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런 머스크 테슬라 대표
일런 머스크 테슬라 대표

데드라인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지난 1027일 일런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트윗을 올렸다. “새가 자유로워졌다.” 그러니까 트위터 대화명을 이렇게 바꿨다. “치프 트윗.”

머스크와 트위터는 지난 7월부터 전대미문의 트위터 반품 소송전을 벌이던 중이었다. 트위터는 매수하기로 했으면 매수하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제품에 하자가 있어서 반품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단순변심에 따른 반품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단순변심이 아니라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했다. 무려 440억 달러짜리 반품 소송이었다.

 

트위터 경영진 모조리 물갈이

사실 반품 소송은 머스크가 불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거액의 위약금을 물거나 비싼 값에 트위터를 사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었다. 그런데 머스크가 지난 1017일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공판 연기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1028일까지 공판을 중단했다.

그날을 하루 앞둔 1027일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선언했다. 이런 트윗까지 올렸다. 머스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에 싱크대를 들고 들어가는 영상이었다. 싱크인. 이사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인수자금 조달도 마무리됐다는 메시지였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맨 먼저 한 일은 특유의 농담 섞인 트윗을 날린 것 말고도 또 있었다. 트위터의 현재 경영진을 모조리 물갈이를 해버린 것이었다. 파라그 아그라왈 CEO와 네드 세가 CFO, 비지아 갓데 최고법무전략책임자가 모두 옷을 벗었다. 자신에게 대항했던 트위터 경영진을 모두 내보냈다. 동시에 머스크가 트위터의 인력을 80% 이상 감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머스크는 블룸버그를 통해선 회사 인력을 정리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솔직히 트위터 안에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미 트위터에선 인력 엑소더스가 일어난 상태였다. 트위터는 한마디로 퇴사하는 사람과 이직하는 사람이 교차하는 아수라장 분위기였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목적은 X. 미지수를 뜻하는 X가 아니다. 무한대를 뜻하는 X. 머스크는 지난 104트위터를 인수하는 것은 모든 앱 X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X는 머스크가 꽤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야망이다.

머스크는 이미 5개 기업을 가진 연쇄 창업가다. 가장 유명한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부터 우주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와 초고속튜브전철기업 하이퍼루프 그리고 컴퓨터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를 연결하려는 뉴럴링크와 땅 속 터널을 파는 더 보링 컴퍼니까지다.

이들 5개 기업들은 대부분 중후장대한 하드웨어 기업이다. 머스크의 소비자들은 테슬라의 자동차와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필요로 한다. 바꿔 말하면 머스크월드엔 제품은 있지만 커뮤니티와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그걸 대신해주고 있는 건 사실상 머스크의 트위터다. 머스크 트위터의 팔로워는 11000만명이 넘는다.

가상화폐 시장을 주무르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머스크의 영향력은 사실상 외주화된 네트워크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머스크한테 소셜 영향력은 전기차나 우주선 만큼이나 가장 중요한 권력 가운데 하나인데도 말이다.

 

싼값에 최대권력 사유화

머스크는 트위터를 손아귀에 넣음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소셜 파워를 개인화하는데 성공했다. 더이상 트위터나 그 밖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사업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가격은 주당 54.20달러다. 118일 상장폐지가 되면 트위터 주주들한테 주어질 금액이다.

지난 1028일 트위터 주식의 거래가 중단됐을 때 가격은 53.70달러였다. 머스크는 어쩌면 비교적 적은 가격으로 자신의 최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전대미문 반품소송 벌인 끝 결국 매수

팔로워 11000만명, 소셜파워 개인화


독점불허 서 슈퍼앱트위터X’가속

테슬라·스페이스X 등과 연계 정조준


트위터는 논쟁 판치는 트럼프의 나라

인수 직후 GM 등 광고주 이탈 줄이어


건강한 공론장·존경받을 광고 양립 시험대

지난해였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빅테크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특히 광고에 의존하는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의 주가는 더욱 하락세다. 위기에는 자신의 최대 약점을 좀 더 싼 값에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머스크는 트위터를 트위터X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엔 슈퍼앱이 없다. 한국엔 카카오톡이 슈퍼앱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입증했다. 카카오는 거의 민간 영역과 나아가서 거의 모든 공공 영역을 연결해주고 있었다. 슈퍼앱은 이렇게 상거래부터 콘텐츠에 공공 서비스를 넘어 엔터테인먼트까지 모든 걸 하나의 앱으로 해결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슈퍼앱이라면 일본엔 라인이 있다. 중국엔 위챗이 있다. 반면에 미국은 이런 슈퍼앱의 등장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다. 독점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 탓에 미국에선 여전히 빅테크들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는 독점 신봉론자다. 어느 분야에서건 독점이 가장 큰 성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때 머스크와 동업자 관계였던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티엘의 신념이다. 머스크는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다. 슈퍼앱은 말할 것도 없다. 앱 하나로 모든 걸 연결하는 일종의 인프라 앱을 만든다면 가공할 영향력을 갖게 된다.

게다가 머스크한텐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같은 중후장대형 서비스들이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을 연결했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서비스는 사람들 각자가 서로에게 제공해줬을 뿐이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자신의 상품을 판매했다.

 

트위터와 자율주행의 만남

머스크는 연결 이후의 서비스를 이미 갖고 있다. 트위터X로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자율주행을 시행시킬 수 있다. 어쩌면 자동차가 트위터 사용자를 직접 태우러 찾아오거나 트위터 사용자가 우주 여행을 예약하게 해줄 수도 있다. 머스크의 중후장대 세계관에 소프트웨어 소셜 네트워크가 포개지기만 해도 국가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머스크가 X의 문제를 풀려면 먼저 풀어야만 하는 고차방정식들이 있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복구 되길 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제정신인 사람이 트위터를 소유하게 됐다.” 정작 실리콘밸리에서 머스크의 별명은 매드맨이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선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트위터가 가진 딜레마를 상징한다. 트위터는 상업적이라기보단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소셜 미디어다. 페이스북의 1일 활성 사용자는 20억명이다. 트위터는 24700만명에 불과하다. 10분의 1밖에 안되는 활성 사용자 수준에서도 트위터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건 역설적으로 트럼프 같은 논쟁적인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론의 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위터가 논쟁적이 되면 될수록 트위터의 광고주들은 불편해한다는 사실이다. 혐오발언과 가짜 뉴스와 이념싸움과 정치논쟁이 판을 치는 트럼프의 나라에서 함부로 광고를 했다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M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당분간 트위터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GM측은 트위터의 새로운 방향성을 평가 하기 위해 기존 광고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논쟁적으로 만들지 상업적으로 만들지 결정해야만 한다.

 

10년내 소셜플랫폼 정착 공언

머스크는 이걸 트위터 콘텐츠 심의 위원회에 맡겨서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문제가 있다. 118일 상장폐지가 완료되면 트위터는 머스크의 개인 회사가 된다. 콘텐츠 심의위원회도 결국 머스크의 아래에 있게 된다. 트위터가 온갖 중립성 문제에 휘말릴 때마다 머스크한테 화살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 경영진을 물갈이한 머스크는 현재 임시 트위터 CEO 자리에 오른 상태다.

앞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트위터 CEO로 내세울 계획이지만 트럼프 계정 복구 같은 중요한 결정을 머스크를 거치지 않고 내리긴 어렵다. 결국 트위터가 가뜩이나 구설수에 휘말리기 십상인 머스크한테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인수가 인류애를 위한 것이라면서 건강한 공론의 장을 육성하면서동시에 존경받을만한 광고 플랫폼으로 트위터를 육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2개의 목표는 모순된 것이다. 머스크 자신은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신봉한다고 말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세계에서 절대적 자유란 결국 절대적 지옥의 다른 말일 수 있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일론. 당신이 그것(트위터)을 망가뜨렸고, 결국엔 그것을 샀다.” IT전문매체 더버지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이렇게 평가했다.

머스크는 그동안 화성에 가기 위한 온갖 하드웨어 기술들을 모아왔다. 인구감소와 환경파괴라는 지구의 문제를 화성 이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전기차와 우주선은 지구와 화성의 거리를 좁히는 장치들이었다.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머스크는 바야흐로 지구의 진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였다. 바로 인류다. 정치, 이념, 종교, 외교, 차별, 혐오의 문제가 트위터라는 소셜 네트워크 세계에 모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건 지구의 문제를 지상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다. 머스크는 10년 안에 트위터를 10억명이 사용하는 소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3년 안에 트위터를 재상장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인수로, 화성에 갔던 머스크가 지구로 돌아왔다.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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