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내수시장을 가지며 대량생산에 성공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도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라는 난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커다란 내수시장을 가지며 대량생산에 성공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도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라는 난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전기차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 세계 완성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제2의 테슬라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배경이었다.

이런 기조는 불과 1~2년 만에 바뀌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이후 인플레이션 발생과 잇따른 금리 인상이 엮이면서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경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스타트업이 지닌 기술력을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려면 제품을 양산화해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인 코발트, 리튬, 니켈 등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은 위기 대처 능력이 완성차 업체보다 취약하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전기차 스타트업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공급망 불안·자금난에 존폐 갈림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일렉트릭 라스트 마일 솔루션’(ELMS)은 지난 6월 파산을 신청했다. 중국에서 배달용 밴을 수입해 미국에서 조립·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자금 압박을 버티지 못했다. 카누, 피스커, 엑소스 등의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도 고객 예약을 받았지만 차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커다란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량생산에 성공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도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라는 난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9(현지시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는 수잔 스웬슨 회장과 브라이언 클로리키 이사를 해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이 회사는 2017년 전기차 ‘FF91’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6만명 넘는 계약 대기 고객이 몰렸다. 하지만 아직 자동차를 출시하지 못했다. 자금난과 공급망 문제 등이 이유다. 니오는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치인 15억 달러(2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생산비용이 증가한 탓에 적자 폭은 약 41100만달러(5700억원)로 오히려 늘었다.

니오와 함께 중국의 1세대 스타트업인 샤오펑, 리오토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양산에 성공한 스타트업들도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구조가 엉망이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기차가 가장 호황인 중국에서도 전기차 스타트업은 판매가 늘수록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전기차업체 주가 동반하락 지속

이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나스닥이 0.68% 하락하는 등 월가에 다시 기술주 매도세가 나옴에 따라 리비안을 제외하고 미국 전기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테슬라는 트위터 인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으로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106(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1.11%, 루시드 3.87%, 니콜라 4.32% 각각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11% 하락한 238.13달러를 기록했다. 전일에도 테슬라의 주가는 3.46% 하락했었다. 이는 트위터 인수를 위한 440억달러(62조원)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투자업체로부터 자금조달이 용이치 않을 경우,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테슬라의 주식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이외에도 루시드는 전거래일보다 3.87% 하락한 14.41달러를, 니콜라는 4.32% 급락한 3.54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한때 18달러 수준이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 주가는 페니 주식(1달러 미만 주식) 신세로 전락했다. 대외악재가 심각한 상황이다. 고난의 시기는 몇 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게 시장 판단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우스갯 소리를 허투루 듣고 흘려버릴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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