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지갑 걱정 붙들어매고 맘껏 가을 누려볼까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지갑 열기가 무서워도 여행은 포기할 수 없다. 늦가을의 쾌청한 하늘과 풍경을 좀 더 알뜰살뜰하게 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관광공사는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의 테마로 달콤한 짠내투어를 선정,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가성비 좋은 여행지 6곳을 제안한다. 비행기 삯 치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국내 지질 명소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부터 단돈 2만원으로 즐기는 제천 먹방 투어, 소박하지만 마음만은 풍족해지는 남원 산골 마을 여행 등이다. 여행도 절약도 놓칠 수 없다면 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마성의 단짠매력 여행지로 떠나보자.

 

그림 속 절벽과 허공사이를 따라걷는 길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에미랄드빛의 한탄강과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주상절리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지질명소다.
에미랄드빛의 한탄강과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주상절리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지질명소다.

중국의 장가계(張家界), 스위스의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와 같이 비경과 짜릿함을 동시에 갖춘 관광지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다. 개장 1년 만에 국내 트레킹 명소로 자리잡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유네스코가 인증한 한탄강지질공원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한탄강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화산 강으로, 수십만년 전 북한 평강군 오리산과 680고지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강을 메웠다 깎여나가며 U 자형 협곡이 형성됐다. 그리고 지난해 11, 이 협곡에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이 문을 열며 수직 절벽과 주상절리의 비경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순담매표소부터 드르니매표소까지 총 3.6km에 걸쳐 이어진다. 협곡을 따라 아찔한 잔도(높은 절벽에 낸 길)를 거닐며 한탄강의 수직 절벽과 주상절리 비경을 감상하다 보면 해외 명소가 부럽지 않다. 중간중간 놓인 13개 교량은 보는 즐거움과 걷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단층교, 선돌교, 돌개구멍교, 화강암교, 현무암교 등의 다리 이름은 주변 지질 특성을 담아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현화교와 쌍자라바위교에서는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한탄강의 신비로운 자태를 마주할 수 있다. 스카이전망대 3곳과 전망쉼터 10곳은 각자 체력에 맞게 걷기와 휴식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주상절리 협곡의 장관을 감상하며 트레킹까지 즐기는 데에 드는 돈은 성인 기준 단돈 1만원. 이 마저도 절반은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니 절경 찾아 비행기 탈 필요가 있을까?

만원짜리 2장으로 떠나는 제천 맛 기행제천 가스트로 투어

충북 제천의 ‘가스트로 투어’는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심형 미식 여행 프로그램이다. 비용은 만원짜리 두장이면 충분하다.
충북 제천의 ‘가스트로 투어’는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심형 미식 여행 프로그램이다. 비용은 만원짜리 두장이면 충분하다.

충북 제천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는 그야말로 가성비 여행지다. 19900원에 제천의 5가지 맛을 즐기는 가스트로 투어가 있기 때문. 가스트로 투어는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심형 미식 여행 프로그램이다.

A코스와 B코스로 운영되며 A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 막국수, 샌드위치, 빨간오뎅 순서로 맛보고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 막국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 빨간오뎅, 수제 맥주를 차례로 즐긴다.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는데, 수제 맥주가 포함된 B코스는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제천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시작하는 투어는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생생한 제천 이야기로 감칠맛을 더한다. 조선시대 3대 약령시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약초가 풍부해 약선 음식이 발달하게 된 이야기부터 제천의 부엌 역할을 하는 전통시장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음식들 이야기까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이야기들을 각자 나눠받은 무전송수신기를 통해 또렷이 들을 수 있다. , 참가 인원이 4~20명으로 한정돼 있으니 사전예약이 필수다. 노송이 울창한 의림지는 걷기만 해도 마음이 잔잔해진다. 용추폭포 유리전망대에서는 아찔한 스릴도 즐길 수 있다. 청풍대교와 청풍호를 한눈에 바라보이는 청풍문화재단지도 빼놓으면 안된다. 4인이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토박이 기사가 운전하는 관광택시를 권한다. 5시간 동안 1인당 12500원으로 제천 명소 곳곳을 누빌 수 있다.

지갑이 얇아도 괜찮아! 알뜰살뜰 부산 시장 투어

부산의 시장들은 가성비 넘치는 여행을 선사한다. 국제시장 1공구 샛길 실비거리에서는 값싸고 푸짐한 한끼에 소주잔을 기울이기 좋다.
부산의 시장들은 가성비 넘치는 여행을 선사한다. 국제시장 1공구 샛길 실비거리에서는 값싸고 푸짐한 한끼에 소주잔을 기울이기 좋다.

얇은 지갑에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시장이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은 알뜰한 여행자를 위한 놀이터다. 온종일 시장만 구경해도 재미있고 유쾌하다.

국제시장은 태어난 순간부터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거창한 이름만큼이나 없는 게 없다. 각종 생필품부터 주방 기구, 철물, 조명, 원단, 부자재,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물품을 취급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국제시장>을 촬영한 꽃분이네는 여전이 관광객이 줄 서서 사진을 찍는 코스다.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1공구 샛길의 실비거리에서는 값싸고 푸짐한 한 끼에 소주잔을 기울이기 좋다.

국제시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부평깡통시장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청과와 육류, 생선, 건어물 등 식재료를 비롯해 의류, 잡화, 수입품이 주를 이룬다. 전국 최초로 개장한 부평깡통야시장에서는 밤 늦도록 갖가지 주전부리가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보통 5000원 안팎이면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바다에 접한 자갈치 시장은 펄떡이는 활어와 문어, 낙지, 조개 등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하다. 다닥다닥 붙은 노점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채로운 어종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횟감을 사면 2층 회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한편, 시장 투어를 할 땐 온누리상품권이나 제로페이(모바일)를 이용하면 더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 특히 자갈치시장과 수산물 판매 업종은 제로페이 가맹점인 경우, 온누리상품권보다 할인 폭이 큰 제로페이 대한민국수산대전상품권이 더욱 유리하다.

관람료 없이 즐기는 대자연의 늪창녕 우포늪과 우포잠자리나라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인 경남 창녕군의 우포늪은 거금을 내고 보아도 아깝지 않은 풍경이지만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인 경남 창녕군의 우포늪은 거금을 내고 보아도 아깝지 않은 풍경이지만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창녕에는 람사르협약에 등재된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라는 타이틀 지닌 우포늪이 있다. 지역 주민 사이에서 타지 사람들이 창녕은 몰라도 우포늪은 안다는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로 우포늪의 가치는 널리 알려져 있다.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입장과 주차가 모두 무료인데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우포늪생태관에서 에코누리 프로그램도 무료로 진행한다. 우포늪생태관에서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우포늪에 대해 알아봤다면, 다음은 두 발로 찬찬히 우포늪을 걸어볼 차례다.

11월 우포늪은 한산하다. 먼 길 떠난 여름새의 빈자리를 겨울새가 아직 채우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오히려 수묵화처럼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우포늪의 늦가을 풍경에서 우리는 여유를 찾을 수 있다.‘생태계의 보고우포늪은 잠자리 천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잠자리 1153102종 중 104173종이 우포늪을 터전 삼아 살아간다. 우포잠자리나라는 이와 같은 우포늪의 잠자리를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곤충 체험 학습관이다. 흥미로운 전시물이 많아 아이들과 가기 적당하다. 입장료 50%를 창녕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알뜰하게 즐길 수 있다.

소박하게 떠나왔다 부자 돼 돌아가는 지리산둘레길 산골 마을 여행

남원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에서는 가을 산골 풍경과 촌부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매동마을 태양초 민박집 할머님의 모습.
남원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에서는 가을 산골 풍경과 촌부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매동마을 태양초 민박집 할머님의 모습.

산촌의 새벽은 민박 할머니가 달그락대며 밥 짓는 소리로 시작된다. 남원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은 가을 산골 풍경과 촌부의 삶을 만나는 곳이다. 숲길을 걷다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마을 담장을 지나고, 따끈한 민박에 머무는 일이 일상처럼 전개된다.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길은 대부분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3코스)에 속한다. 길은 남천을 따라 흐르다 논둑과 마을을 만나고, 숲과 고개 넘어 다시 마을과 이어진다. 느리게 걸어 4시간 남짓 걸리는 월평마을-매동마을 둘레길에는 지리산을 병품 삼은 산골 마을과 숲길, 냇물, 고개가 모두 담긴다.

임진왜란의 사연이 서린 중군마을을 지나면 물 맑은 수성대가 마중나온다. 늦가을 풍경을 벗 삼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배너미재를 넘으면 숲길이 끝나고, 숲길 끝자락에는 장항마을 당산 소나무가 듬직하게 서 있다. 매동마을은 지리산둘레길 여행자가 하룻밤 묵어가는 대표 마을이다. 민박에 머무는데 2인 기준 5만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산나물이 푸집한 집밥을 7000~8000원 선에서 맛볼 수 있다. ‘백만불짜리풍경과 할머니가 내주는 막걸리, 대추와 사탕 한 줌, 함박웃음이 곁들여진 소박한 산골 여행에 마음 만은 지리산처럼 넉넉한 부자가 된다.

‘일석삼조’ 가성비 넘치는 섬 여행, 바다 위 보랏빛으로 물든 신안 퍼플섬

온 마을이 보랏빛으로 물든 신안 퍼플섬은 한번의 방문에 섬 3개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가성비 여행지다.​​​​​​​
온 마을이 보랏빛으로 물든 신안 퍼플섬은 한번의 방문에 섬 3개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가성비 여행지다.

한번에 섬 3곳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이색 명소가 있다. 마을 지붕부터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까지 보랏빛으로 물든 전남 신안군 퍼플섬이다. 퍼플섬은 안좌도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안좌도, 반월도, 박지도를 잇는 보라색 해상보행교를 따라 하루 만에 3개의 섬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퍼플교는 평생 박지도에 산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됐다. 안좌도에서 배를 타고 드나들던 섬에 2007년 처음 다리가 생겼다. 그 뒤 반월·박지도에 많이 나는 도라지와 꿀풀 꽃, 콜라비가 보라색이라는 점에 착안해 두 섬을 퍼플섬으로 만들기로 하고, 이때 다리를 보라색으로 단장했다. 퍼플교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섬들을 잇는 해상보행교는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 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 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로 이뤄져 있다. 섬 관광을 생략하고 보행교만 따라 걸어도 족히 30분은 걸린다. 섬에는 아기자기한 포토존과 해안일주도로가 조성돼 있고, 마을 호텔과 식당도 있다. 해가 진 뒤 보라색 조명을 밝힌 퍼플교도 아름답다.

퍼플섬에서 가성비 여행을 완성하려면 보라색 아이템이 필수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거나 우산(양산) 등을 소지하면 무료로 입장한다. 매표소 옆 기념품점에서 구입해도 되지만 기왕이면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가성비 투어에 더 잘 어울릴 것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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