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전 세계 어디서나 기업승계는 기술과 역량을 계승하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은 가족끼리 어떻게 협력해 기업을 발전시키느냐에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 창업자가 퇴임할 시점에 상속세가 승계의 중요 이슈로 대두된다. 그만큼 기업의 에너지가 상속세에 매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9년 기업승계와 관련해 실시한 중견기업 실태조사에서 78.3%가 상속세에 부담을 느끼고 그 밖의 이유 등으로 82.9%가 기업승계 계획에 애로요인을 지닌다고 응답했다.

같은 해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는 기업승계의 이유로 73.6%가 창업주의 기업가정신 계승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추구 등으로 나타났다. ,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하려 해도 상속세가 걸림돌이 돼 원활한 승계를 이루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OECD 등 해외 국가는 대개 기업 상속 시 세율 자체를 인하하거나 각종 공제 등을 통해 원활한 기업승계가 이뤄지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속세 세계 1위다.

과도한 기존세율, 승계 걸림돌

장수기업은 경제성장 견인차

조속한 대폭 개편이 국회의무

상속세 실효세율을 보더라도 201426.8%에서 201728.1%로 오히려 증가했다. 그동안의 상속세법 개정은 상속세 인하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국회가 승계를 돕기 위해 상속세를 감면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우리나라의 상속세 개편과정을 훑어보면 완화와 강화가 반복돼 안정성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실제 상속세 감면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명목세율을 볼 때 일본은 55%, 우리나라는 50%(주식할증시 60%)여서 일본보다 낮다. 하지만 2019년 발표한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상속세 실효세율이 미국 23.9%, 독일 21.6%, 일본 13.0%로서 28.1%인 우리나라가 최고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실효세율이 2배 이상 높아 상속세를 2배 이상 많이 낸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난해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2018년 기준 명목GDP 대비 상속 및 증여세 부담률이 0.4%OECD 평균 0.1% 대비 0.3%포인트 가량 높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 관련 법률이 승계를 앞둔 기업경영자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기능별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가치 증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도 실질적 상속세 감면 등 승계를 돕기 위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후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은 어렵다.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그것도 아주 월등한 상속세율 보유국 대한민국에서 승계를 앞둔 경영자가 오죽하면 사업을 접을까 고민한다고 할까? 이 자체가 대한민국 기업경영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을 생각하면 기업을 경영하는 소유주에게는 기업상속보다 사모펀드(PEF)가 더 유리한 대안이고 산전수전 겪으며 기업을 왜 하는지 자괴감을 가질만하다.

선진적인 IT를 보유한 중소기업이 많은 우리나라가 AI 4차 산업혁명의 좋은 기회를 활용해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한시가 급한 이 시점에 중소기업은 상속세 문제로 걱정을 해야 한다.

상속세 걱정을 하는 중소기업은 대개 업력 30년이 넘는 장수기업이다. 장수기업은 고용창출 능력이 크고 사회적 기여도가 높으며,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 경제성장을 돕는, 이타(利他)의 마음을 지닌 사회적 공기(公器)이다. 국회는 중소기업이 장기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상속세를 대폭 개편해 기업승계 활성화를 도와야 한다. 이게 국회의 의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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