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여야를 이끄는 주요 인사와 중소기업계가 입법현안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를 가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소기업 현안입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다가오는 12월에 추가적인 입법 보고회를 갖기로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밀어붙여 현실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여야 모두 전향적인 입법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계에서는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민생보다는 정쟁만 이어가는 국회의 모습에 그만큼 실망감이 컸다.

국회가 민생입법을 뒷전으로 미룰 만큼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다보니 신규 투자와 고용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빚으로 코로나를 버텨온 소상공인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124만명이 한계상황에 처했다. 기록적인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여파로 국민들의 지갑도 가벼워진 것은 매한가지다.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할 차례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피는 것은 여야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국회는 서둘러 중소기업 현안입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정기국회 일정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

우선 납품단가 연동제를 국회에서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이 문제는 중소기업의 14년 숙원과제이고 국민 10명중 9명이 연동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연동제는 비단 중소기업 제값받기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근로자의 임금, 안전한 일터와 중소기업 혁신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10대 법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선정했고 야당도 7대 법안으로 꼽은 만큼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법제화를 마무리해야 한다.

단절된 중소기업의 승계 고리도 새롭게 이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해마다 70만명씩 노인이 되고 있고, 70세를 넘은 중소기업 CEO도 이미 2만명을 넘었다. 승계가 불확실하다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정부에서 사전증여와 사후공제 모두 1000억원까지 한도를 확대하고, 승계를 원하는 기업은 징수를 유예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본회의 통과 없이는 빛을 보기 어렵다.

노동법제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경직적인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중소기업 고용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근로자도 저녁 있는 삶을 찾는 대신 줄어든 소득을 메꾸기 위해 투잡(Two-job)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발의 등 노동계에 편향된 법 개정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국회는 기업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한하는 왜곡된 노동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중소기업 규제혁신도 국회의 입법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지난 17일 중기중앙회가 국무총리에게 건의한 현장규제 229건 중에서 당장 개선이 가능한 24개 과제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 중에서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대상 완화 등 6개 과제는 법이 개정돼야만 풀리는 사안이다. 중소기업을 옥죄는 현장규제 해소를 위해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지원 노력이 뒤따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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