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통합 인증제도 개혁 시급하다

지난 8월 1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부담 완화를 위해 한국산업표준(KS)·녹색 인증 등 8개 분야 인증의 유효기간이 연장되고 국가통합인증마크(KC) 안전인증 등의 심사 수수료가 한시적으로 감면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청주 소재 충북 테크노파크에서 장영진 1차관 주재로 열린 인증기업·인증기관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산업부 소관 인증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인증제도는 제품의 품질·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지만 유사·중복 인증, 과도한 인증 취득·유지 비용이 기업 활동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산업부는 우선 품질·환경 등 분야의 8개 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해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재심사·재시험 등의 중소기업 부담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표지인증 손질 시급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통합적인인증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처별로 인증 및 검사 제도의 개선책을 내놓기보다는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통합적인 인증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표적인 사례가 각종 부처별로 난립하는 중복 인증제도문제다. 지난 81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중복 인증제도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날 김명희 대정워터스 대표는 매년 KC·KS·환경표지인증 등으로 수도꼭지 인증 수수료로만 2500만원이 나가고 있다환경표지인증은 분명 임의인증임에도 강제 조항처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강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명희 대표는 중복된 인증제도를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대정워터스는 김포에서 수도꼭지와 샤워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김 대표의 지적대로 KSKC인증은 의무인증이지만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환경표지인증은 임의인증이다. 문제는 환경표지 미인증 제품(수도꼭지, 샤워기)을 설치하면 관련 지자체의 수도사업소에서 준공을 받지 못하는 애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유효기간 연장·수수료 한시 감면했다지만

수도꼭지 中企 “KC·KS에 환경표지인증까지 부담


승강기업계에선 행안부 이관 후 규제수준 세계1

한덕수 총리 별 차이가 없다면 인증통합이 바람직

정부 입장에선 사소한 인증제도 1개를 추가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선 경영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수장이 참석해 중소기업계가 건의한 중복인증 애로 해결에 대해 긍정적인 화답을 했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KS, KC인증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환경표지인증은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에서 오히려 판매에 우선구매 혜택을 주려는 취지였지만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이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세 가지 인증이 별 차이가 없다면 통합하는 방안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한 총리는 김명희 대표의 건의 내용에 대해서 직접 규제해소 방안을 제시하고 해당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제도개선을 재차 주문하는 등 통합적인 해결책에 힘을 실었다.

 

유럽의 3배 넘는 승강기 인증

중소기업계가 겪는 또 다른 규제 애로는 안전 중심에 매몰된 인증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과도한 인증을 적용받는 승강기산업계다.

지난 7일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 서면 건의로 승강기산업 진흥을 위해서라도 전담부처를 행안부에서 산업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강기산업 관리는 주무부처가 산업부에서 2009년 행안부로 이관되면서 산업의 진흥 보다는 안전 규제 일변도로 발전해 왔다. 더욱이 20193월 승강기에 인증제도를 도입하면서 해외보다 과도한 기준으로 중소기업계의 행정 및 인증수수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승강기공업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인증제도가 강력한 유럽도 승강기 6개 부품에 대한 강제인증이 있는 반면에 한국은 승강기 14개 부품, 에스컬레이터 6개 부품 등 총 20개의 강제인증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국가의 승강기산업 소관부처가 행안부와 같은 규제부처가 아닌 진흥부처에서 맡고 있다는 점에서도 승강기산업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산업부로 이관 건의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는 각 지방정부의 산업 및 건설부가,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승강기산업 인증제도를 담당하고 있다.

승강기산업의 중소기업계는 현행 인증 및 검사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2019년부터 시험 및 인증을 독점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공단에 일감이 몰리면서 인증처리 기간이 늦어져 중소기업이 납품기일을 어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이로 인해 지체보상금을 중소기업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정말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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