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턱 높아 “탁상공론 행정”비판 빗발

 

 

장기화되는 경기불황 속에서 고금리 부담까지 늘어나자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최근 서울 명동의 폐업 점포.
장기화되는 경기불황 속에서 고금리 부담까지 늘어나자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최근 서울 명동의 폐업 점포.

고금리 부담과 경영환경 악화로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정부가 대환대출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대출창구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신청 요건 때문에 탁상공론식 정책자금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 부처별로 소상공인들의 대출상환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들을 시행 중에 있다. 먼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월부터 소상공인 대환대출을 시행 중이다. 이어 금융위원회에서도 9월 말부터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환대출 정책은 소상공인이 연 7% 이상 고금리로 비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을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중기부 대환대출은 업체당 최대 3000만원까지, 금융위 대환 프로그램은 개인사업자 5000만원, 법인 소기업 1억원까지 전환해주고 있다. 주로 개인신용평점 744점 이하의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며 신용도에 따라 5.5~7.0% 대출로 바꿔준다.

문제는 실제 신청 수요자들에겐 대환대출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자영업자 중심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캐피탈에서도 대출을 받았는데 소상공인 대환대출에서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용기금 보증료만 200만원을 선지급하라고 하는데 장사가 안돼 대출받으러 왔다가 보증료 낼 돈까지 걱정하게 됐다” “은행창구에 갔더니 시설·운전자금 이외에는 아예 신청 조건도 안된다고 돌려보내는데 얼마나 까탈스러운지 대환대출에 성공한 사람이 신기할 따름이다등 연일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에서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는 A대표는 금리가 15%가 넘는 개인신용대출이 있어 저금리 대환을 문의했더니 사업자대출만 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개인대출로 간신히 가게를 운영했는데 정부가 현재 자영업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좀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소상공인업계 현장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고금리 현실을 적극 반영한 대환대출 조건의 과감한 완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소상공인에게는 대환대출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지원책·은행 행보 엇박자

자영업 기준미달로 탈락 다반사


고금리에 한계 자영업 124만명

부채 연착륙 위해 통큰 결단 필요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환 사업은 13일을 기준으로 공급액 85000억원의 0.23%에 불과하다며 저조한 실적을 꼬집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률을 90%로 잡고 은행들이 나머지 10%를 부담하는데, 현장에서 내부 심사를 하며 소상공인들을 기준 미달로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업계의 더 큰 걱정은 앞으로 더 오를 기준금리 인상 여부다. 한국은행이 지난 12빅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가 3%까지 인상됨에 따라 소상공인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수직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마다 자영업자 1인당 이자 부담은 약 117만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소상공인 현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상치 않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업계는 어느 정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최근 중기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9.6%가 고금리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가 3%가 인상될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는 한계 소상공인12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노란우산공제 공제금 지급현황에 의하면 지난해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전년 대비 24.1% 증가한 9040억원에 달해 노란우산공제 출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어두운 경기 전망으로 인해 앞으로의 소상공인 폐업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OECD에서 회원국 38개국을 대상으로 2020년 또는 가장 최근 집계를 기준으로 자영업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019년 기준 24.6%6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6.3%), 일본(10%), 영국(15.3%), 이탈리아(22.5%) G7보다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경영난 속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환대출이 원활하게 시행되지 못하면 국가 경제 전반으로 부실이 확대될 위험이 크다면서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신속하고 통 큰 대환대출 조건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