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알리바바 캐치업 전략위해
‘투자의 겨울’에 2.3조 통 큰 매수

韓검색1위 넘어 세계 핀테크 도전
시장판도 바꾸려면 후속투자있어야

 

 

최수연 네이버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글로벌 인수합병 드림팀이 떴다. 지난 3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체제가 시작됐을 때 시장 내부 반응은 이랬다. 언론에선 최수연 대표의 나이와 성별에 먼저 주목했다. 최수연 대표는 1981년생이다. 한성숙 전임 대표에 이어 네이버를 이끄는 두 번째 여성 CEO.

정작 이런 조건은 본질이 아니라 표피였다. 최수연 대표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2005년 네이버 신입 사원으로 회사와 첫 인연을 맺었다. 4년 동안 당시 NHN의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을 나왔다. 한국과 뉴욕주의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최 대표는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해서 글로벌사업지원부의 책임리더로 일했다. 202111월에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핵심은 최수연 대표가 미국 변호사고 네이버의 해외인수합병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는 부분이다.

지난 3월 인사에서 최수연 대표와 함께 C레벨로 선임된 김남선 CFO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남선 CFO는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일했다. 맥쿼리에선 프라이빗에쿼티 투자 담당을 했다. DB금융그룹 김준기 전 회장의 조카다. 정통 금융맨이다. 이런 조합이라면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 투자 책임자가 왜 이들을 네이버의 차세대 리더십으로 세웠는지는 명약관화했다. 글로벌 인수합병이었다.

인수직후 시총 5조 가까이 증발

지난 105일 전격 발표된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는 최수연 CEO와 김남선 CFO 체제가 등장할 때부터 예견된 이벤트였다. 단지 글로벌 인수합병 대상이 포쉬마크일 줄은 시장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네이버는 <뉴욕타임즈>도 한국의 구글이라고 부르는 검색 광고 빅테크다. 포쉬마크는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커머스 플랫폼이다. 한국의 구글이라는 이미지는 인공지능이나 검색엔진에 어울린다. 그런데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인수해버린 것이다. 한국에선 네이버가 미국의 당근마켓을 인수했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문제는 인수가였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지분 91272609주를 주당 17.9달러에 인수했다. 포쉬마크의 기업 가치를 12억 달러로 평가한 것이다. 여기에 포쉬마크의 보유현금 44000만 달러를 감안해도 총 인수금액은 23441억원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네이버의 현금성 자산은 28970억원 정도다. 포쉬마크 인수를 위해 네이버가 가진 현금의 80%를 투입하는 셈이다. 네이버 인수합병 역사상 가장 크고 비싼 투자다.

당장 한국 증시에서 네이버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하면 인수회사의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줄어드는 건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짓이다. 때문에 M&A 직후 주가 하락은 흔한 일이다. 어도비도 피그마 인수 직후 주가가 하락했다.

그런데 이 논리는 엄밀히 따지면 미국 시장의 논리다.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처럼 배당 성향이 강하지 않다. 현금을 소진하든 안 하든 주주들한테 배당을 덜 한다. 결국 대형 인수합병 직후 네이버 주가가 떨어진 건 이번 인수합병을 시장이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의미다. 포쉬마크 인수 발표 직후 네이버의 주가는 무려 48394억원이 증발됐다.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려준 격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한국 빅테크의 대명사였던 네이버 주가는 올해 들어 60%나 하락했다. 사실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외국인이다.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은 50% 이하로 내려갈 판이다. 일단은 환율 탓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주식을 처분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걸 고려해도 올해 들어서만 외국인이 25700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건 과하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네이버를 팔아 제꼈다. 네이버의 공매도는 포쉬마크 인수합병 발표 이후 2만주에서 20만주까지 10배나 증가했다.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다. 포쉬마크 인수는 네이버한텐 아직은 호재가 아니다.

타이밍이 나쁜 건 맞다. 투자의 겨울이다. 위기감을 느낀 실리콘밸리 빅테크들도 감원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레이오프(lay-off: 일시적 해고) 상황을 알려주는 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실리콘밸리 전체에서 6000명 이상이 해고됐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은 세콰이어 캐피털은 지금은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단 현금을 비축하고 매출처를 찾고 심지어 둘 다 없으면 사업을 접으라고 조언할 정도다. 애플도 마이크로소프트도 트위터도 넷플릭스도 앞다퉈 감원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는 정반대로 현금을 탈탈 털어서 실리콘밸리의 당근 마켓을 사들인 것이다.

미국의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800억 달러다. 팬데믹 동안엔 연평균 20%씩 성장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파괴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이후부턴 중고거래 시장은 얼어붙었다.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격적인 경기침체는 이제부터다. 중고거래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포쉬마크 주가는 급등

포쉬마크 역시 연평균 매출이 20%씩 늘어나다가 2022년엔 10%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증권과 노무라 증권이 네이버가 미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해 너무 비싼 값을 치렀다고 혹평하는 이유다. 타이밍이 안 좋은 것이다. 플랫폼 랠리가 끝났고 지금은 투자가 아니라 이익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에 플랫폼 회사를 인수해버린 것이다.

반면 포쉬마크는 네이버에 피인수된 직후 주가가 14%나 급등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적어도 시장이 포쉬마크와 네이버 가운데 누가 유리한 거래를 했다고 보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인수합병을 위해 등장한 네이버 경영진이 인수합병이 마려워서 무리한 가격에 그만한 가치가 없는 기업을 사버린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일단 포쉬마크는 북미의 당근마켓이 아니다.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일단 당근마켓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없다. 지역 광고 정도다. 반면 포쉬마크는 거래액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20222분기 매출만 9000만 달러가 넘는다. 한화로 1300억원 정도다.

네이버가 2021년에 시장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봤던 6000억원에 인수한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2021년 매출은 500억원이 안된다. 포쉬마크는 북미 1C2C 플랫폼이다. C2C란 소비자간 직거래를 뜻한다. 규모는 상당하다. 총 이용자수는 8000만명이다. 2021년 기준 구매자는 760만명이다. 판매자는 560만명이다.

2019년 캐나다에 2021년 호주에 진출했다. 8000만명의 이용자 가운데 80%2030 MZ세대다. 2021년 기준 거래액은 18억 달러에 달한다. 커머스에서 중요한 건 연간 거래액이다. 2011년 설립돼서 10년만에 2021년 나스닥에 상장된 비결이다. 50만 건 이상의 판매글과 10억 건 이상의 좋아요가 올라온다.

이런 숫자보다 중요한 게 있다. 포쉬마크는 C2C에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결합했다. 미국 우편번호 단위로 지역 커뮤니티를 설정하면 해당 지역의 사람들끼리 사진 포스팅에 서로 팔로잉하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일종의 커머스 인스타그램인 셈이다. 포쉬마크에서 인플루언서는 포셔라고 부른다. 일종의 지역 스타다. 여기에 틱톡 같은 포쉬파티라고 부르는 라이브 비디오 기능도 더해졌다.

메타버스를 더한 가상 쇼핑 기능도 있다. 한 마디로 포쉬마크는 커머스와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를 더한 차세대 서비스다. 게다가 포쉬마크는 패션이라는 버티컬 시장에 집중돼 있다. 버티컬 커머스는 지금 대세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쿠팡이나 아마존 같은 제너럴 커머스보단 패션이나 리빙처럼 특화된 버티컬 커머스에 더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엣시나 포쉬마크의 성장도 그런 트렌드 덕분이다.

게다가 패션 중고거래는 신상 거래 커머스보다 제품을 공급하는 브랜드보단 제품을 재판매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신상 커머스에선 샤넬이나 나이키 같은 브랜드들의 영향력이 크다. 결국 커머스의 흥망은 특정 브랜드가 입점하냐 안 하냐로 갈리게 된다. 오프라인 백화점들이 명품 브랜드 입점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반면에 중고거래 시장에선 브랜드들은 후순위다. 오히려 소비자이자 판매자인 인플루언서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포쉬마크에선 누구나 인플루언서인 포셔가 될 수 있다. 포셔가 되면 인기와 돈을 모두 얻을 수 있다. 샤넬이나 나이키 같은 패션 브랜드들이 중고거래에 양면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다. 매출을 키워주지만 동시에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 입장에선 이미 한발 늦은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틈새가 된다. 네이버는 이미 한국에선 명품 리셀 플랫폼인 크림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엔 빈티지 상거래 플랫폼 빈티지시티를 만들면서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유럽에선 역시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도 투자했다.

네이버의 포석은 분명하다. 아마존과 쿠팡이나 알리바바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한발 늦었지만 대신 고가여서 수수료가 높아 영양가 있고 브랜드보단 소비자와 직접 상대할 수 있으며 아직은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을 장악해나가는 것이다.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가 마무리되는 2023년엔 네이버는 북미 시장 점유율 1위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가 된다.

네이버, 커머스·핀테크 시너지 기대

이건 네이버의 사업구조 변화와도 연동된다. 2022년 상반기 네이버 매출을 분석하면 네이버는 더 이상 검색 광고 회사가 아니다. 201960.9%였던 네이버의 검색광고 매출은 45.12%까지 줄었다. 반면 커머스 매출은 18.2%에서 22%로 증가했다. 또한 핀테크 매출도 9.3%에서 14.66%까지 증가했다.

네이버는 이제 커머스 회사라고 봐야 한다. 포쉬마크를 통해 네이버 커머스와 네이버페이 같은 핀테크가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면 해당 부분의 글로벌 영향력은 크게 확대된다. 네이버페이가 북미 시장에서 페이팔과 맞대결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직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는 커머스와 핀테크 부문의 성장 동력은 무조건 해외에서 찾아야만 한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B2C 커머스는 이미 레드 오션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의 소셜미디어 시장도 포화 상태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건 포쉬마크일 수 있다. 여기에 네이버 커머스와 네이버 핀테크와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겨울에는 봄을 준비하는 쪽이 승자다. 지금은 투자의 겨울이고 테크의 겨울이고 스타트업의 겨울이다. 그런데 이때야말로 시장 판도를 뒤집는 빅딜이 일어난다. 포쉬마크와 네이버의 인수합병은 윈윈이다. 포쉬마크는 피인수 이후에도 마니쉬 샨드리 최고경영자가 경영권을 유지한다. 포쉬마크는 매출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할 정도다. 전체 직원의 32%가 개발자다.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통해 인스타그램과 틱톡과 경쟁하는 플랫폼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일단 실리콘밸리의 풍부한 개발자풀이 네이버의 일부가 됐다. 네이버는 포쉬마크로 미래를 샀다. 포쉬마크는 네이버의 우산 아래에서 감원열풍을 피해 겨울나기와 봄맞이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네이버는 이번에 투자한 2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포쉬마크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로 중고거래가 감소할 건 분명하다. 특히 포쉬마크의 매출원인 고가의 패션 제품은 판매가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포쉬마크는 그동안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타겟 광고에 의존해왔다.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이후 포쉬마크 역시 방문자 구매전환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포쉬마크가 네이버 인수 직전까지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분의 1토막이 나 있었던 이유다. 앞으로 마케팅비가 증가할 거란 얘기다. 결국 네이버는 포쉬마크에서 더 큰 시너지를 내려면 더 큰 투자를 해야만 하는 처지다. 인수합병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언제나 그렇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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