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근로자가 일터에서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이 사후 규제·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통한 사전 예방 위주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인 우리나라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로드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강한 처벌 규정을 그대로 둔 채, 위험성 평가의 의무화를 통한 새로운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에 마련된 로드맵은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전 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해 안전의식과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등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로 이뤄졌다.

자기규율(자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위험 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으로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기업의 예방 노력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책임을 묻는다.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에서 근로자가 죽거나 크게 다친 경우에는 노력 사항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려된다.

핵심과제를 살펴보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법령·기준을 정비해 기업이 핵심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유지하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사항은 예방 규정으로 바꿀 방침이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많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한 형사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고, 역시 자율예방 체계에 맞춰 손질하는 등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회 논의 과정이 필수다.

고용부, 4대 전략 로드맵 발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도 추진


中企, 패러다임전환 높이 평가

위험성 평가 의무화엔 아쉬움

중대재해의 80.9%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는 맞춤형 시설과 인력 지원을 통해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돕는다. 소규모 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는 공동 안전보건 관리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화학 안전보건 종합센터를 신설·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사업을 늘리기로 했다.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는 대폭 확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참여 중심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대상 사업장을 ‘100인 이상에서 ‘30인 이상으로 넓힌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근로자의 핵심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명시한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이번 로드맵에 대해 정부가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중대재해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율 중심의 예방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고위험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소규모 사업장 대상으로 안전보건 인증제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자금력과 행정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중대재해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중기중앙회는 위험성평가 의무화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수준을 완화하거나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일원화 등 법률체계 정비와 함께 점진적이고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의무설치 대상을 기존 100인 이상에서 30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가뜩이나 자금·인력난에 시달리는 영세 중소기업들의 행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크므로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정부는 안전보건기준규칙 등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과도한 법령·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것부터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치권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경영의욕마저 꺾어버리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의 과도한 처벌규정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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