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섬에 따라 온통 난리다. 정책당국에서도 외환시장 안정을 찾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현시점에서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1400원 이상의 원·달러 환율 수준을 예상하지 못했느냐 하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20203128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082원으로 급락했던 작년 초까지다. 각국의 격리 대응으로 자본의 이동이 순탄치 않았던 이 시기는 달러화가 가장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 사태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충분히 예상됐던 원·달러 환율 수준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 리처드 데이비스가 주장한 극한 경제에 몰릴 수 있다. 마치 무슨 일이 난 것처럼 정책당국이 요란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달러 수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환율이 이미 1400원이 넘어선 상황에서 대책을 모색하더라도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수단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경제변수는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통제변수행태변수로 나뉜다. 전자는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수단이 많고 효과도 볼 수 있지만 후자는 가져갈 수 있는 수단도 제한되고 효과도 불투명하다.

작년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통계기법 상 요인분석을 해보면 우리보다 미국 측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작년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간 것은 머큐리 요인이 컸다. 지난해 미국은 6.7% 성장한 반면 우리는 4% 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뒤늦게 인플레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매회의 때마다 한 단계씩 높여 불과 6개월 만에 3.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연말에는 4%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요인을 따진다면 경기 부진과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무역적자를 들 수 있다. 올 들어 무역적자는 9월까지 3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일부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요인으로 한·미 간 금리역전 우려에 따른 달러 캐리 자금의 청산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미국도 주가와 채권가격, 심지어 집값까지 떨어지고 있어 이 시각은 쉽게 이해가 안 간다.

가장 궁금한 것은 한국 원화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또다시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인가 여부다. 아직까지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될 만큼 외화 사정이 악화되지 않았지만 갈수록 무역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표시 외환보유액이 갑자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신흥국의 위기 대책은 경기, 무역수지 등과 같은 펀더멘털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둬야 한다. ·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을 달러 캐리 자금의 청산으로 인식해 우리도 금리를 빅스텝 이상으로 올려 대응할 경우 이자 부담경기침체외국인 자금이탈·달러 환율 상승간의 악순환 국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율정책이 원화 약세를 통한 수출증대보다 원화 강세를 유도해 수입물가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상시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 자체적으로 비상시 기업이 보유한 외화와 연대하는 프로 보노 퍼블릭코스와프 협정도 검토해야 할 때다.

인플레 문제도 한국은행의 분석대로 해외에서 제공하는 공급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면 금리인상 뿐만 아니라 감세와 규제 완화, 생산성 증대, 공급망 확보, 임금상승 자제 간 정책 혼합(policy mix)이 더 효과적이다. 인플레를 극복하는 주체도 한은이 주도하기보다 정부, 정치인, 기업, 금융사, 국민 등 모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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