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중소기업의 업종변경 심의 신청 0건에 불과한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 대통령, 김지원 레드윗 대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날 김기문 회장은 현재 중분류로 돼 있는 가업상속공제의 업종변경 제한 요건을 완화(폐지)해 달라고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 대통령, 김지원 레드윗 대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날 김기문 회장은 현재 중분류로 돼 있는 가업상속공제의 업종변경 제한 요건을 완화(폐지)해 달라고 건의했다.

윤석열 정부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중점 과제인 기업승계 활성화정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세제개편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최근 기업승계 현장 애로를 점검한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기업승계 관련 업계의 오랜 숙원과제에 대해 현행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는 원칙론을 내세워 아쉬움을 자아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31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가업승계 중견기업인 와이지-을 방문했다. 이날 방 차관은 가업승계 세제지원 등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의 성과를 확인하고 가업승계 과정에서의 애로사항 등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 방안을 담았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범위를 기존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늘렸고, 피상속인 지분 요건도 일부 완화했다.

문제는 이날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이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가업을 승계받은 기업이 급변하는 산업 여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 유지 요건 폐지 등 가업상속공제 요건 추가 완화를 검토해달라는 건의에 대한 답변에서 불거졌다.

방 차관은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지만 업종 유지 요건을 폐지해달라는 업계의 요구엔 완전 폐지에 앞서 현행 평가심의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답했다.

지난 2020년 기재부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76을 고쳐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내 업종변경을 허용하면서 중분류 이외에 대분류 업종 변경을 하려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서 허용 절차를 밟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차가 됐지만, 실제로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 업종 변경을 신청한 건수는 ‘0’건으로 기업승계 현장에선 도움이 전혀되지 않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김포시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혹시 업종변경 심의를 신청했다가 불가 판정이 나게 되면 하루아침에 세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 가업을 유지하고 자체적으로 회사를 더 성장시키려고 업종을 변경하는 걸 왜 정부가 불법인지 아닌지를 심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정책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업종변경 제한은 성장 걸림돌

실제로 기업승계를 추진하는 많은 중소기업은 업종변경 제한 요건이 신속하게 폐지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기술·서비스 융합 가속화와 생산인구 감소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혁신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이 나라를 살린다는 주제로 지난 524TV조선 특집다큐로 방영한 프로그램에선 기업승계시 업종 유지 요건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겪는 사례도 보도됐다.

기업승계 중견기업 찾은 방기선 기재부 차관

현행 평가심의위 활용 방안 우선 고려해 달라


대분류 변경시 심의위 판단에 기업생존 갈림길

부결시엔 세금 폭탄전형적인 탁상공론 정책


급변하는 경영환경 대응·기업 재도약 위해선

2세 경영자의 업종 확장과 변경은 필수불가결


김기문 회장, 6월첫 경제회의서도 폐지건의

추경호 추가 보완中企 약속 반드시 지켜달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빅드림 문구가 바로 그런 경우다. 1990년대 지역의 작은 문구점으로 시작한 빅드림이 커다란 경영적 변화를 갖게 된 것은 기업승계가 시작되면서부터다.

2세 경영자인 여상훈 실장은 기존의 단순한 문구 유통을 넘어 새로운 브랜드와 교구를 런칭하면서 제조업과 판매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까지 급속도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여 실장은 경영에 참여한 이후 매출을 5배 정도 신장시켰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여 실장은 막상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다시 들여다 보다가 제도를 전혀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당했다. 기존 유통 업종과 다른 대분류 업종인 제조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여 실장은 저희가 업종이 변경돼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건데, 제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서 매출도 키우고 고용도 늘렸다그런데도 오히려 세금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건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기업엔 전폭적 세제지원 역차별

중소기업계는 이러한 업종 유지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며 대기업과 차별화된 기업승계 제도의 실상을 지적해 왔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다면 대기업은 얼마든지 투자를 하고 이에 따른 세제지원을 정부로부터 전폭적으로 받는다하지만 기업승계를 하는 중소기업은 업종 변경 제한이라는 족쇄에 꽁꽁 묶여 기존에 하던 업종에서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616일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정책 방향회의에서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기업승계시 업종 변경 제한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김기문 회장은 이번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상속세 납부유예, 증여한도 확대 등 전향적인 기업승계 활성화 정책이 포함돼 있어 반갑다면서도 여전히 업종변경 제한과 최대주주 지분율과 같은 복잡한 요건들이 기업승계 제도 활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회장은 이날 현재 중분류로 돼 있는 업종변경 제한 요건 완화 피상속인 최대주주 지분요건 완화(비상장사 : 50%30%, 상장사 : 30%15%) 등을 현장 건의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는 이번에 개선된 기업승계 특례제도 이외에도 김기문 회장의 건의 내용을 반영해 추가 보완하겠다고 현장에서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기재부 차관이 기업현장 간담회에서 답변한 현행 제도 활용은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부총리와의 엇박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계는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대통령이 주재한 현장 토론회에서 김기문 회장에게 약속한 업종 변경 제한 요건 폐지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민의힘 홍석준 국회의원은 중소기업 기업승계의 걸림돌이 되는 업종변경 제한 등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과도한 요건을 완화하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지난 127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홍 의원은 상속공제 제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개선에도 기업승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업종 변경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및 일본 등 해외에서는 기업승계 지원 제도 운영 실적이 매우 높다. 독일은 업종유지, 경영기간 제한이 없어 기업승계 세제지원 건수가 연간 13000여건에 이른다. 일본은 지난 2018년 기업승계 특례제도 도입 이후 연간 신청건수가 3800여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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