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우리 경제 실적은 지난 상반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지난 8월 무역수지 적자액은 95억 달러이고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적자이지만, 상품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들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경제당국은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관론이 더 강화되고 있다. 8월에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의 무역수지 적자액은 103억 달러로 12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1996년 하반기 이후 가장 큰 반기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3503억 달러의 역대 최고 반기 수출액을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무역수지 적자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 정도 수습될 수 있어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경제당국은 예상했다.

또한 무역수지와 유사한 개념인 상품수지가 흑자라는 점을 들어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를 희석시키고자 했다. 참고로 무역수지는 우리 관세청에 신고된 수출입을 대상으로 하는 통관 기준인 반면, 상품수지는 통관 후 수입업자에게 전달된 경우 수출입 실적으로 잡는 인도 기준에 따라 작성되므로 약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상품수지 기준 수입에서는 운임과 보험료를 계산하지 않게 됨에 따라 수입액이 줄어들게 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상품수지조차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수입증가율 급등에 비관론 강화

자재·물류비 인상 등 악재 산적

당국, 中企수출 걸림돌 제거해야

자연재해 발생, 광물에너지 투자 위축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은 줄어든 반면, ‘위드 코로나전환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급상의 격차가 발생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다. 수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으나 전적으로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에너지 수입액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도시의 봉쇄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고 있고, 중국에 의존하는 중간재 가격이 크게 올라 중국발 무역수지 적자 요인도 가세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경쟁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국내 규제 등이 수출애로 요인으로 자주 지적됐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수출애로가 나타나고 있다.

무역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중소기업들이 겪는 수출 부진의 주요 요인은 원부자재 수급난과 가격 상승, 현지 시장 수요 감소, 물류비 인상과 선복 확보 애로, 환율과 수입가격 인상 등이다. 경제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달러당 환율은 1400원을 넘었고, 슈퍼 달러화에 유럽이나 일본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불리한 국제통상 환경은 구조적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틈새시장 공략의 중요성은 커진다. 무역금융 확대, 플랜트 수출 관련 중소기업 동반 진출 지원, 국내외 상품 전시회와 박람회 경비 지원 등을 통해 틈새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통상환경 조성에 대한 정보는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코트라와 무역협회 등 수출 지원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코로나 3년을 거쳤고 최근 세계적인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국가별 변화된 소비성향을 조사해 중소기업들에게 널리 보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좁아진 시장이지만 그린·디지털, 바이오, 건강, 화장품, 포장식품 등 새로운 수출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현지 마케팅 지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물류 애로 해소, 현지 안전검사 및 인증 확보 등 중소기업 수출 걸림돌 제거에 통상당국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