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이마고웍스 대표
김영준 이마고웍스 대표

임플란트가 치과 치료의 혁명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처음 도입된 임플란트는 빠진 이가 다시 나는 기적을 가져다줬다. 이전까지 한번 이가 빠지면 틀니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만 했다.

이가 빠진 자리에 의치로 금니라도 쓰면 심미적으로 최악이었다. 입에 톱니바퀴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임플란트 도입 초기에 국내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은 주로 외국계 회사들이었다. 한국 시장은 노벨바이오케어, 스트라우만, 짐머 같은 외국계 임플란트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새 시장 개척 나선 덴탈 스타트업

임플란트 시장의 흐름이 바뀐 건 2000년대부터였다. 오스템임플란트, 비오스텍이 전신인 덴티움, 메가젠임플란트 같은 한국 기업들이 국내 임플란트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기는 2가지였다. 한국인의 구강 임상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건 역시 한국 임플란트 기업들이었다.

다른 무기는 치과의사 교육이었다. 임플란트 시술 경험이 적었던 동네 치과 선생님들에게 무료 임플란트 교육을 해줬다. 교육비 대신 임플란트 재료를 쓰는 조건이었다. 환자들은 의사들이 추천하는 임플란트 재료를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숨은 무기가 하나 더 있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메가젠임플란트는 공격적인 TV광고로 소비자들이 직접 임플란트 재료를 치과 의사한테 요구하도록 유도했다. 전형적인 B2B 비즈니스를 B2C 비즈니스로 바꾼 것이다. 인텔이 인텔 반도체가 들어간 PC에 인텔 인사이드라는 라벨을 붙이고 광고를 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그 뒤로 임플란트는 치과 치료의 주류로 떠올랐다. 201570세 이상으로 2016년엔 65세 이상으로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임플란트는 2010년대 대중화 흐름을 타게 됐다.

2020년대는 임플란트 중심이었던 치과 치료의 흐름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시기다. 이른바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새로운 치과 치료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고웍스는 이런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흐름에 발맞춰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사실 이마고웍스 이외에도 아크리얼이나 이노바이드 같은 덴탈 관련 스타트업들이 치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이마고웍스 등 이런 스타트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장의 키워드는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기술이다. 지금 글로벌 기술 혁신 시장에서 가장 핫한 3차원 프린팅과 인공지능 테크놀로지가 입 안에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임플란트 시장은 이제 단순히 인공치아를 이식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공지능으로 치아를 디자인하고 3D프린팅으로 치아를 제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까지 임플란트 인공치아는 치과 의사의 임상 경험과 치기공사의 경험으로 완성도가 결정됐다.

치기공사는 치과 의사를 도와서 인공치아 같은 치아 관련 보철물을 만드는 전문기사다. 전국적으로 34000여명 정도의 자격증 소지자가 있다.

실제 치기공사로 활동하는 인구는 2만여명 정도다. 문제는 지역권으로 갈수록 치기공사가 품귀 현상을 빚는다는 현실이다. 치과는 많지만 치기공사가 부족해서 치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임플란트 치료는 환자의 상태를 임상적으로 분석하는 치과의사와 환자의 치아에 딱 맞는 의치를 만들어오는 치기공사가 있어야만 완성될 수 있다.

 

작년 국내시장 규모 1.8조원대

이마고웍스는 환자 치아의 모양을 3차원 캐드 장비로 인식해서 딱 맞는 치아를 디자인하는 3Dme 스튜디오와 3Dme 크라운 기술을 갖고 있다. 교정하고 진단하고 틀니를 짜고 임플란트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는 인공지능이 개입한다. 임상 경험이 많은 치과 의사다. 결국 석고를 이용해서 이 모양을 뜨는 방식으로 치아를 디자인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마고웍스의 기술을 활용하면 감각이 아니라 숫자를 활용해서 완벽에 가까운 의치 모형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 이마고웍스의 디자인이 적용된 임상 사례만 5만 건이 넘는다. 이마고웍스는 기존 치과 하드웨어 장비와 연동되는 소프트웨어로 범용성을 높이고 있다.

새 트렌드로 디지털 덴티스트리 급부상

감각 아닌 숫자 활용, 완벽한 모형 디자인

스타트업 투자의 겨울100억원대 유치

글로벌 헬스케어 빅테크 탄생 기대 고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치과와 치기공사 간의 유기적 소통 역시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영역이다. 이제까진 치기공사한테 석고본을 가져다주고 완성된 의치를 받는 아날로그적 방식이었다.

스타트업 이노바이드는 치과와 치기공소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덴트링크를 통해 이 과정을 전산화했다. 치과는 의대 계열에서도 독립적일만큼 독특한 분야다. 만성질환과 외과치료가 병행된다고 표현한다.

충치나 풍치 같은 만성질환이 있지만 동시에 발치나 임플란트 치료처럼 뼈를 으깨고 빼는 외과치료가 같이 있다. 엑스레이만 찍어도 다른 분야와 달리 구강은 3차원 360도 입체적 촬영이 필요하다. 윗턱과 아래턱의 교합이 맞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별도 촬영 장비가 동원된다. 스타트업 아크리얼은 구강에만 특화된 구강 스캐너를 개발했다. 역시 이마고웍스처럼 치과 디자인과 연결돼 있다.

글로벌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장 규모는 2017108억달러에서 2023180억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하고 있는 고성장 시장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임플란트 시대가 열렸던 것처럼 이젠 디지털 덴티스트리 분야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세계 치과 시장 규모는 1713700만달러 수준이다.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더 가파르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치과기기나 치과 재료 시장 규모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1612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1년엔 18060억원까지 성장했다.

이렇게 시장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이제부터 본격화될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장은 3D프린팅 시장이다. 디자인을 넘어서 치아를 3차원 프린터로 인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때 중요해지는 것이 디자인이다. 완벽한 디자인이어야만 3D프린팅으로 치아를 인쇄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마고웍스의 기술들이 3D 프린팅 치과 치료로 가는 디딤돌인 이유다. 앞으로 치과마다 3D프린터를 보유하게 된다면 현장에서 치과 의사가 치아를 디자인하고 당장 필요한 치아를 인쇄해서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3D프린팅 기술은 출력 방식에 따라 다양하다. 자외선 레이저를 활용하는 SLA 방식은 해상도가 가장 높다. 열가열 방식인 FDM은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저렴하다. 빛을 쏘는 방식인 DLP는 해상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오차나 오류 없는 디자인이 가능하다면 해상도에 따라 다르긴 해도 일단 치아 프린팅도 가능해진다. 구강 스캐닝과 인공지능 디자인 그리고 3D프린팅으로 연결되는 데이터를 합하는 이른바 머징 작업을 통해 완벽한 이를 만들어주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보편적 기술로 일상 연착륙 전망

시장 조사업체인 가트너는 3D프린팅을 통한 치과 치료는 기술촉발, 기대거품의 정점, 환멸의 계곡, 깨우침의 단계, 생산성의 안정기를 넘어서, 결국 보편적인 기술로 생활 속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990년대 임플란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역시 임플란트가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덴티스트리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헬스케어 빅테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마고웍스는 최근 시리즈 B 투자로 100억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137억원이다. 인터베스트, 컴퍼니K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 데브시스터즈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가 이번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인공지능으로 치아를 디자인하고 3D프린터로 치아 제조하는걸 도와주는 스타트업으로서는 공격적인 투자 유치다. 특히 최근 스타트업 투자의 겨울에도 이런 투자를 일궈낸건 분명 의미가 크다. 게다가 디지털 덴티스트리 분야의 딥테크 기업가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겨울에는 가능성 있는 기업에만 투자가 이뤄지고 이 시기에 투자를 받았다는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마고웍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스핀오프 기업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의공학연구소 메디컬IT팀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했다. 창업자는 서울대학교와 미국 스탠포드에서 의공학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공한 김영준 대표다.

국진현 이노바이드 대표처럼 치과 의사 출신들의 디지털 덴티스트리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치과는 세상 가기 싫은 곳이었다. 치과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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