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핵무력정책 법제화를 단행한 이후, 연일 고강도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무색해 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시설이 무단 가동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 및 언론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1027, 더는 공단 재개를 기약할 수 없음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하며 정당한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남측의 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을 결합한 개성공단은 2004년 문을 열어 2016년 중단되기 직전까지 125개 한국 중소기업들이 입주해 누적 생산액 32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약 55000명의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며 남북경협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20162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에 입주기업들은 자산을 회수할 새도 없이 빈손으로 개성공단을 떠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우선, 공단 내 토지와 공장, 기계 등과 같은 투자자산을 비롯해 생산 중이던 재고자산, 원부자재 등을 상실해 재산적 손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생산 중단으로 거래처를 잃는 등 연쇄적인 비재무적 피해도 발생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입주기업의 실질적인 피해규모는 약 13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가 피해액으로 인정한 금액은 7861억원에 불과하다. 공단 중단으로 발생한 위약금, 영업 중단에 따른 손해 규모가 상당함에도 지원 고려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스스로 확인한 피해액에 대해서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2016년부터 4차례에 걸쳐 이뤄진 지원은 확인 피해액의 70%를 밑도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해당 지원액은 공단 재개 시 반환 조건으로 지급된 경협보험금(3045억원)을 포함한 수치다.

전면 중단 7년 차에 접어든 지금, 입주기업 10곳 중 2~3곳은 휴업이나 폐업을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이미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넘치는 지원이 이뤄졌다는 항간의 소문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 손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해 관련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공공의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 및 이에 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숱한 위기에도 개성으로 돌아가면 재기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텨오고 있었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봤을 때 북한과의 협력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낮다. 이제 재개를 기다리라고 할 게 아니라 경협기업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간 개성공단 보상과 관련된 법안들은 공단 재개가 임박했다는 희망 또는 정쟁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제 남북관계를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정부와 국회,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고사 직전인 입주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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