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반도체 패권경쟁 점입가경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제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반도체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제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반도체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층 심화한 반도체 패권 전쟁은 글로벌 기술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 등을 바탕으로 미국에는 기업의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 결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가동할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3(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올렸다. 향후 5년간 5만명의 신입 반도체 엔지니어가 필요할 것이라는 업계의 추산을 전한 내용이었다.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제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인력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미국 내 반도체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반도체 산업이 최근 수 십년간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내에서 반도체 공학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 사이 빅테크 기업의 부상으로 인력이 소프트웨어 학과 등에 몰려 반도체 업계가 인력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미국에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를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 안에 근로자 교육을 위한 예산 2억 달러를 별도로 편성해뒀다.

반도체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는 현상은 미국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유럽, 중국 등 반도체 패권을 위한 경쟁을 벌이는 국가에서는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TSMC는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마모토대학과 손잡고 2024년까지 교내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학년당 60명 수준 학생들이 반도체 교육을 받으면 이 인력들을 TSMC가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도 이와테현 기타카미에 제2 생산공장을 짓고 내년에 신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인근 학교를 방문하고 회사 설명회를 적극적으로 여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지니어 선점에 통큰 투자

대학설립·예산확대 급물살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대학과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등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등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유력 반도체 업체들과 함께 졸업 후 곧바로 기업에 취직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분야 전체 인력 수는 지난해 기준 176509명이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필요 인력은 약 304000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반도체 인재 전쟁에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뛰어들고 있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 양성을 목표로 세운 현 정부는 내년 반도체 인력 양성 예산을 올해보다 1.5배 증가한 4500억원으로 잡았다. 9개교의 반도체 특성화 대학() 신설을 돕고, 10곳의 폴리텍대에 반도체학과를 설립하는 것을 지원한다.

대만은 20215월 기업과 손잡고 대학이 반도체 특성화 대학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10% 늘렸다. TSMC의 마크 류 회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산학 협력이 대만 반도체 산업 향후 10년의 기초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도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전공자 양성 학과를 최상위인 1급 학과로 만들거나 특성화 대학을 세우고, 해외 인재 유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특성화 대학을 설립한 곳만 칭화대 등 12곳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국가 경제와 안보 등에서 위협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력 양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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