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로봇이 등장했다. 머스크가 만든 테슬라 로봇 이야기다. 지난 93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테슬라 AI데이 행사는 이름과는 달리 인공지능이나 반도체보단 로봇 데이 행사에 가까웠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직접 무대에 올라서 옵티머스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정확하게 1년 전 2021년 테슬라 AI데이에서 머스크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공개했었다. 당시만 해도 로봇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람이 스판덱스를 입고 나와서 다소 웃기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준 정도였다. 테슬라가 로봇을 개발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화제가 됐지만 정작 시장의 관심은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량과 인도량에 집중됐다.

그런데 불과 13개월만에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옵티머스는 두 발로 걸어서 스스로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머스크, 또 세상 바꾸나

물론 테로봇의 완성도는 아직 상용화하기엔 무리다. 프로토타입인 탓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를 닮은 로봇을 뜻한다.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리거나 팔 대신 포크레인이 달린 게 아니라 실제 인간처럼 관절과 손가락이 달린 인간형 로봇이다.

당연히 훨씬 개발이 어렵다. 테로봇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건 한계다. 테슬라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만 놓고 봐도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각종 전선이 연결돼 있다. 일런 머스크 자신도 아직 두뇌가 장착돼 있지 않아서 개선하고 상용화할 여지가 크다고 인정했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의 활기찬 모습에 비하면 분명 갈 길이 멀다. 그런데도 테로봇의 파괴력이 주목하게 되는 건 머스크가 대량생산을 약속하면서 2만 달러 이하라는 소비자 가격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2만 달러면 요즘 높아진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한화로 3000만원 이하다. 중형 자동차 한 대 가격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 수 있는 날이 온다는 얘기다. 머스크와 테슬라의 선언이라서 더 의미가 있다.

10년 전 머스크는 전기차 대량생산 시대를 약속했지만 당시만 해도 아무도 곧이 듣지 않았다. 결국 머스크가 옳았다. 전기차의 대량생산 시대는 열렸고 테슬라 뿐만 아니라 경쟁 자동차 메이커까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사업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유가 상황은 전기차 침투율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는 이미 한번 미래를 바꾼 것이다. 머스크가 또 한 번 미래를 바꾼다고 하면 세상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지난해 AI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밝히고 2개월만에 프로토타입의 설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테로봇의 강점은 관절이다. 옵티머스의 관절에는 액추에이터라고 불리는 전동 모터가 붙어 있다. 인간의 몸에 비유하자면 도가니다.

테로봇의 무게는 73에 불과하다.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가볍다. 반면에 각각의 도가니 액추에이터의 파워는 500을 번쩍 들어올 수 있다. 테로봇엔 이런 액추에이터가 28개가 달려 있다. 테로봇 하나가 어마어마한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근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테로봇 옵티머스의 몸통엔 2.3킬로와트시 전력의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무엇보다 테로봇의 손에는 6개의 전용 액추에이터를 통해 11개의 자유도가 구현된다. 쉽게 말해 우리가 팔과 손을 써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동작이 가능하다. 손가락까지도 움직일 수 있어서 물건을 집거나 들 수 있다.

이런 높은 자유도를 지닌 로봇을 테슬라와 머스크는 가정용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미 산업용 로봇의 보급은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도 로봇이 자동차를 만드는 스마트팩토리다. 인간의 힘든 육체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니다. 기능에 따라 최적의 디자인을 구현한 탓이다. 팔만 있거나 바퀴만 있는 경우다.

반면 테로봇은 이제까지 로봇이 쓰이던 산업 현장을 넘어 소비자가 있는 가정용 시장을 노리고 있다. 사실 빨래나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 일은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이다. 그러면서도 고도의 두뇌 활동과 정교한 운동 능력을 필요로 한다. 20세기 후반 백색 가전 혁명은 가사 노동의 일부만을 해결해줬을 뿐이다. 냉장고와 청소기와 식기세척기는 요리와 청소와 설거지를 쉽게 만들어주지만 완전히 해방시켜주지는 못한다.

반면 테슬라의 옵티머스 테로봇은 실용화만 이뤄진다면 인간을 대신해서 가사 노동을 해결해주는 노동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테슬라가 구태여 옵티머스는 개발하기 어려운 휴머노이드로 설계한 이유다. 인간의 삶 속에 침투해서 가사 노동을 대신하려면 인간과 가장 닮아야 한다. 로봇 1대가 청소기와 세탁기를 모두 합친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노동시장서 인간과 공존

테로봇이 B2B 산업시장 대신 B2B 가전시장을 노리는 건 로봇 시장의 판도와 노동시장의 변화에 모두 중요한 변수다. 로봇의 급격한 보급은 육체 노동 시장에서 인간을 퇴출시킬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운송 시장이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운전을 해서 생계를 꾸리는 인간의 노동이 위협받게 된다.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처럼 로봇 기계를 파괴하자는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면 가사 노동 시장에선 이런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대당 3000만원으로 모든 가전 제품을 대신할 수만 있다면 소비자들도 환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사노동은 무임금이다. 엄마와 아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결하는 허드렛일이란 말이다.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면 인간이 노동할 권리는 빼앗지 않을 수 있는 시장이 가사노동 로봇 시장이다. 테슬라는 여길 노리고 있다. 조만간 CES에서 테로봇의 진화된 버전이 공개될 가능성도 높다.

머스크, 옵티머스 시제품 공개

산업현장 아닌 가전시장 겨냥


관절·손가락 동작 고도화 가속

조만간 진화된 버전 공개 시사


수년내 대량생산·상용화 선언

가정에 3천만원 이하로 보급

산업 현장에선 테로봇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보단 엑소스켈레톤 로봇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엑소스켈레톤은 아이언맨 슈트와 같다. 인간이 입는 로봇을 뜻한다. 외부에 뼈대가 있어서 엑소스켈레톤 그러니까 외골격 로봇이라고 불린다. 인간이 지닌 육체적 한계를 로봇이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테슬라 AI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테슬라 AI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대신 인간의 지능은 그대로 활용된다. 인간과 로봇의 하이브리드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택배 배달 현장에서 엑엑소스켈레톤 로봇이 활성화되면 택배 운송의 과로위험은 낮추고 배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와 완전 전기차가 공존하듯이 로봇 시장에서도 엑소스켈레톤과 휴머노이드가 공존하는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 로봇 시장의 표준이다.

테슬라가 이렇게 로봇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표준을 만드는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는 로봇 개발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의 기술적 교집합이 크기 때문이다. 테슬라 AI데이에 참석한 엔지니어는 우리는 기술을 바퀴에서 다리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자율주행에 쓰이는 머신러닝과 라이더 기술이 옵티머스 로봇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도로에서 장애물을 찾는 것과 거실에서 장애물을 피하는 것의 원리는 비슷하다. 다만 슈퍼컴퓨터한테 학습시켜야만 하는 데이터가 다를 뿐이다. 도로 표지판이냐 집안 구조냐의 차이다.

배터리 역시 차량용과 로봇용이 무게만 다르지 원리는 같다. 둘다 안전하면서 오래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제조사다. 스티브 잡스가 모바일 혁신에서 보여줬듯이 머스크도 테슬라를 통해 이런 개발 방식이 기술 혁신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13개월만에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들이다.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경쟁 치열

지금 테슬라는 엔비디아와 치열한 자율주행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와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 드라이브 토르가 맞대결을 벌이는 모양새다. 둘 다 원리는 같다. 슈퍼컴퓨터한테 주행 빅데이터를 입력해서 운전기량을 높이는 것이다. 테슬라가 일본어로 훈련도장을 뜻하는 도조를 슈퍼컴퓨터의 이름으로 정한 이유다.

테슬라의 올해 차량 생산량 목표는 140만대다. 이미 테슬라한텐 대량의 주행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걸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상의 메타버스 데이터를 통해 슈퍼컴퓨터 토르를 훈련시킨다는 얘기다. 결국 도조와 토르는 거리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장차 로봇 시장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반도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테로봇을 시중에서 구매하려면 최소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테슬라 전기차가 처음 등장했던 2010년대 초반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당시에도 테크에 민감한 트렌드세터들이 아직은 부족한 테슬라 전기차를 사들이면서 테슬라를 지탱해줬다. 테슬라의 높은 주가 역시 테슬라한텐 에너지가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테로봇을 현실화시키는 건 시장과 소비자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전과 다른 것은 이번엔 머스크와 테슬라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가진 지지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테로봇이 온다. 지구상의 모든 빨래와 요리와 설거지를 대신하러. 그것만큼 지구 평화에 이바지하는 일도 없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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