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성용(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국책연구원 KDI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도 자체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이 같은 주장은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見樹不見林)는 우를 범하는 단견에 불과하다. 현재 그나마 몇 안되는 중소기업들의 실효성 있는 보호막이 되는 제도를 폐지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기업생태계의 극심한 변화에 따라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폐지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 아닐 뿐더러 중소기업의 보호·육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는 중소기업들을 돕기는커녕 목줄을 죄고 수렁으로 밀어 넣는 일에 다름 아니다.

KDI적합업종 제도는 모든 업종이 언제든 적합업종 대상으로 지정돼 시장 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2011년 무분별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아닌 대·중소기업 상생이 목적인 일종의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일부 업종·품목에 한해 지정·운영돼 왔다. 적합업종 지정 기간도 3(최대 6)으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만 부여한다.

2006년 말 고유업종제도 폐지 후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대기업 진출이 확대돼 중소기업 경영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사업영역 보호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선정을 통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야말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존 문제인 동시에 한국 경제의 건실한 성장의 주요 관건이다.

中企 영역 보호는 경제성장 핵심

·中企 상생 위한 사회적 합의

건실한 경제구조 위해 유지 필수

중소기업 기본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은 99.9%, 중소기업 종사자는 82.7%, 매출액은 48.7%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1%에도 못 미치는 대기업들은 자율성과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압도적인 자금력과 정보력을 앞세워 무차별적인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침범하고 잠식해 왔음이 사실이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자칫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야기하거나, 관련 제품 수입 유발, 기술 발전 제약 등과 같이 우리 경제 전반에 여러 부작용과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를 자아내기도 했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제도는 대기업에 대해 반경쟁질서적이고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규제함으로써 오히려 경쟁질서가 보다 효과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정책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중소기업 간 균형 성장에 의한 경제구조의 건실화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계속 유지돼야 할 사안이다. 이와 함께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와 합리적 역할 분담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 나아가 많은 강소기업을 배출할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대기업을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 내수산업을 키우는 측면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에서처럼 기술개발·품질향상 노력을 게을리하는 폐해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 간 효율적인 협력체제 조성으로 극복 가능하고,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하면 해결될 수 있다.

지금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존폐를 경제논리로 따질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이 제도가 중소기업들에 대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동시에 성장 엔진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정착됨으로써 자본·기술에서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안정적 발전을 돕고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의 활발한 기업가 정신 발휘, 적극적인 혁신활동, 지속적 기술개발에 의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

더 이상 시간 소모적인 존폐여부에 대한 발상과 논쟁을 멈춰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교훈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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