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개월째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렸다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중국의 봉쇄조치,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 등으로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지난 6월 그린북을 통해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힌 데 이어 넉 달째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7% 올라 전월(6.3%)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국제 유가의 하락 등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여름 성수기 수요 증가로 개인서비스 물가는 6.1% 상승해 전월(6.0%)보다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유가 전망, 기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올해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상방 리스크(위험)가 작지 않아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 중국 등의 경기 상황도 밝지 않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1년 전보다 8.3% 올라 시장 전망치(8.0%)를 웃돌았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6.3% 상승해 전월(5.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금융시장도 큰 변동성을 보였다.

기재부, 그린북 9월호서 분석

반도체 수출 26개월만에 감소

전체 민간소비는 소폭 개선세

중국의 지난 8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1% 늘어나는 데 그쳐 전월(18.0%)보다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정부는 미국 경제는 높은 물가 수준과 주택시장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 폭염 및 가뭄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내수 둔화로 생산자 심리가 지속해서 약화하고 있으며 수출 증가율도 전월 대비 큰 폭으로 둔화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나는 데 그쳐 석 달째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948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종전 역대 최대인 지난 1월 무역적자 규모(49500만달러)보다 40억달러 이상 늘었기 때문에 (8)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존재한다다만 서비스 수지나 소득 수지 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적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는 완만한 개선세를 보였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07000명 늘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증가 폭은 점점 둔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대표적 대면서비스업인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계절조정 기준)는 전월 대비 4.4% 올라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재화에 대한 소비를 보여주는 7월 소매판매는 0.3% 줄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다섯 달 연속 감소했지만, 대면서비스업의 호조 등으로 미뤄봤을 때 전체 민간소비는 개선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8월 카드승인액은 1년 전보다 18.4% 늘어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카드승인액은 경상 금액 기준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영향이 있다. 그러나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 봐도 민간 소비의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이 과장은 민간 소비가 경기를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다소비는 물가 상승,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등의 제약요인들이 있어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회복세는 유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소매판매의 경우 할인점 매출액과 카드의 국내 승인액 증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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