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외부감사비용 등 각종 회계부담에 따른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는 회계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의 회계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5일 밝혔다.

특히 이번 합리화 방안에는 소규모 상장사의 외부감사 면제를 비롯해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운영해 회계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재무제표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계가 대형 상장사와 동일한 회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효과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을 금융당국이 수용한 결과다.
 

·중기 동일 규제는 비합리적

우선 소규모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부담이 줄어든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재무제표를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신뢰성 있게 작성·공시하기 위해 회사에서 설계·운영하는 내부통제 제도다.

당초 내년부터 모든 상장사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가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자산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상장사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면제하도록 외부감사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제도 시행으로 평균 회계감사 시간이 10% 이상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감사보수도 증액되는 상황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확대는 중소기업의 감사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었다자산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상장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면제는 중소기업 감사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회계 및 외부감사제도는 1.5%의 대기업(전체 외감대상 기업 중)에 적합하게 설계돼 중소기업에게는 애로점이 많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에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각종 제도를 형식적으로만 준수하는 사례가 많았고 규제 집행도 쉽지 않았다. 이번 금융위가 발표한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 방안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해석된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외부감사법이 정부 계획대로 연내 조속히 개정되기를 희망한다추가로 중소법인의 회계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외부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도를 폐지하거나 선택적 지정제도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행 주기적 지정제도는 기업이 6년 동안 외부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뒤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금융위, 회계부담 완화안 추진

중소기업 별도 감사기준 제정


외부감사인 주기적 지정 폐지

중기중앙회, 선택적 지정 제시


과도한 보수·고압적 감사 불만

증선위 지정 후 감사비용 2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주기적 지정제도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제도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도록 하는 외부감사인 지정제도를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복수 추천하면 증선위가 선정하는 선택적 지정제도로 개편하거나 장기적으로는 기업 스스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자유선임제(지정제도 폐지)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9년 주기적 지정제도 도입 후 감사 보수가 무려 2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인이 지정된 회사의 평균 감사 보수는 올해 29100만원으로 주기적 지정제 시행 이전인 201812500만원의 2배가 넘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증선위가 지정한 회계법인과 계약하면서 3000만원 가량이던 보수가 지난해는 3억원까지 10배나 뛰었다과도한 보수는 물론 고압적 감사 방식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회계부담 이중고(二重苦)’에 빠졌다고 한탄했다.

 

회계감사 비상장사 범위도 축소

이밖에도 금융위는 이번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 방안을 통해 상장기업에 준하는 회계감사 규제가 적용되는 대형 비상장사 기준은 현행 자산 1000억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아울러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외부감사인 검토 의무가 부여되는 비상장사 기준도 현행 자산 1000억원 이상 기타 비상장사에서 5000억원 이상 기타 비상장사로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대형 비상장사는 3841개에서 807개로 줄어든다. 대형 비상장사는 상장회사와 같은 수준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 주기적 지정제 적용, 3년 연속 동일감사인 선임 등 높은 회계관련 규제를 받는데 이 범위를 축소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금융위는 또 비상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완화된 수준의 별도 감사기준을 내년 1분기까지 제정해 2023 회계연도 감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자산 200억원 미만 또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인 비상장 기업이 적용대상이다.

다만 이해관계자가 많고, 거래구조가 복잡한 상장 예정 기업, 연결재무제표 작성기업, 금융회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1년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업 33250개 중 별도 감사기준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12887개로 약 39% 가량된다.

한편 금융위는 외부감사 과정에서 기업과 감사인 간 의견교환 활성화를 위한 사례집을 작성·배포하고, 필요시 비조치 의견서도 활용키로 했다.

또한 한국거래소 내에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 중소기업에 회계기준 질의회신 작성, 재무제표 작성 컨설팅, 감사계약 애로사항 등을 지원한다.

금융위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개선 사항은 연내 마무리하고, 법률과 외감 규정 등 입법이 필요한 조치들은 내년 2분기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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