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한전은 전기요금 조정 및 요금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요금인상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선안으로 인해 대다수 전기소비자는 10월부터 연초보다 15% 이상 급등한 요금고지서를 받아보게 된다.

산업용 소비자는 부담이 더 커진다. 한전은 모든 전기요금에 대해 kWh2.5원을 인상했는데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은 적게는 4.5원부터 많게는 9.2원을 추가로 더 부담하게 했다. 시간대별 요금체계도 조정했다.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 비율은 현행과 동일한 10:8:6으로 유지하고 시간대만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지만, 52시간제 등으로 근무시간에 민감해진 현장의 혼란과 비용은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삼중고에도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산업계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불편해 하는 것은 요금인상 자체가 아닌, 용도별 차등인상으로 산업용에만 고통을 분담시킨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공급원가를 기준한다는원가주의원칙으로 산정된다. 이 원칙이 담긴 새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은 지난 7,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9월말 공개된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도 재확인됐다.

문제는 이미 산업용은 충분히 원가를 회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9년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이 103.8%에 달한 것에 비해, 주택용은 74.6%, 농사용은 37.1%에 불과했다. 이는 첫째 산업용은 고압전력을 사용해 송·배전 단가가 낮고, 둘째 부하가 일정해 발전단가가 높은 석유·LNG를 덜 사용하기 때문이다. 산업용에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의 위기대응이덜 쓰는정책에만 치중되고덜 내는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이다. 지난해부터 EU 27개 회원국 중 세금감면 정책이 도입된 국가는 20개국, 소매가격 규제정책 도입국가는 11개국에 달한다. 독일은 1kWh6.5센트씩 부과했던 재생에너지부담금을 올해 13.7센트로 절반 가까이 인하했고 내년 1월부터는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부가세 인하는 커녕 감사원, 국회 등에서 과도한 여유재원 조성 등의 사유로 수차례 요율인하를 권고했던 전력기금 부담금조차 검토가 어렵다고 한다. 요금총액에 3.7%가 부과되는 전력기금부담금은 요금이 인상될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올해만 2조원 넘게 징수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를 감면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전기료가 제조원가의 20%를 넘나드는 주물, 열처리 등 뿌리산업에 대한 지원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뿌리산업은 산업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임·가공 업종으로 영업이익이 낮고 경영여건이 열악하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뿌리산업이 변압기 등 노후시설 교체지원을 통해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지원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의 표현대로 지금이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위기라면 위기극복을 위해 입체적이고 전례 없는 지원대책도 조속히 마련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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