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근무 일상화로 워케이션 뜬다
IT기업 중심 ‘일+휴가’점차 확산
발리, 디지털 유목민 성지 급부상

카리브제도·인근 섬들도 입소문
제주·강원도 특화상품 발굴 박차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휴가를 즐기며 일을 하는 업무 방식을 말한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휴가를 즐기며 일을 하는 업무 방식을 말한다.

국내 IT 기업에 재직 중인 배수아(35) 씨는 올 연말께 발리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한해의 마지막 순간을 해외 휴양지에서 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따로 휴가계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워케이션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워케이션은 (Work)’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휴가를 즐기며 일을 하는 업무 방식을 말한다.

집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휴양지에서의 업무가 허락되는, 그러니까 일종의 확장된 개념의 원격근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전후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장소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디지털 유목민들의 휴가지 이색 근무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회사가 많아지고 비대면 업무 방식이 보편화 되면서 워케이션의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MZ세대와 원격 근무 기반이 탄탄하게 조성된 IT기업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워케이션 경험을 한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대표 장점 중 하나가 업무 효율성의 상승이다. 출퇴근길의 지옥철, 빽빽한 빌딩숲을 벗어나 휴가지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 관리에 효과적이고 이로 인해 업무의 능률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또 새로운 곳에서의 업무 경험이 영감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이 코로나19에 의해 일시적으로 두드러지는 현상이 아니라 향후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다면 워케이션 휴양지로 어디가 좋을까?

발리의 그린존우붓 인기 만발

푸른 논밭이 보이는 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쉬는 시간엔 요가 수업을 듣거나 마사지를 받으며 주말이면 서핑을 즐기는 것. 수아 씨가 그린 발리에서의 워케이션 일상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워케이션 휴양지다. 카페마다 노트북으로 업무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우붓 지역을 중심으로 일명 코워킹스페이스라고 하는 공유 오피스를 형성하며 디지털 유목민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다수의 숙소들에서는 업무가 가능한 공용 공간을 마련해 놓는가 하면 취향껏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클래스를 앞세워 디지털 유목민들과 워케이션 근무자들을 불러 모은다.

제 집처럼 편하게 머물며 장기투숙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형태의 숙박 시설도 셀 수 없이 많다. 무엇보다 저렴한 물가는 발리가 전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워케이션 명소로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나시고랭 등과 같은 현지 음식의 경우 한화 3000~4000원이면 충분히 먹을 수 있고 발리의 대표 교통 수단인 스쿠터 대여는 하루 온종일 빌려도 4000~5000원 선이다. 장기로 이용하면 흥정도 가능하다.

또 고젝(Gojek), 그랩(Grab) 등 음식 배달부터 스쿠터 이동 서비스 및 택시 호출까지 모두 가능한 앱의 등장은 일과 휴식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광객 유입이 많은 지역은 대체로 인터넷이 잘 돼 있지만 발리의 그린존이라 불리며 발리를 상징하는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우붓’, 자유롭고 트렌디한 분위기의 서핑 스폿 짱구’, 롬복, 길리, 트랑왕안 섬으로의 이동이 용이한 사누르지역이 특히 인기가 좋다.

중남미, 원격근무 비자발급 봇물

바하마, 바베이도스, 버뮤다, 도미니카, 케이맨제도 등 카리브 제도와 인근 섬 국가들은 워케이션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관광 산업을 국가 경제의 큰 원동력으로 삼는 나라들로 관광 산업 확대를 위해 워케이션 비자 발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베이도스의 경우 천국에서 일하기원격 근무 비자를 제공한다. 외국인이 1년 동안 바베이도스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다. 섬 전역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비자 소지자는 자녀를 사립학교나 국영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북대서양에 위치한 버뮤다 제도는 12개월 간 버뮤다에서 원격 근무 또는 학습을 할 수 있는 워크 프롬 버뮤다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 외에도 중남미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파나마, 앤티가 바부다 등이 원격근무 비자를 도입했다. 유럽의 그리스, 헝가리,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아이슬란드, 몰타, 키프로스, 조지아 등을 비롯해 아프리카 대표 휴양지인 모리셔스와 세이셸, 아시아 국가인 아랍에미리트, 스리랑카도 워케이션 또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운용 중이다.

한편, 국내 지자체들 역시 워케이션 관련 프로그램 및 혜택 등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워케이션 명소로는 제주, 강원도 양양과 강릉 등이 손꼽힌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자랑하고 서핑 등의 액티비티까지 가능한 곳들이다.

지난 19일 제주특별자치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2022년 메타버스 노마드 시범사업공모에 선정됐다. 사업의 일환으로 서귀포시 대정읍에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공유 오피스 스페이스 모노를 구축하고 디지털 노마드 대상으로 원격근무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강원도의 경우 강원도관광재단을 중심으로 강원 워케이션 프로젝트를 개발, 내수 관광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봄에는 3개 여행사와의 연합으로 워케이션 특화상품 2만여 박을 완판했다.

근무 여건을 갖춘 객실을 기본으로 비즈니스센터 이용, 얼리 체크인, 레이트 체크아웃, 워킹 스페이스 등의 혜택을 제공해 인기를 끈 바 있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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