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빼는 애플, 밀려나는 테슬라

애플이 탈중국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가 이달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애플은 현재 90%가 넘는 중국산 제품을 절반으로 떨어뜨리고, 인도와 베트남 생산량을 대폭 늘릴 전망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방역 통제 강화와 연이은 시위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아이폰 물량이 당초 300만대에서 1600만대까지 확대되면서 애플 손실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3(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협력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중국 밖에서의 공급망 확대와 생산량 증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애플은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그룹 의존도도 줄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를 증폭시킨 건 중국 정저우 공장 시위였다. 30만명이 일하면서 아이폰 프리미엄 제품 생산의 최대 85%를 담당했던 공장에서 시위가 일어나 생산량에 급격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중국 당국의 과도한 코로나19 격리 통제와 임금수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도 인도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인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패드 일부를 인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애플은 구형 아이폰뿐 아니라 새롭게 출시한 아이폰14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이 제로코로나정책을 고수해온 탓에 안정적인 제조 중심지로서 지위가 흔들리자, 자사 제품들의 생산 거점을 하나둘 옮기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제품 중 95.3%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당시 인도는 3.1%, 베트남은 1.1%에 불과했다. 올해는 인도 비중이 6~7%, 베트남은 2%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었는데 중국의 생산 차질 문제로 중국 외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에서 생산 문제는 애플이 더 이상 공급망을 한곳에 묶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이패드와 같은 정교한 기기를 제조하기 위해선 고도로 숙련된 인재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게다가, 중국같은 인프라나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애플이 차세대 생산기지로 눈여겨보고 있는 인도는 최근 수년간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며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 전 세계 순수전기차 판매 1(936000)를 차지한 테슬라 역시 중국 시장에서 고민에 빠졌다. 전기차로 승승장구하던 테슬라가 성장세가 꺾이면서 중국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테슬라가 이달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수요 부진 신호가 나타나자 이달 생산량을 20% 가량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덧붙여, 테슬라가 자발적으로 생산을 줄인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에 테슬라 차이나는 해당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에 생산을 못했다는 핑계를 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창고에 테슬라 차량 재고가 16002대나 쌓여있다. 올해 초만 해도 주문하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없어서 못 팔던 차가 안 팔리니 테슬라는 차량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테슬라가 굴욕을 맛보는 사이 잘 팔리고 있는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최근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는데, 올해만 벌써 3번째다. 모델별로 2000위안에서 6000위안, 한화로 약 37만원에서 최대 113만원을 인상한다. 급부상한 BYD가 올해 1123만대를 넘게 팔아치우며 역대 최다 판매고를 올린 만큼, 테슬라는 처음으로 차값을 낮추고 중국 전략을 전면 재편하는 등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이 이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판매 감소, 외국계 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보복, 전기차 시대 자국 기업들의 부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중국 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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