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서 ‘중소기업 역할론’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의 주력산업 강화방안과 이에 부합하는 중소기업 육성 등을 위한 종합 패키지 대책이 공개됐다. 아울러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5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번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윤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80분간 생중계 됐다. 경기 침체 우려에 짓눌린 한국경제 전반을 점검하고 산업 분야별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산업정책 방안은 형식 면에서 역대 정부마다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산업정책의 십년지대계(十年之大計)를 발표했던 것과는 유사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대기업 중심의 산업육성 정책에서 대·중소기업 공동생태계 조성 대책으로 발전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의 역할론이 대두됐다.

이영 장관, 대통령 지근거리 자리

이날 윤 대통령을 비롯해 기재·과기·국방·문체·산업·복지·고용·국토·해수·중기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 부처 장관 11명과 대통령실 참모 등 20여명이 참석한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자리 배치부터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이영 중기부 장관을 윤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바로 옆자리로 지정하면서 산업정책기업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영 장관 “1천개 中企가 반도체 뒷받침3000억 펀드 조성

중소 팹리스 기업 육성하고 파운드리와의 협의체도 구성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력산업의 대표 격인 반도체 분야에 1조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4500억원을 쏟아붓는 등의 계획안을 발표했다.

또 반도체 설계전문기업(팹리스)과 첨단 후공정 등 반도체 관련 유망 기술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R&D)에는 3900억원을, 반도체 공장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 등에는 1700억원을 각각 지원하는 방안도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민간에서 340조원 투자가 제대로 실행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 관련 주요 해외기업 등 외국 투자를 촉진해 국내 투자를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기업을 투자하고자 할 때 자금 지원이나 투자를 실행하는 데 곳곳에 애로가 있는데 부처를 찾아다니거나 해소하면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하는데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범부처 투자지원반을 가동해 한 곳에서 투자 애로를 적극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의 버팀목이자 핵심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력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를 대기업 산업만으로 보는 곳이 있는데 중소·중견기업 1000개사가 뒷받침을 한다내년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펀드를 조성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 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산업정책이 대기업 중심의 선택과 집중에 국한되지 않고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중소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된다. 이영 장관은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강국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소규모 팹리스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파운드리·팹리스 협의체를 구성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원팀으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자금난 中企12조원 공급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로 분류된 산업에는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 대기업이 이들 국가전략기술에 시설투자를 단행할 경우 세액공제율을 현행 대비 2%포인트 높인 8%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가전략기술로 분류되는 산업 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관련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한 첨단전략산업 국가산업단지조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총 50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계획안을 보면 대출금리 급등 및 회사채 시장 경색 등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12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우대 보증금리 대출 상품을 마련하는 한편 추후 변동금리로 전환 가능한 고정금리 특례대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1년 새 원·달러 환율이 20% 이상 급등하면서 원자재 수입 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자금 지원에도 나선다. 우선 원자재 가격 상승 피해 기업에는 운전자금 특례대출, 하청 업체로부터 상품 매입 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도록 한 납품단가연동제도입 기업에는 특례대출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총 307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붓는다. 정부는 신산업 진출 기업 대상의 우대보증 및 특례자금 공급에 나서는 한편 단순 재무제표가 아닌 미래 성장성을 일종의 담보로 취급하는 특별자금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中企 초격차기술 확보에 50조 투입외국인력 11만명 확대

추경호 부총리 범부처 투자지원반 가동해 애로 적극 해소

이영 중기부 장관은 벤처투자펀드와 관련해 강력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8월까지 역대 최대로 벤처투자를 위한 자금이 모이고 실제 집행도 됐다다만 6월부터 투자의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보니 미투자금액이 8조원이 넘게 남아 있는데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투자의욕이 꺾이고 있다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2020년부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펀드를 만들고 있지만 불경기 때문에 이 부분이 멈추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에 강력한 세제지원과 같은 인센티브가 수반돼야 한다며 이창양 장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추경호 부총리에게 벤처기업 투자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지원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영 장관의 요청에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부총리가 강력한 지지의 화답을 전했다. 먼저 추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드리겠다고 답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에게 강력하게 요청해서 세제지원을 대폭 이끌어내라고 말했다.

, 모든 부처가 산업육성해야

이번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성장동력 확보 차원의 주력산업으로 한국형 원전 최초 유럽진출올해 130억달러 방산수출 달성이 거론됐다. 기존 한국의 대표산업인 반도체와 조선산업에 이어 원전과 방산산업을 새로운 미래산업군으로 키워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중동과 유럽지역 원전과 방산 패키지 수출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모든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합심해야 한다며 부처 간 협력으로 수출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정부는 폴란드, 체코, 중동 지역에서 원전과 방산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폴란드에선 대형 방산수출을 성사시킨 바 있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상점 TV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생중계로 방송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상점 TV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생중계로 방송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추진전략 및 점검회의를 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관련한 사회서비스산업부라고 봐야 된다국방은 방위산업부가 돼야 하고, 국토교통부도 건설산업부, 인프라건설산업부가 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공공성을 우선하는 모든 정부 정책을 경제와 산업 육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초반에도 교육부는 경제부처라며 산업발전 인재 공급이 주임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경제활성화 전략 회의에 이례적으로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한 것도 의미를 뒀다. 윤 대통령은 전부 이런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고 촉진시키는 수출에 매진하는 부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가 일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올해 방산 수출은 현재 130억 달러를 달성했다면서 이는 10만 개 일자리 창출과 38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 무기의 장비 운용, 교육·훈련, 후속 군수지원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면서 K-방산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방산이 국가전략산업이면서 먹거리산업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그동안 우리 원전 산업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일감과 원전 수출 확대 노력을 통해 기자재 업체뿐 아니라 원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회복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창양 장관은 이차전지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성장에 핵심 광물은 밑그림이자 씨앗이라면서 광물 없이 첨단산업이라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또 최근 수주 호황 국면에 접어들어 상당 기간 일감을 확보한 조선산업에 대해서도 반도체를 능가하는 또 다른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오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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