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중소기업이 부품을 납품하고, 대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구조를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이뤄왔다. 수요 독점적 생태계가 공고해질수록 혁신보다 납품 경쟁에만 몰두하게 된 하청 중소기업의 혁신성은 약화되고 종속성은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중소기업은 양극화의 늪에 빠져 있었다. 종속적 갑을관계 속에서 개별 중소기업은 갑에 대항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을과 출혈경쟁을 해야 했고,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제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원료 대기업과 제품을 공급받는 수요 중소기업 사이에 공급가격 인상과 관련한 갈등이 많아졌다.

또한 완성차업계나 건설업계 등 납품 대기업과의 납품단가 조정 문제도 현재 중소기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파생된 부담을 서로 나눠지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단체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적법하게 단체적 협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2인이상 사업자의 가격결정 불법

일본, 협동조합은 담합 적용 배제

을의 합법적 단체협상 보장해야

공정거래법 제40조는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거래조건을 정하는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으면 허용한다지만 실제로 허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은 소규모 사업자 또는 소비자의 상호부조 목적의 협동조합 등에 대해 자본금, 출자총액, 상시종업원수 등 일정한 요건에 부합하면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배제시켜 주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단체 조직에 관한 법률에서도 협동조합의 생산, 가공, 판매 등 공동사업 실시와 관련한 행위는 사적독점금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국가간 분쟁 등 경제 환경 변화요인이 늘어남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사회적 을인 중소기업이 연대해 시장지배력이 큰 원료 대기업이나 납품 대기업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단체협상권을 법적으로 허용해 주자. 을과 을이 합법적으로 단체적 협상에 나서서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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