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의 숙원이던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2008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검토된 이래 14년 만이다. 이로써 대·중소기업 관계가 위험 전가에서 분담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시범사업에는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위탁기업 41곳과 294곳의 수탁기업까지 모두 335곳이 역사적인 상생의 배에 올라탔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불완전하나마 시범 운영까지 14년이나 걸린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들의 강력한 반대와 이들의 편에 선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도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하기보다 민간 자율의 상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중소기업인 출신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부터다. 이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해 봐서 납품단가 문제에 관한 시장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연동제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니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운영은 이 장관의 소신이 만들어 낸 정책행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계에선 자율적인 시범 운영에 대해 우려가 크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기업 간 자율로 시행하면 참여 범위가 제한적이고 내용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적 참여 의무가 없는데 수탁기업들이 알아서 참여할 리가 없다. 수탁기업의 선의에만 기대는 시범 운영은 한계가 있다. 계약 내용도 극히 일부만 약정될 뿐 구체적인 것은 자율로 결정하게 했다. 결국 납품단가 연동 품목과 조정 비율, 연동 기간 등이 협상력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납품단가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크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 결과, 원자재가격 상승에도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국민의 94.5%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도 중소기업계의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요구에 찬성의견을 보여줬다. 바람직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기 위해 최소한의 주요 조건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국민이 10명 중 9(88.7%)에 달했기 때문이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이다. 국회 역시 여야가 강한 입법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내용을 담을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각각 6건씩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상정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정부 역시 법제화 의지가 높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는 연내 법제화를 공언하고 나설 만큼 적극적이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대한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14년 전 우물쭈물하다가 입법 시기를 놓쳤다. 그동안 납품단가 문제로 가슴 치며 살아 온 중소기업인을 위해서라도 결코 이번만은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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