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소기업 ‘올해말 일몰’ 반대 한목소리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월별로 수주 변동이 매우 많은 편이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생산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최대 생산량에 맞춰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추가 채용한다면, 생산량이 줄었을 때는 잉여 인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인천소재 철강제조업체 A사 대표는 주52시간 근로제의 고충을 이렇게 토로했다. 상시근로자수는 26.

52시간 근로제의 전면 실시에 따라 30인 미만 소기업을 대상으로 8시간 추가연장 근로가 허용됐지만 올해 말로 일몰을 앞두고 있다.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는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인 영세사업장의 경우 사유와 기간, 대상 근로자의 범위를 정해 18시간의 연장근로를 추가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오는 12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A사 대표는 기계 작업 등 어느 정도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 많아, 추가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일용직을 사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사실상 추가연장근로제가 사라지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일몰제를 폐지하거나 최대한 길게 연장해야 한다. 오히려 현재 주8시간인 추가연장근로 한도도 부족하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인난 속 경영악화 가속될 것

이처럼 중소기업들 사이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 더 나아가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2시간제가 중소기업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실시됐고, 30인 미만의 소기업·소상공인 입장에서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그나마 기업운영의 숨통을 틔어준 셈이었던 것.

경남 진주소재 자동차부품 제조업(20) B사 대표는 젊은 인력이 추가로 수혈이 안 돼서 현재 직원 평균 연령이 50라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없이는 고객사 주문의 70% 정도 밖에 대응이 안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도가 당장 올해 말에 폐지되면 구인난은 더욱 심해지고, 이윤은 줄어 경영상황은 나빠질 텐데, 이 제도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으므로 일몰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이 제도에 의지해 간신히 기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는 호소였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추가채용밖에 대책이 없으나, 현재 회사에서 지불할 수 있는 임금으로는 국내인력 채용은 어렵고 외국인력으로 충원해야 하는데 수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경기 김포에서 금속열처리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휴게시간을 더 까다롭게 관리하는 것도 방법인데 근로자들이 힘들어할 것이라며 납기일을 연장해 볼 수 있으나 이것도 거래처에서 싫어할 것이며, 자칫 거래관계가 끊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제도가 폐지되면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므로 일몰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우선 호소하는 것은 내국인 채용의 어려움이다.

부산에서 근로자 10명의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D씨는 추가인력 확보를 위해 1년 이상 노력 중이지만, 내국인 고용은 여전히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나,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그는 52시간제에 대한 유일한 대응방안은 추가인력 확보지만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는 연장돼야 한다면서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월 단위 연장근로제가 조속히 도입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경기 김포의 금속제품 제조업 E사 대표도 용접, 프레스 공정을 하는 뿌리 제조업체는 내국인 직원이 늘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로 겨우 충원 중이라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폐지된다면 추가 채용해야 하나, 추가임금도 부담되고, 작업능률도 저하될 것이며,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사실상 대책 없으며 사업 존속이 불가능해 보인다일몰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문제는 비단 제조업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원, 인쇄업 등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제도 일몰과 관련해 기업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몰시 서비스中企도 문제

경기 파주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F씨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 없이는 출판사에서 원하는 납기를 맞출 수가 없어 일감을 받을 수가 없다면서 게다가 인건비와 재료비까지 올라서 연장근무를 더 하지 않으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직원들도 8시간 추가연장근로가 없으면 급여가 많이 떨어진다면서 52시간을 장기적으로는 준수해야겠지만, 지금 너무나 어려운 시기인 만큼 활용기간을 좀 더 연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 문제가 단순히 사업주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급여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북 익산에서 운전학원을 운영하는 G씨는 운전학원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해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때만 성수기이고 나머지 시기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어렵다면서 비수기 때는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지만, 성수기 때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써도 근로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수기 수입으로 1년을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연장근로제를 쓸 수 없으면 성수기에 줄어든 강사당 근로시간만큼의 추가적인 강사 확보가 어려워 학원 수입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인적 자원이 전부인 운전학원과 같은 교육서비스업에는 보다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적용해줄 필요가 있으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채용·유연근무론 역부족

최소한 1~2년 연장 강력 호소


일몰 시행땐 매출타격 불가피

임금줄어 기존인력 이탈 우려


일감 소화 못해 영업이익 감소

고용·중기부 장관 연장에 최선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67.9%가 현재 제도를 사용 중이고, 23.1%는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대다수(91.0%)가 제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용 중이지 않은 업체의 68.0%도 향후에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해, 30인 미만 제조업은 제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231일 일몰을 앞두고 있는 제도에 대해서, 제도 일몰 도래 시에 마땅한 대책 없음7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제도 일몰 도래 시에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일감을 소화 못해 영업이익 감소’(66.0%)가 가장 높게 조사됐으며,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인력부족 심화’(64.2%),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 ‘생산성 하락 및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계약 배제’(20.8%) 순으로 조사됐다.

일몰기간과 관련해서는 절반 이상(51.3%)일몰 반대, 제도 유지라고 응답했으며, 1~2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도 22.0%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연내통과 힘쓸 것

정부에서도 현장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도 일몰의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연말에 만료되는 30인 미만 영세업체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도 일몰을 2년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 9일에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하는 음식업, 유통업, 제조업 사업장의 사업주, 근로자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인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 8시간 추가근로제의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당·정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바탕으로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5일 제조·SW 등 다양한 업종의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영상황 악화, 납기 미준수에 따른 거래관계 단절 등 제도 일몰에 따른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10명의 업계 대표들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갑작스러운 주문 등에 따른 인력 배치 대응에 매우 유용한 제도라며 구인난이 심하고 경제도 어려운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까지 종료되면 마땅한 대책이 없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영 장관은 업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추가연장근로 활용 실태를 세심하게 파악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도가 연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행정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채용이나 유연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에는 역부족이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이미 중소기업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당장 올해 말부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인력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므로 일몰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1~2년 이상은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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