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계획인 가운데 수출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 등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소기업계의 경우 이를 개별적으로 준비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CBAM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글로벌 기후 관련 합의사항에 대한 타국의 참여 유도 등을 목적으로 탄소(온실가스)배출에 대한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부과하는 일종의 추가 관세 개념이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계획인 가운데 수출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 등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계획인 가운데 수출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 등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전환기간 개시를 통해 23개월간 배출량 보고를 시행하고 오는 2026년부터 CBAM 인증서 구매의무 부과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총 6개 품목이다. EU는 전환기간 동안 플라스틱과 유기화학품의 대상 추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실제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직접 배출 외에 외부로부터 구매한 열·전기 사용에 의한 배출을 의미하는 간접 배출까지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6EU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세운 데 앞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1990년 대비 최소 55% 가량 감축한다는 목표를 명시한 유럽기후법을 제정한 데 따른 조처다. CBAM는 이 같은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7월 발표한 핏포55(Fit for 55)’의 세부적인 정책 중 하나다.

EU의 이 같은 조처는 강력한 기후정책과 탄소배출 규제에 따라 역내 국가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탄소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보다 낮아지는 등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게 글로벌 시장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처럼 보호무역적 성격으로 평가돼 일명 유럽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불린다. 미국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대신 역내 산업에 탄소 배출세를 내지 않도록 했던 무상할당제의 경우 CBAM이 시행되는 2026년부터 2033년까지 8년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오는 2034년에는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배출 규제가 해이한 국가의 경우 EU의 이번 조처는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역시 타격 국가에 포함되는데 대표적으로 생산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 업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한민국은 지난해 기준 EU의 주요 철강 수입국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수출 규모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철강산업의 대EU 수출 규모는 43억달러(54500억원) 수준이다. 이는 터키, 러시아, 인도, 우크라이나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와 함께 CBAM 대상 업종에 지정된 비료(480만달러) 시멘트(140만달러) 알루미늄(5억달러) 등 역시 수출 규모가 작지 않다. 알루미늄 역시 투입재인 잉곳의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높아 큰 타격이 예상되는 주요 산업군이다. 여기에 추가 논의를 통해 플라스틱과 유기화학품까지 대상 업종에 포함될 경우 타격은 화학 업계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EU로 수출한 한국의 플라스틱과 유기화학품 수출액은 각각 50억달러, 18억달러 수준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CBAM 시행에 따른 타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추가적인 세금이 부과될 경우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글로벌 경쟁력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현재 탄소배출 관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법 활용 및 고로를 전기로로 변환하는 등 저탄소 생산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공정설계 기술개발에도 함께 힘쓸 방침이다.

또 중소, 중견기업을 포함한 대EU 수출기업의 CBAM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한 기초 인프라 확충 및 실무자 교육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대응책이 3년여 남짓 남은 공식 시행 일정 이전 얼마나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국내 수출산업의 타격을 막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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