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자영업 1년새 약 5만 증가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 흔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가세
소상공인 핀셋지원 한목소리
임금인상분 中企에 전가 우려
최저임금을 비롯한 과도한 임금 상승세가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이른바 ‘임금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결국 중소기업계의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증감률로 봤을 때 2019년 2월부터 42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이는 2018~2022년 5년간 기록적인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41.6%) 추이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지난달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7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1.1%) 늘어난 433만9000명에 달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08년(456만7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통계청은 표본 조사를 통해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수를 집계해 매월 고용동향에서 공표하고 있다. 문제는 나홀로 자영업자가 2019년 2월부터 42개월 연속 증가세라는 점이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보면 2008년 456만7000명에서 2018년 404만2000명까지 줄었다가 2019년부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건비 비중 큰 외식업 직격탄
한국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과속 인상으로 지난 5년간 물가 상승률(9.7%)의 4배가 넘는 41.6%나 올랐다. 나홀로 자영업자도 2019년부터 공교롭게 상승추세가 가팔라졌다.
최저임금이 급속히 오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에 직접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임금 상승을 유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하자 중소기업계 현장에선 아우성이 빗발쳤던 것.
내년도 최저시급을 올해 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됐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무려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올해보다 9만6140원 늘어나게 된다. 특히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소상공인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외식업종에서 인건비 비중은 20% 이상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주는 부담감이 절대적일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송파구에서 부대찌개 전문점을 하는 A씨는 “편의점이나 요식업은 인건비 지출이 많아 부담이 큰 업종”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에 임금이 급격히 올라가면 홀서빙 종업원은 물론 주방 인력까지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탄했다.
A씨는 “인건비 말고도 올해 들어 식재료, 공과금 등 모든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지만, 메뉴판 가격을 쉽게 손 대지 못한다”며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때문에 손님들의 지갑은 닫고 있는데 대형마트는 초저가 할인으로 골목상권을 죽이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일반적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보다 더 영세한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19와 고금리 등에 대응해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을(乙) 중의 을’을 고려한 핀셋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력, 돈따라 얌체 이직도
임금발 인플레이션은 소상공인의 골칫거리를 넘어 중소기업계 전체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인상에 고물가 상황까지 겹쳐 올해 전체 임금인상률이 5%대를 돌파했다. 다수의 생산인력이 필요한 제조업종의 중소기업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기업체 임단협을 통해 노사가 지급하기로 합의한 협약임금 인상률(총액 기준)은 5.3%에 달한다. 지난 3년간 3%대 인상률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임에 틀림이 없다.
5%대의 임금인상률은 100인 이상 사업체의 상반기 잠정치지만, 인상률로 따지면 2003년 6.4% 인상 이후 19년만에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문제는 이러한 급격한 임금 인상이 현재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경제여건 속에서 중소기업에도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임금 인상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서비스나 제품 가격을 올려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가격 전가능력이 떨어져 대응방안이 전무하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임금발 인플레이션’의 부담을 나홀로 짊어지고 공장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납품 중소기업 대표 B씨는 “최근 들어 대기업과 IT 등 일부 업종의 임금이 상승추세에 있다는 언론보도를 자주 보게 되는데, 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다른 산업군과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이 되는 건 시간의 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금형 제조 중소기업 대표 C씨는 “뿌리업종은 이미 현장에서 일할 일손이 절대 부족인 상황인데다가 어렵게 배정을 받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다른 곳보다 임금인상이 적으면 곧바로 직장을 이직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급여를 줘야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지 정말 막막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 혼자 또는 무급가족 종사자와 함께 독립적인 형태로 전문적인 업을 수행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을 말한다. 배달 대행업체 등에 소속된 플랫폼 근로자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