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칼럼니스트
김광훈-칼럼니스트

오래전 한 호텔에서 열린 직원 근속 축하연에 부서장 자격으로 참석했을 때다. 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남자와 동석을 했고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그 호텔의 대주주인 건 알았지만, 이 씨 왕가 사람인 건 몰랐다. 왕정이 이어졌어도 그가 왕이 됐을 확률은 낮았겠지만, 자을산군(성종), 광해군, 연잉군(영조), 하성군(선조) 등 대군이 아니어도 등극한 경우가 적지 않으니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미국도 건국 초기에 한 때 왕정을 고려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통령제가 사실상 없었을 때니 그럴 만도 하다. 아무튼 그 이후는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은 대통령제의 종주국 역할을 했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한미한 집안으로 기울었지만, 양녕대군의 16대 손이기도 했던 우남이 대통령제를 선호했고 이를 실행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제는 몇 가지 불가피한 단점이 있지만 아직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제도인 것으로 보인다.

천하의 베컴도 13시간이나 기다려 영국 여왕을 조문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니 그녀가 영국을 넘어 영연방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긴 해도 새로운 왕에 대해 악수만 하는 것뿐인데영국 일반 근로자의 천 배나 되는 봉급을 챙기는 등 왕실 유지에 소모되는 막대한 예산집행이 부당하다는 볼멘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결말이 좋진 않았지만, 세계사에서 드물게 500년 이어진 왕정의 전통에 대한 향수가 우리도 조금은 남아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실권이 없는 왕이라 해도 종신제는 민주화를 이뤄낸 국민으로서 감내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11명의 대통령을 지켜봤는데, 대통령이 역할을 잘 못할 때면 참으로 시간이 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삼족이 멸할 수도 있는 모험인 반정 외엔 정권교체의 방법이 없던 과거 왕정시대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가.

대주주인 국민이 고용한 CEO의 직무 수행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진영 논리에 갇혀 팝송 수지 Q’의 가사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무조건 다 좋고 용서가 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규모 자영업자와 동병상련인 필자로서는 중소기업의 현실과 발전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각종 대못을 빼주며 경제와 안보가 튼튼해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상머슴이 최고다. 물가를 못 잡으면 경제가 망가지니 이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 돈을 거둬들여야 할 테고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미국 금리가 오르면 대미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3()는 세 개의 유리 공을 혼자서 공중에 던지고 받는 저글링 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이런 가운데 폭우로 인해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동네를 산책하면서 반지하 주택을 흔히 보는데, 지상만은 못하지만 햇볕도 잘 들고 지대가 약간 높아 물난리 걱정이 전혀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폭우 때는 침수 우려가 있는 곳도 있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 필자도 잠시 살아봤지만,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다양한 부류가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하는 청년들 또는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를 노리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더는 경제활동이 어려워 추가적인 수입이 없는 노년층일 수도 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현시점에선 경제적 약자라는 점이다. 반지하 주택을 당장 다 없애겠다는 게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구체적인 방안은 전문가의 영역이겠지만, 차라리 각 반지하 주택 별 침수 위험도를 주거에 부적합한 곳, 차수막 등으로 보완하면 위험이 적은 곳 등으로 세분화해 긴급한 곳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해야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처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단발성, 즉흥적 대책보다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럴 때일수록 선별적,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이는 중소기업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역, 업종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다를 수 있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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