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마련·폐업 수순 밟아
중고 매물 느는데 사는곳 없어
정부, 근본적 지원 정책 세워야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일로에 빠지면서 제조업계는 각종 설비자산까지 내다 파는 지경까지 왔다.

<중소기업뉴스>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자산거래중개장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도별로 중개장터에 등록된 매물 추이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중소기업의 기계와 설비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연도별 매물 등록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9376건을 보이다가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529건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어 2021595건에 달했고, 2022년은 10월말 현재 누적 건수가 506건을 기록해 연말이 되면 거의 6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이전이던 2019년에 비해 매물 등록 건수가 50% 이상 증가한 셈이다. 경영난으로 인해 유휴설비를 매매해 단기자금을 마련하거나 폐업하는 사업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기계거래소나 시화기계유통단지 등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매물 등록수는 증가하는데 팔리지 않고 매물만 쌓이고 있다.

하지만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에도 경영회복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인천에서 사료제조 분야의 배관 사업을 경영하는 남기욱 신진산업 대표는 코로나 전보다 공구·기계 등을 중고장터에 매각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를 사려는 수요가 없어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조업계의 업황을 전했다.

아울러 남 대표는 요즘엔 아예 발주 물량(일감) 자체가 거의 없다경기가 어렵다 보니 다들 불요불급한 투자는 보류하는 것 같다며 얼어붙은 투자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임금의 ‘4중고를 겪고 있는 기업의 입장으로는 눈앞에 닥친 위기 해소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계는 점차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법인 파산 접수 건수는 738건으로, 전년 674건보다 증가한 수치다.

한계기업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지난 7월자 한계기업 현황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인 중소기업은 20193147, 20203831, 20214288개에 달했으며 최근 한국은행의 5회 연속 금리 인상으로 기준 금리가 3%에 이르면서 올해 들어 한계기업이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해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 프로그램,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지원, 새출발기금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금융조치가 중소기업계엔 경영부담 해소에 큰 힘이 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난 극복의 해결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년 경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할 획기적인 대책이 없다면 채무 조정 위주의 금융지원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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