안 발효·숙성시키면 비로소 쑥크레가 탄생한다. 도수는 10도로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의 평균 알코올도수인 6도보다 다소 높지만 달큰하고 밀키한 맛에 가뿐히 들이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시는 방법이 꼭 정해진 건 아니지만 쑥크레의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맛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한다. 먼저 병을 흔들어 병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섞기 전, 위에 뜬 맑은 청주를 음미한다.

청포도를 연상케 하는 과실향이 코끝을 먼저 찌르고 이내 단맛과 신맛 뒤로 은은한 쑥향이 퍼진다. 이렇게 맑은 윗 부분의 맛을 본 뒤 병을 흔들어 침전물을 섞으면 불투명한 연한 쑥색으로 변한다.

흔들기 전 맛본 맑고 상큼한 맛 대신 우유처럼 부드러운 맛과 질감이 입안을 감싼다. 달콤 쌉싸름한 쑥 향이 혀를 깨우고 문득문득 느껴지는 과일향이 재미를 더한다.

잘 익은 포도의 풍미와 개운한 쑥 향이 동시에 느껴지는 쑥크레는 전과 같은 기름기 많은 음식에 딱이다. 전 한입 베어 물고 쑥크레 한 모금 마시면 기름기가 개운하게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다소 묵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 염도가 낮은 음식보다는 갈비찜 등과 같이 묵직한 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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