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국회 통과 … ‘14년의 막전막후’
2008년 주물·레미콘조합 총궐기대회서 ‘납품단가’ 이슈 촉발
이명박 대통령 긴급 호출에 김기문 회장 “조속한 시행 필요” 간언

대·중기 양극화 해소 위해 ‘경제3불’ ‘신경제3불’ 핵심의제 선도
박근혜 정부→ ‘조합’, 문재인 정부→ ‘중앙회’로 협상권 강화 지속

윤석열 정부선 ‘용산 선언’ ‘시범사업’ ‘상생특위 출범’ 잇따라
국민의힘 ‘1호법안’으로 발의… 김기문 회장의 끈질긴 설득 결실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납품단가 연동제 의무화를 담은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개정안 통과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여야 모두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바로 그 짧은 법안 표결을 위해 중소기업계는 지난 14년 동안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숨 가쁘게 달려와야 했다. 때론 치열하게 때론 정중동의 자세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해 갖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에 20073월 첫 취임한 이후 최근까지 최대 숙원 과제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손꼽았던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번 법안 통과 소식에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시대가 왔다며 감격했다.

그만큼 이번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매우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8中企협동조합 총궐기대회로 첫발

14년의 대장정의 출발은 지난 2008년 길거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주물공업과 레미콘업계가 각각 납품단가의 현실화를 촉구하며 총궐기대회에 나선 것이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공장을 멈추고,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에 나서며 납품단가 현실화의 절실함을 요구하자 당시 이명박 정부도 적잖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공교롭게도 때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치면서 한국경제가 크게 흔들리던 시기였다.

지난 20075월 중기중앙회 산하에 납품단가 현실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던 김기문 회장은 납품단가의 현실화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요구가 빗발치자 대통령실에서 긴급히 저를 만나자고 제안이 와서 직접 만나러 갔다이명박 대통령에게 그 자리에서 다른 건 몰라도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시행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거리 시위도 불사했던 중소기업계의 빗발치는 요구와 김기문 회장이 직접 이명박 대통령에게 간언을 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을 본격 검토하게 된 것이다.

그 첫번째 결실이 지난 20093월에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만든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의해 납품단가를 조정하도록 하는 제도적 틀이 최초로 마련된 것이다.

20116월 조정협의제도는 중기협동조합으로도 확대됐다. 그러나 약 2년간의 제도 시행 결과는 참담했다. 조정협의신청 건수는 아예 1건도 없었고 제도는 유명무실할 정도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협동조합은 조정협의 신청만 할 수 있을 뿐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빠져 있어야 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처음 시행하는 조정협의제도라 갖가지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개선 방안을 끄집어냈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넘어야 할 커다란 벽이 있었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과의 거래단절 우려를 가장 염려했던 것이다. 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납품단가 조정 결과의 이행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무리해서 조정협의 신청에 나설 실리도 없었다.

지난 20132월 박근혜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현실화의 진일보를 기대했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경제민주화와 연동해 업계 숙원 과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절호의 기회로 본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이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20134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부여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던 박근혜 정부에서도 납품단가 현실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10여년의 기간 동안 조정협의 신청 건수는 ‘0’건에 그쳤다. 보다 강력한 법·제도 손질이 필요했던 것이다.

 

중기중앙회 납품단가 조정위출범

중기중앙회를 필두로 중소기업계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중소기업 납품단가 협상 테이블 전면에 나서며 마지막 고삐를 조였다. 바로 20215월 중기중앙회에 ·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를 출범시킨 것. 중기중앙회가 이때부터 수탁기업(중소기업)을 대신해 납품대금 조정협의에 나선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해 20209월 국회 통과를 한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발판으로 이룬 결정적 장면이었다.

중기중앙회는 이에 멈추지 않고 2021년 하반기부터 뜨거워진 대선 정국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러-우크라이나 사태로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이 커지자 김기문 회장은 정치권을 집요하게 설득해, 여야 모두 대선 공약에 반영하도록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올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지난 6월 국민의힘은 ‘100일 입법 추진주요 사항 가운데 하나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여당 1호 법안으로 발의한다.

올 하반기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 초읽기로 숨 가쁜 상황이 전개됐다. 9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에 들어가면서 361건의 참여기업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법제화 도입 이전에 자발적인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 받기 문화를 촉진시키는 장면이었다.

지난 119일 국민의힘이 개최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관련 민··정 협의회는 중소기업계의 14년 숙원과제 해결의 9부 능선이었다. 이전까지 국회와 정부간의 협의 중심이었다면, 처음으로 민간 대표인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초청해 민··정이 합심해 법제화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김기문 회장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았다.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른 경제5단체가 납품단가 연동제 반대 공동성명을 낸 데 대해 대기업들이 이제 와서 왜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중소기업을 위해 필요하면 외톨이가 될 것이라며 만에 하나 있을 법제화 잡음을 단박에 종식시켰다.

이처럼 김기문 회장을 필두로 한 중소기업계는 14년 동안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국회 통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비로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싸우는 무기를 만든 것이 아닌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갖게 됐다.

레미콘업계 납품단가 현실화 총궐기대회  : 2008년 3월 12일 중소 레미콘업체 대표와 임직원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납품단가 현실화 총궐기대회’를 갖고 중소기업 제값받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의 발단이 됐다.
레미콘업계 납품단가 현실화 총궐기대회 : 2008년 3월 12일 중소 레미콘업체 대표와 임직원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납품단가 현실화 총궐기대회’를 갖고 중소기업 제값받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의 발단이 됐다.
동반성장 2010 전략회의  :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김기문 회장은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개선을 적극 건의했다. 김기문 회장의 적극적인 정책 여론화에 힘입어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에서는 협동조합에 조정협의권 부여 등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을 달성하게 된다.
동반성장 2010 전략회의 :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김기문 회장은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개선을 적극 건의했다. 김기문 회장의 적극적인 정책 여론화에 힘입어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에서는 협동조합에 조정협의권 부여 등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을 달성하게 된다.
대·중기 납품단가조정위 출범식 : 2020년 5월 11일 열린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중기 납품단가조정위 출범식 : 2020년 5월 11일 열린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간담회  : 2021년 10월 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중소기업인 대화’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납품단가 연동제의 대선 공약 채택을 적극 건의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간담회 : 2021년 10월 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중소기업인 대화’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납품단가 연동제의 대선 공약 채택을 적극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경제단체장 첫 회동  :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6단체장들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납품단가 연동제의 시급함을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경제단체장 첫 회동 :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6단체장들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납품단가 연동제의 시급함을 재차 강조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규탄 대회  : 중소 레미콘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8월 2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시멘트업체의 시멘트 가격 기습 인상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규탄 대회 : 중소 레미콘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8월 2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시멘트업체의 시멘트 가격 기습 인상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닻 올린 상생 특별위원회  : 대통령 직속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화)가 지난 9월 13일 출범했다. 상생특위의 핵심 현안이 바로 납품단가 연동제였다.
닻 올린 상생 특별위원회 : 대통령 직속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화)가 지난 9월 13일 출범했다. 상생특위의 핵심 현안이 바로 납품단가 연동제였다.
중소기업 제값받기 간담회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월 18일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 촉구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 16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입법을 추진했다.
중소기업 제값받기 간담회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월 18일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 촉구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 16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입법을 추진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민·당·정 협의회  :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관련 민·당·정 협의회가 지난 11월 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가운데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부터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납품단가 연동제 민·당·정 협의회 :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관련 민·당·정 협의회가 지난 11월 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가운데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부터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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