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6일 임명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4달만이다. 중소기업은 그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통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의 수장이 될 새로운 공정거래위원장이 조속히 임명되기를 바라왔다. 누구보다 공정상식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었기에, 공정거래위원장은 그 가치를 실현시킬 가장 중요한, 가장 기대가 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35.9%의 중소기업이 타기업에 납품을 하는 수급기업이며, 이러한 수급기업의 81.4%가 납품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을 만큼 거래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조속히 임명돼 불공정거래를 시정하고 공정한 거래문화를 조성해 주길 중소기업계가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임명된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법학을 전공하고 학계의 경험과 더불어 행정 경험도 갖춘 상법 전문가로서, ·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줄 적임자로 중소기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이 한기정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중소기업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힘의 불균형에 따른 불공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경영여건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이 제때에,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거래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현재 공정거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산적한 현안들이 많다. 먼저 최근 경영계의 가장 큰 화두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고착화된 갑을관계로 인해 대기업의 선의나 자율에만 맡겨서는 납품단가 제값받기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정부에서 시행 중인 시범운영과 병행해 법제화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납품단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도 근절해야 한다. 최근 과도한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인한 레미콘업계의 파업 예고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수의 대기업이 독과점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 원자재 공급 시장에서의 반칙과 불공정한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시정해 나가야 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도 개선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이 제조업 중심으로 집행이 돼온 까닭에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온라인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법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다. 과도한 수수료, 광고비 부과 등 과거 유통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이 답습하고 있는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개선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대기업의 담합과 생존을 위한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면 안된다. 거래조건에 대해 협동조합이 대기업과 단체협약을 할 수 있게 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활용해 대기업과 협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산적한 현안들을 해소함으로써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나라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국정목표를 이루는 데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선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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