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기준금리 3%에 고개 숙인 기업 체감경기
中企업황지수 한달새 2.8P 하락
고금리에 돈맥경화 갈수록 심화

4대 금융지주 사상최대 순이익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해야
이차보전·대리대출 등 지원 필요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로 인상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18개월 만의 최악 수준으로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76으로, 9(78)보다 2포인트 내렸다. 지난 20212(76)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산업 BSI는 지난 780에서 881로 올랐지만, 9(78)10(76)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등 영향으로 BSI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제조업 규모와 형태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3포인트, 1포인트 내렸다.

中企 대다수 고금리에 속수무책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11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경기전망지수(SBHI2)82.3으로 전월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주요 경영애로 요인 중 고금리가 지난달 조사(19.3%)보다 크게 올라 27.5%를 기록했다.

기업의 체감경기가 악화된 데에는 한은의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진입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된 것.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로 은행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많아진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대출 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9월 말 현재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포함) 잔액은 694899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911억원, 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대출은 709529억원에서 695830억원으로 14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오르고 있다. 올해 12.93%였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1년 만에 1.7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4.65%로 가계 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4.34%)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고금리 현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은 10개사 중 7개사(69.2%)에 달했으나, 중소기업의 절대 다수(99.6%)가 고금리 리스크에 대응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급증에 중소기업계가 속수무책인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172곳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기업의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은행·증권사 차입’(64.1%)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유보자금(23.9%), 주식·채권 발행(7.1%) 등을 통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4곳 중 1곳 꼴에 불과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커서 내년 하반기까지도 자금 조달 요건이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은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을 더욱 옥죄고 있다. 물론 회사채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약 0.5%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한전과 가스공사 등 등 초우량 공사채도 유찰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이 더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 지수는 13으로 3분기(6)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204개 금융사의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신용위험, 금융기관 대출태도, 대출수요에 대한 평가를 가중평균해 100-100 사이 지수를 산출한다.

지수가 양(+)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또는 ‘(대출태도) 완화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감소또는 강화보다 많다는 뜻이다. 즉 국내 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 지수(13)가 양(+)으로 집계된 만큼 전반적으로는 대출 태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차주별로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3으로 나타나 은행들이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대출태도, 4분기에도 강화할 듯

한은은 국내은행들이 대출건전성 관리 필요성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상황 등으로 전분기에 이어 4분기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강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예상한 4분기 신용위험지수는 39, 3분기(31)보다 8포인트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초기인 20202분기(42) 이후 가장 높았다.

4분기 대기업의 신용위험 지수는 17, 중소기업은 313분기(11, 25)보다 6포인트씩 상승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고금리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주요 금융 그룹들은 이자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올해 3분기 누적 이익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 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이 커지는 등 이자 장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지난 25일 각 금융지주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당기순이익은 138544억원에 달했다. 이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4개 금융지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B금융이 3분기까지 역대 가장 많은 42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신한금융이 43154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각각 28494억원과 26617억원으로 역시 새 기록을 썼다.

中企 정책자금 확대 급선무

특히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3분기까지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신한 4193억원, 우리 25879억원)을 뛰어넘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게 됐다. 4대 금융지주의 사상 최대 실적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고 대출금리도 뛰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 인상 속도가 대출금리보다 더디기 때문에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자이익(27160억원)은 전 분기, 작년 3분기와 비교해 각각 2.7%17.8% 늘었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자이익(28974억원)1년 전보다 19.4%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올해 3분기까지 이자이익은 648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323억원)보다 19.4% 증가했고, 우리금융의 이자이익 역시 63466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와 같은 복합 경제위기에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권도 기준금리 인상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고금리, 자금경색 상황에서는 정책금융과 은행권과의 협업을 통해 이차보전, 대리대출 등 다양한 방식의 중소기업 금융지원방안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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