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 사태가 터진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번엔 ‘K-게임코인이자 김치코인(한국산 가상자산)’ 대표 주자로 꼽히는 위믹스 사태가 불거졌다.

위메이드는 세상의 모든 게임을 하나의 경제로 묶어내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그 중심엔 위믹스(WEMIX)’가 있었다.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를 게임업계 기축통화로 만들 계획이었다.

위메이드는 인터게임 이코노미라는 기조 아래, 하나의 위믹스 생태계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사고팔며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빗썸, 코인원, 코빗, 업비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물론 글로벌 거래소까지 상장이 차례대로 이어졌다. 위믹스는 그렇게 게임 이용자는 물론 일반 홀더(코인 투자자) 사이 굳건히 자리 잡아가고 있던 일종의 화폐가 돼가고 있었다.

그런데 위믹스는 8일 오후 3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4곳에서의 거래가 중단됐다. 앞서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는 지난달 24위믹스 유통량 허위공시 소명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위메이드는 이에 불복하며 닥사 산하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상대로 법원에 상장 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8일 오후 3시부터 4개 거래소에서 위믹스를 사고팔 수 없게 됐다. 위믹스 소유자는 위믹스를 개인 지갑 또는 해외 거래소로 옮겨야 한다. 이런 일은 갑자기 왜 벌어졌을까?

위믹스가 상장폐지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유통량 때문이다. 위믹스팀은 코인 거래소에 밝힌 월별 유통량 계획을 초과하는 위믹스를 스스로 유통했다. 지난 10월 투자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위믹스 유통량이 이상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위메이드는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유통량 정보를 수정했다. 기존 유통량보다 2억 이상이 늘어난 31800만위믹스가 유통되고 있다고 뒤늦게 알렸다.

, 위믹스팀은 가격이 고정된 코인인 스테이블코인을 신규 발행하기 위해 위믹스를 담보로 사용했고, 자회사 담보대출을 통한 현금 창출에도 위믹스를 사용했지만 이를 유통량으로 적시에 반영하지 않았다. 제도가 완비돼 있지 않은 만큼 코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통량이다.

가처분신청 기각, 투자자들 망연자실

루나·테라 충격 이어 가상자산 치명타

위믹스 게임 사용자 수 감소는 미미

그러나 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위메이드는 놓쳐버렸다. 위메이드 측은 법원의 가처분 판단 전 위믹스 유통량 논란을 소명하는 자료와 함께 닥사 결정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내용을 제출하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이다. 위믹스 생태계를 같이 꾸릴 노드 파트너십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받은 투자유치 소식도 전하며 위믹스 살리기에 노력해왔다.

내심 가상자산 업계는 위믹스에 대한 가처분 인용 결정을 기대했었을지도 모른다. 김치코인 대표 주자가 바로 위믹스였기 때문이다. 닥사의 상장 폐지 결정이 위메이드에 대한 일종의 갑질로도 충분히 보일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유통량 신뢰를 충분히 회복했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인용을 확신했지만, 결국 법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 닥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결과에 가상자산을 통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디지털 자산은 약 638, 그 중 국내산 디지털 자산은 241종이다.

위믹스 사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가상자산이나 토크노믹스(토큰+이코노미)를 통해 사업을 전개할 스타트업, 중소기업에게도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결정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다. 거래소 4곳에서 거래 지원은 중단됐지만 위메이드는 위믹스 생태계 확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위믹스플레이에 온보딩된 게임 21개 사용자 수 증감은 위믹스 사태 전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달 25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에서 “(어떤 경우라도)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이라는 우리가 가야 할 길에 이번 일이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라며 위메이드와 위믹스 생태계는 건재하니, 여러분들도 너무 깊이 심려하지 말고 맡은 바 일을 그대로 진행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