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문구저널 편집장)
김금희 (문구저널 편집장)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있어 문방구는 그야말로 참새가 방앗간 들락거리듯 하던 곳이다. 등하굣길이면 어김없이 들렀던 곳, 특히 학교 앞 문방구는 아이들의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알록달록한 색종이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재미난 놀이용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었다. 당시 우리가 가진 작은 용돈으로 경제관념도 기르고, 물건 고르는 안목도 키울 수 있게 해줬던 곳이 바로 문방구였다. 이처럼 아이들의 사랑방이었던 문방구들이 유통공룡 다이소의 출현으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문구점은 지난 201214731개에서 매년 500개씩 폐업하면서 현재는 8000여 곳만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간신히 남아있는 문방구들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1~2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문구점이 태반이다.(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문구점 실태조사)

이에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서는 문구소매업생계형적합업종 지정신청서를 지난 7월 제출했다. 118일에는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문구소매업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1115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라지는 문구점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갖고 문구소매점 생계형적합업종 지정만이 그나마 남은 문구점을 지키는 길이라며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문구소매업은 2015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그동안 보호를 받아왔으나 올해 731일자로 지정이 만료됐다. 문구점들에게 있어서 최소한의 보호막마저 사라진 셈이다.

다이소 생겨난 후 해마다 급감

결국은 제조업 생태계도 위협

문구점 인증제조속도입 시급

적합업종제도는 영세한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보완장치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길러 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장 장치를 유지해 줌으로써 시장의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문구점이 사라지는 것을 단순히 문구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다뤄져서는 안 된다. 문구점이 사라지고 나면 그 다음은 도매, 대리점,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조업체들의 생존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그야말로 문구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다.

지금은 소규모 업체에서도 각기 다양한 문구제품을 생산해 전국으로 유통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번지고 있는 한류 붐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소 및 대형유통업체들은 잘 나가는 인기제품만 취급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문구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가성비를 중시한 초저가 제품들만 살아남게 된다. 영세한 제조업체는 대형유통업체와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제조업체 역시 자본과 시설이 잘 갖춰진 대규모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또 인기제품들은 몇 달도 되지 않아 OEM생산으로 전환하게 된다. 지금도 다이소에 가보면 대부분 인기 제품들은 자체 상표를 붙이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들만 제조사에서 구매하고, 수익성이 좋은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직접 만든다. 다이소는 올해 연매출 3조원, 점포수 1500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장낙전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다이소 및 유통대기업들도 문제지만, 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습준비물제도 역시 문구점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제도라며 최소한 입찰에 참여할 때 문구점 인증제를 통해 자신의 지역 문구점임을 인증하는 제도를 만들어 페이퍼 컴퍼니들이 사업자만 가지고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 나가는 것도 그나마 남은 문구점들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구점이 사라지는 것을 단순한 자본논리로만 해석하지 말고, 우리나라 문구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더 나아가 교육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정부와 관계부처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구점살리기보호정책을 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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