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다. 먹고 마시고 입는 것 모두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콘텐츠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식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더욱이 맛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선택지 또한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음식 하나만으로 살아나긴 어렵다. 이에 식당들도 점차 변하고 있는 추세다. 맛뿐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장착하고 손님 맞이에 나선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 음식은 기본, 예술 작품 및 공연으로 색다른 맛을 선사하는 핫 플레이스가 있다. 콘텐츠가 있는 식당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근사한 연말 모임 장소를 찾고 있다면 이곳 3군데의 식당에 주목해보자.

갤러리 품은 와인바 OPNNG

오프닝 내부 모습
오프닝 내부 모습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그렇다.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배경으로 다양한 종류의 와인과 다이닝 수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와인바 OPNNG이다. OPNNG(오프닝)미식과 와인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취향을 깨우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지난해 가을 강남구 논현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와인과 음식은 기본이고 국내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 세계적 명성의 디자인 가구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가오픈 시기부터 셀럽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오프닝은 입구부터 남다르다. 높은 아치 문양의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림이 손님을 반긴다.

지난 봄에는 서양화가 도윤희의 그림이, 지금은 그래픽 아티스트 그라플렉스(GRAFFLEX) 작품이 걸려 있다. 복도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면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내부의 그림 또한 주기 별로 교체된다. 이쯤되면 와인을 마시며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림을 보러 왔다가 와인을 마시는 격이다. 대표가 미술품 컬렉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오프닝 대표 메뉴 비프 타코
오프닝 대표 메뉴 비프 타코

오픈 초기에는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등 국내 현대미술의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걸어 두었다. 특히 박서보의 200호짜리 묘법 작품은 정말 미술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영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 작가로 손꼽히는 옥승철 작가의 그림들이 걸려 있다.

물론 와인바이니 만큼 와인과 음식도 훌륭하다. 오프닝은 2023년 미쉐린 가이드 리스트에 새롭게 이름 올릴 만큼 수준급의 음식 맛을 자랑한다. 직접 만드는 생면 파스타를 비롯해 한우, 이베리코, 전복 등 고급 식재료 및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단품 요리를 정갈하게 내놓는다.

그 중에서도 한우 꾸리살과 버섯 아이올리 소스로 속을 채운 비프 타코’, 광어·민어·관자·우럭 등 제철 생선에 연어알, 샬롯, 유자 소스로 식감과 상큼함을 더한 우럭 크루도의 인기가 좋다. 여기에 500여 종의 다양한 와인과 탄탄한 실력의 소믈리에까지.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데 이만한 조건이 또 있을까?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3422

요즘 도자기에 요즘 김치 온6.5

온6.5 그릇2ceramists
온6.5 그릇2ceramists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안국동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많다. 이를테면 한옥을 개조해 서양식을 파는 레스토랑이라던가 현대 건축물에서 우리나라 전통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티 카페 등이다. 이렇듯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안국동에서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곳은 단연 6.5’.

​온6.5 내부 모습
​온6.5 내부 모습

한식 타파스 와인바를 표방하는 온6.5는 한식 가운데에서도 김치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초 김치 다이닝이다. 바질, 멜론, 아스파라거스, 비트 등 제철 채소를 이용한 형형색색의 김치부터 장김치, 된장 김치 등 이색적인 맛의 김치에 현대적 요소를 더한 요리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크림소스에 호박으로 만든 국수 면 넣고 바질김치와 오이김치, 하몽을 얹어낸 호박국수’, 다진 돼지고기, 고추 장김치, 도라지 장김치, 마카로니 면을 다져 배추로 싼 다음 레드와인에 조린 배추쌈등이다. 낯선 조합의 요리들이지만 와인과 더할나위 없는 조화를 이룬다. 색다른 음식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들이다. 분명 도자기 그릇인데 익살스러운 모양의 그림, 낙서와 같은 선들이 그려져 있다.

온6.5 그릇2ceramists
온6.5 그릇2ceramists

조선시대 국왕이 개최한 연회 시작 전,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귀빈에게 내주었다는 헌주를 ‘MADE IN KOREA’가 전면에 커다랗게 써 있는 도자기 술병에 담아주기도 한다. ‘해도 너무 힙한 이 그릇들은 분청은 분청인데 지금 시대의 분청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가 민승기·연호경 작가 작품들이다. 민승기·연호경 작가가 함께 운영하는 2ceramists는 요즘 가장 한 도자기 브랜드다.

청자 흙으로 빚은 몸체에 분을 바르듯 백토를 입히는 분청사기 방식을 취하되 모양과 장식은 자유분방한 것이 특징이다. 부러 테두리를 울퉁불퉁하게 만든다던가 곰돌이 모양으로 접시를 빚어내기도 하고 ㅋㅋㅋㅋㅋ문구로 그릇 전체를 채운 그릇도 있다. 전통의 방식에 현시대의 트렌드와 아이디어를 가미해 재탄생 시킨 창작물인 것이다. 전통 음식인 김치에 트렌디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접목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낸 온6.5의 음식과 지금 시대의 분청사기를 선보이는 2ceramists의 콜라보레이션이 흥미롭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128
 

재즈바 명맥 잇는 겟 올라잇과 트랄라

겟올라잇 탭댄스
겟올라잇 탭댄스

한때 재즈바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였으며 미니시리즈마다 꼭 한 장면씩은 얼굴을 비출 정도였다.

청담의 원스인어블루문(Once in a bluemoon)과 대학로의 천년동안도는 당시를 대표하는 재즈바들이다.

원스인어블루문은 2년 전 폐업했고, 천년동안도는 여전히 남아 우리나라 재즈 문화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만한 명성은 아니다. 그렇다고 재즈바 문화가 이대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니다. 청담에 겟 올라잇과 한남에 트랄라가 있다.

겟 올라잇 청담과 트랄라 한남은 모두 재즈 공연과 술을 동시에 제공하는 재즈바다. 과거의 재즈바 명맥을 잇지만 공연자가 관객과 훨씬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데에서 보다 요즘 감성에 가까운 재즈바라고 할 수 있다.

겟올라잇 재즈공연
겟올라잇 재즈공연

가게 한 쪽 편에만 무대를 두는 것이 아니라 매장 한 가운데에도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모든 테이블에서 무대가 잘 보이도록 한다거나, 공연자가 테이블 사이사이를 누비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과 공연자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음악 장르도 재즈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재즈 탭댄스부터 펑키, , 트로피컬, EDM, 힙합 등 요일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물론 공연은 모두 라이브이고 공연 관람료 명목의 입장료가 있다. 단 공연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공연이 준비돼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 두 매장 모두 다 바(Bar)인 만큼 다양한 주류를 취급한다. 돔 페리뇽, 아르망 드 브리냑 같은 고가의 샴페인은 물론 버번 위스키, 꼬냑, , 보드카 등 음악과 잘 어울리는 술들이 즐비하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공연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는 일찍 가서 먼저 술을 마시며 텐션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술과 공연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테이블에서 일어나 춤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트랄라 : 한남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119-10
겟올라잇 :청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718

 

- 글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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