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일몰땐 사업존폐 기로”
중기부 장관·국회 찾아가 호소
여야, ‘임시국회 때 타결’ 가닥

최승재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 폐지 촉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최승재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 폐지 촉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해외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데 52시간제를 지키느라 사람이 부족해서 납기를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일감이 넘쳐나도 사람이 모자라 일을 못 하는 실정이고 납기를 지키려면 내가 잡혀가야 할 판입니다.”

중소기업계가 주52시간제 등 경직적 노동규제와 관련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 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초청해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토론회에는 이영 중기부 장관을 비롯해 황인환 중기중앙회 부회장,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회장,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 박노섭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김경숙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김덕재 IT여성기업인협회 부회장, 이기연 이노비즈협회 부회장과 중소기업 단체 소속 중소기업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직된 노동규제 성토

이날 중소기업 대표와 근로자들은 노동 규제 완화와 경영난 해소를 위한 현안 과제 20여 건을 성토했다.

현장에서 중소기업인들은 경직적 주52시간제도와 극심한 인력난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느끼는 취약 중소기업을 위한 월 단위 연장근로 도입 등 연장근로체계 유연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폐지 외국인력 사업장별 고용한도 확대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최소화 개편 등을 요청했다.

현장 건의자로 나선 구경주 이플러스 대표는 “30인 미만 영세기업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현상 유지조차 어려워 유연근무제나 신규 채용으로 주 52시간제를 대응할 여력이 없다“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라도 있어야 부족한 인력을 조금이라도 보충할 수 있어, 제도 일몰시에는 사업의 존폐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52시간제가 전면 적용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 준수하기 어렵고 근로자들도 연장수당이 감소해 불만이라며 노사 모두가 원하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현재 주 12시간 단위 연장근로 체계를 최소한 1개월 단위로 유연화해야 하며, 영세기업들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올해 말이면 종료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대한 애로도 쏟아졌다.

한상웅 대구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섬유산업은 부정적 인식과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내국인은 취업을 기피해 외국인 근로자로 겨우 부족한 인력을 메꾸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 한도 폐지를 주장했다.

골판지 박스를 제조하는 경기도 수원 삼일기업의 박재경 대표는 이번에 어렵게 우즈베키스탄 출신 직원을 2명 뽑았는데 1명이 한 달도 안 돼 나가겠다며 태업을 해 결국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 회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 번 근로계약을 체결한 업체와 적어도 6개월~1년 이상 근무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이에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복합위기 등 외부요인으로 건실한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등 현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52시간제 등 경직적인 노동 규제가 업계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업계의 어려운 상황과 절실한 목소리를 관계기관과 국회에 꼭 전달해 개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중소기업인들은 국회를 찾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69개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회원 300여명은 국회 본관 앞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폐지를 촉구하는 중소기업계 입장을 발표했다.

 

근로자들도 제도개선 희망

이날 중소기업계는 최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원자재가격 폭등과 유례없는 인력난 등 ‘5중고로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영세기업이 살길을 열어주기 위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 연장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강행된 주52시간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과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근로자들 역시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을 뛰는 등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오히려 삶의 질이 하락하는 경우도 많아 제도개선을 원하고 있다며, 기업은 사업을 존속하고 근로자는 생계를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반드시 존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채용이나 유연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에는 역부족이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이미 중소기업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당장 올해 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인력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인 만큼 일몰 폐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024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세 건 계류돼 있다. 2020년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의원(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먼저 발의했고, 권명호, 이주환 의원이 지난 10월과 이달 1일 각각 추가로 대표발의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184만개에 달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고민하거나, 기존 근로자가 추가로 근무를 하고 싶어도 제도가 사업주를 범법자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국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올해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중고로 국회가 앞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허용했던 2018년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제(7) 전해철 환노위원장 등과 협의해 임시국회가 열리는 시점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국민의힘이 총력을 기울여 인력난 문제만큼은 걱정하지 않고 일하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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