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때론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때론 서민들의 밥벌이가 돼주기도 했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때론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때론 서민들의 밥벌이가 돼주기도 했다.

코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이맘때 쯤이면 불현듯 생각나는 간식이 있다. 붕어빵이다. 길거리에 붕어빵 노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면 겨울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할 만큼 붕어빵은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언제든 붕어빵을 사먹을 수 있도록 가슴 속 3000원쯤 품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떠도는 것도 붕어빵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퇴근길에 산 붕어빵이 식지 않도록 가슴에 꼭 끌어안고 오시던 아버지의 얼굴, 학창시절 친구들과 호주머니 속 동전을 긁어모아 사먹었던 기억 등 붕어빵과 관련된 추억들도 한가득이다.

게다가 슈크림, 피자, 야채, 크림치즈 등 팥 대신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며 붕어빵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거듭났다. 심지어 초콜릿을 넣거나 아이스크림, 커피를 곁들이는 등 계속해서 진화하는 붕어빵을 먹다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는 언제부터 생선 안에 팥을 넣은 이 괴상한 모양의 빵을 먹기 시작했을까?

겨울 문턱, 추억 소환하는 국민 간식

1950~60년대에 서민층 한끼 식사


외환위기 이후 너도나도 노점 개업

최근 불황 여파로 갈수록 폐업 증가


프리미엄 가미한 유명가게 입소문

총각네붕어빵·붕메리카노 장사진

붕어빵은 이름 그대로 붕어 모양의 금속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풀빵이다. 1930년대 일본에서부터 소개된 도미빵(다이야키)이 원조라고 하니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일본 서민들이 당시 귀한 생선이었던 도미를 빵으로라도 흉내내어 먹기 시작한 것이 도미빵의 시초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붕어 모양으로 바뀌게 됐는데, 당시 서울에서 가장 친숙했던 생선이 민물에서 사는 붕어였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붕어빵 노점 알려주는 앱 개발

그렇게 한국에 전파된 붕어빵은 1950~60년대 미국에서 밀가루를 대량으로 원조해주며 널리 퍼졌다. 수제비 등과 같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서민들의 한끼 식사가 돼주기도 했다.

그러다 1980년대 경제 부흥기부터는 반죽에 달걀과 우유를 섞어 종래 풀빵보다는 다소 고급화된 오방떡이 유행하며 붕어빵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역사 속 간식이 될 뻔 했던 붕어빵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복고 열풍이 불며 당시 기준 레트로 간식이었던 붕어빵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이윽고는 붕어빵 심리테스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머리, 꼬리, 지느러미 중 어디부터 먹는지 통째로 먹는지, 반으로 갈라 먹는지에 따라 성격을 분석하는 것인데,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지만 붕어빵을 먹을 때면 으레 재미삼아 나누는 이야기 중 하나였다.

붕어빵 경제지표라는 말도 이때 생겨났다. 외환위기로 실직한 실업자들이 대거 노점상에 뛰어들면서 붕어빵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붕어빵 노점이 많이 보일수록 서민 경제가 어려워졌음을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때론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때론 서민들의 밥벌이가 돼주기도 했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때론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때론 서민들의 밥벌이가 돼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것도 옛말이다. 그 많던 붕어빵 집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정류장 앞이나 횡단보도 근처나 걷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칠 수 있었던 붕어빵 노점상의 수가 줄어도 한참 줄었다. 오죽하면 붕어빵 노점상의 위치를 안내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됐을 정도다.

역세권에 빗대어 붕어빵을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뜻의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단어도 나타났다. 그만큼 최근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말의 반증이다.

붕어빵 경제지표에 의하면 불황일수록 붕어빵 노점이 많아진다고 했으니 붕어빵 노점이 줄어든 지금,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고 해도 되는 걸까? 답은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붕어빵 노점상이 사라져 가는 이유 역시 불황에 있다. , 밀가루, 가스비 등 붕어빵 장사에 꼭 필요한 재료비 중 안오른 것이 없을 만큼 지금 대한민국은 극심한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과거 4개 들이 1봉지를 1000원에 팔던 것에서 21000원으로 팔아도 남는게 없을 정도다. 원자재 값 또한 떨어질 줄을 모르는 상황에서 붕어빵 틀이며 갖가지 기물들을 사 장사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다.

피자·슈크림·치즈 등 새 버전 인기

이렇듯 2022년 버전의 붕어빵 경제지표는 1997년과는 달리 높은 물가에 붕어빵 장사조차도 쉽지 않을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불황에 붕어빵 노점이 사라지긴 했어도 그 인기까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붕어빵 어플이나 붕세권이라는 말이 생겨난 건 여전히 붕어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본격적인 붕어빵의 계절이 다가오자 사람 많은 광장시장에서도 유난히 줄이 길어지는 가게가 눈에 띈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비로소 맛볼 수 있다는 총각네붕어빵이 그 주인공. +호두, +크림치즈, 슈크림, 피자, 고구마+크림치즈로 속을 채운 5가지 맛의 붕어빵을 판매한다.

가격은 개당 1000~2000원으로 다소 비싸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한입 베어물고 나면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반죽부터 속재료까지 좋은 재료만을 골라 모두 직접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격에 더욱 수긍이 간다. 특히 피자 붕어빵에는 소고기, 토마토, 치즈 등 17가지의 재료가 들어가고 모든 반죽엔 우유를 섞어 고소함을 더했다. 1인당 4개로 구매 개수를 제한한 건 이 훌륭한 맛을 더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고 싶은 사장님의 마음이다.

먹고 싶을 때면 언제든 붕어빵을 먹기 위해 붕어빵 카페를 차린 사람도 있다. 붕어빵을 유난히 좋아하는 윤다현 씨(29)는 지난 해 9월 이화여대 앞에 카페 붕메리카노를 열었다. 커피 메뉴와 함께 직접 구운 붕어빵을 파는 카페다.

노점상에서 먹던 특유의 바삭함과 감성을 살리기 위해 전기 기계가 아닌 가스불을 이용하는 주물 붕어빵 틀도 들여놓았다. 직접 끓인 팥부터 반죽, 크림까지 모두 수제를 쓸 만큼 붕어빵에 진심이다. 대표 메뉴는 역시 오리지널 팥 붕어빵과 반죽에 흑임자를 넣어 더욱 고소한 흑임자 붕어빵이다. 특히 흑임자 붕어빵을 흑임자크림라떼에 찍어 먹으면 가히 환상적이다. 가격은 마리 당 1000원 안팎 수준이다. 역시 길거리 붕어빵에 비해 비싼 감이 있어도 손가락 두개 크기만한 마들렌을 2000~3000원에 파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카페 디저트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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